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번역된 소설보다 한국 소설로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읽기 부담없는 이유도 있고, 모르던 우리 말의 쓰임새나 표현 등을 눈여겨 보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또 최근의 <소풍>에 이르기까지, 제목이 하도 귀에 익어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의 작가 성석제. 정작 그의 소설 읽기의 시작으로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잘 한 일이었을까.

산골의 부유한 대가족 집안의 손자 장 원두는 학교가는 일 외의 시간은 염소 사십마리를 몰고 풀을 뜯게 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모범적인 소년. 그닥 사교적이 아니라서 여러명의 무리보다는 일대일로, 공개적이라기 보다는 비공개적으로 마을의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가운데 일어나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수 있겠는데, 성장의 통과 의례격이라고 볼수 있는 뚜렷한 사건이랄 것이 없다. 또,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좀 더 뚜렷하고 개성있게 묘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다 비슷한 인물들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하나의 이야기 거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변환기에 있는 주인공, 약간 덜 떨어지고 소외되어 있는 또래 친구, 엄격한 할아버지, 동경의 대상이 되는 마을 청년, 호감을 가지게 하는 친구의 누나 등. 어느 소설에나 (또는 드라마에나) 등장할수 있는 인물의 구도라는 생각이.

딱 떨어지는 유머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특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 내게는 그냥 한번 읽어볼만한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이전에 읽은 심 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꼭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2-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그런 목적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 제게 추천 좀 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