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요일
이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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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 <신기생뎐>, <나흘>에서 보여주던 이현수 작가 특유의 구성지고 능란한 문장과 서사가 그리웠다.

이 소설은 단행본으로는 2017년에 나왔지만 2013년 부터 2015년까지 '자음과 모음'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이후 무려 3년 동안 퇴고를 거쳤다고 하는데, 3년이나 걸려 퇴고를 해야했던 이유가 작품에 남아있는 듯 하여 아쉽다.

라론 증후군 (Laron syndrome) 이라는, 나도 여기서 처음 들어보는 유전자 이상이 소재로 등장하고, 이로써 삶과 죽음의 문제를 문학의 입장에서 다뤄보려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잇속 싸움에 어떻게 잘못 이용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나 기대하며 끝까지 읽었지만, 장편소설 치고 길지 않은 분량 (250여쪽)내에서 이런 각각의 구슬은 멋있게 꿰어지지 못했다.

1. 주인공 한정원이 한동안 왕래도 없던 고향친구를 만나 느닷없이 동동섬까지 가게 된 이유가 설득력있게 보이지 않는다.

2. 라론 증후군의 당사자인 김경훈에 대한 묘사가 처음과 뒷부분에서 일관성이 없다. 앞에서 묘사된 김경훈은 내면에 아픔과 상처를 지닌, 어딘가 비밀스러운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 악인으로의 가능성은 조금의 힌트도 보이지 않는 남자였는데 한정원 일행을 만나고부터 갑자기 악인 캐릭터로 돌변, 과격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갑작스런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대목도 다소 엉뚱하다. 마치 라론증후군와 간질이 연관이라도 되어 있는 것 처럼.

3. 뭔가 더 보여줄 것 같았던 하마담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 한정원 일행을 비밀리에 도와주기도 하는데 나중에 이름 대신 기호로 사람을 지칭하며 누군가 내통하는 대목은 또 무엇인가. 한정원이 어릴때 동네 아줌마 하마담이라는 인물과 이러한 변신 사이를 독자는 어떻게 연결시켜 이해해야 하는가. 한정원 아버지와의 인연때문에 동동섬에 나타난 한정원 일행을 도와주려 했던 것일까.

4. 이 소설에서 진정한 악인은 김경훈인지 아니면 안상협인지.

5. 이 소설의 형식으로서 굳이 한정원이 아닌 그의 후배가 대신하여 동동섬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다는 설정은 꼭 필요했을까.

6. 김경훈이 오랫동안 마음에 칼을 품고서 복수를 하려는 동기가 그가 벌이는 복수의 규모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정원의 오빠때문에 자기 여동생이 죽었다는 것이 내용중에 드러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살인도 아니었고 그것을 한정원을 향하여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

7. 중요한 단서들의 해결이 내용중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게 아니라 소설의 뒷부분에서 설명으로 급마무리된 느낌이다.

8. 내용과 꼭 맞지 않는 소설의 제목 <사라진 요일>도 아리송하다.

 

제일 결정적인 것은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뚜렷하게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는 문장력은 여전하나 그 문장력으로 꿰어낸 목걸이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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