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5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문, 대화 할 것 없이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기 위한 설명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읽기 진도가 잘 안나가던 15권에 비해 이번 16권은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서희 나이 이제 48세. 여전히 기품있고 아름답다. 간도로 이주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함으로써 조준구에게 잃은 평사리 땅을 되찾고 조준구에 대한 복수를 해냄으로써 삶의 목표를 이루어낸 서희는 진주로 돌아와 정착하였고 큰 아들 환국은 공부를 마치고 결혼하여 손주까지 보았으며 작은 아들 윤국도 일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독립 자금을 대주는 일을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인들과 좋은 관계도 유지하고 있는 서희이지만 늘 쓸쓸하다. 옆에서 시중드는 사람이야 있지만 길상도 없고 봉순도 없이 살아온 세월이 많다. 봉순은 오래 전에 이미 목숨을 스스로 끊었고 부부이지만 길상과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길상 역시 외롭기는 마찬가지. 선택하지 않고 선택당한 결과일까. 자기와 맞는 자리는 따로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이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참 외로운 분 같습니다."

환국이 말문을 열었다.

"관음상을 본 감상인가?"
"네."

"자네 말이 맞네. 원력 (願力: 부처에게 빌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의지) 을 걸지 않고는 그같이 그릴 수는 없지. 삶의 본질에 대한 원력이라면 슬픔과 외로움 아니겠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

"그렇게 오랫동안 붓을 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세월인 게야. 자네 부친의 세월 말일세. 식을 맑게 간직하고 닦아온 자네 부친의 세월. 사람들은 대부분 본래의 때묻지 않는 생명에 때를 묻혀가며 조금씩 망가뜨려가며 사는데 결국 낡아지는 것을 물리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생명은 과연 물리적인 것일까?"

지감은 자신에게 묻듯 말했다. (402쪽)

 

절에서 자랐던 길상의 원래 꿈은 금어 (金魚: 단청이나 불화를 그리는 일에 종사하는 승려) 가 되는 것이었다. 그 길에서 떠나와 살아온지 오래. 하지만 무슨 맘으로 원래의 꿈을 모아 도솔암에 관음탱화를 그리게 되었고, 그것을 와서 본 아들 환국이 도솔암 주지인 지감 스님과 나눈 대화이다.

오랜 원력의 결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그림을 그린 길상. 그 외로움을 읽는 아들.

길상은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삶이 그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토지 읽기.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읽는 것이 뭐 어려우랴 하며 읽어오고 있다.

아직 네권이 남아있지만  다 읽고난 후 소감은 결국 이것이 되지 않을까 하여 미리 이번 리뷰의 제목으로 써보았다. 다 읽고나서는 물론 바뀔 수도 있겠지만, 바뀔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