지붕 낮은 집 마음이 자라는 나무 1
임정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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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처럼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기 전, 우리네 집들은 대부분 단층, 즉 지붕이 낮은 집들이었다. 임정진의 ‘지붕 낮은 집’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시기에 이르러 저자의 추억을 살려 엮은 옴니버스 식 소설. 서울 변두리, 부유하진 않지만 부모님과 두 여동생을 거느린 맞딸인 화자가 동네의 주변 인물들을 묘사해 가는데, 강한 사람보다 약하고 못 가진 사람의 편에 서고 싶어 하는 그녀의 소박하고 착한 심성이 글 전체에서 잘 드러난다. 나보다 조금 연배이긴 하나 저자가 그린 어린 시절은 곧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 이렇게 어릴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 짝이 없다. 큰 양은 주전자가 놓여있는 마루의 연탄 난로, 그 주위에는 철사로 된 안전망, 거기에 걸려 있던 양말이나 수건 같은 작은 빨래, 연통에는 크레파스로 무언가를 그렸던게 녹아 달라붙은 얼룩이 있고...바로 나의 어릴 때 살던 집의 마루를 묘사한 것 같으니, 그때 우리의 살던 모습은 이리도 다 비슷했었단 말인가.


작가의 에필로그 중의 한 구절 ‘열서너 살 때 생각으로 치자면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나이가 되었으되,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졌고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다...’ 라는 말조차 이토록 공감이 갈수가 있단 말인가. 특별한 사건이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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