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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길다한들 토지하면 최참판댁 최서희를 먼저 떠올리고 어쨌거나 그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려니 했다.
이제 10권까지 읽고 보니 토지는 이제 더이상 최서희를 중심으로한 최참판댁 이야기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권 마다 뒤에 등장인물 소개가 나와 있는데 10권 뒤에 소개된 등장인물만 해도 42명이다. 민초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꿈을 꾸고 어떻게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지, 아니 꿈에 앞서 어떻게 끈질기게 목숨줄 붙잡고 생존해나가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타협을 하는지, 그러면서 사랑하고 그 사랑이 사그러가는 과정들. 토지가 스무권의 대하소설이 되기까지는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등장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도 한 몫 하지 않나 생각한다.
1권부터 계속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한사람인 용이와 임이네. 이들 사이의 아들 홍이의 갈등하는 부분이 처음부터 상당량 차지한다. 사랑하는 장이를 두고 갈등하고, 더불어 자신의 앞날을 정하지 못하여 방황하는 홍이의 모습이 이해가 안되는바 아니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나이들어도 변하지 않는, 아니, 나이들수록 더 탐욕스러워가는 생모 임이네와, 늙어 쇠잔해져가는 아비 용이를 두고 홍이는 한참 젊은 나이에 맘껏 자기 꿈을 펼칠 생각을 못하고 우유부단, 고민만 하다가 결국 맘에 품고 있던 장이 마저 다른데 시집가게 내버려둔채 자시은 주위에서 권하는대로 김훈장 손녀딸 허보연과 혼인해버린다.
한편 부인과 부모와 떨어져 떠돌면서 마음을 한군데 못부치는 이상현은 자기가 모르는새 기화 (봉순)가 자신의 딸을 낳아 군산에서 홀로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또한 10권에서는 새로이 교육을 받은 여성 등장인물들이 내용에 본격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교육의 기회를 평생 받지 못하고 살아온 아낙들과 어떻게 다르게 사고하고 행도알지 기대가 된다.
그래도 1권부터의 중심을 지키려는 듯 후반부에 오면 서희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길상 없이 혼자 키우고 있는 아들 환국과 함께이다. 평소엔 조용하고 사려깊은 환국인데 아버지 길상을 종의 자식이라고 놀리는 친구를 가차없이 때려서 다치게 하는 일이 생긴다. 소식을 듣고 다친 아이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으로 달려간 서희는 맞은 아이로부터 환국과 싸움이 일어난 경위를 묻고 자초지종을 들은 후 그 아이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환국이 잘못 한 것은 없다고 조용하고 강인하게. 길상의 부재속에 아들을 바르고 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어미로서의 서희를 작가는 이렇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서희와 길상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면 어떤 성격의 인물로 자라고 있을까, 나를 비롯해 많은 독자들이 궁금하던 차일 것이다.
서희는 늘 외로와 보인다. 어린 서희는 어린 서희대로, 결혼을 해서도, 어미가 되어서도, 재산을 모두 빼앗겼을때도, 다시 되찾았을때에도, 강인해보이는 외모라지만 내 눈에는 그저 늘 외로와보인다. 그녀를 보살피고 받드는 사람들이 늘 있었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 느낌. 하기는 토지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용이는 외롭지 않은가? 그 악다구니 같은 임이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외롭고 소외감에 한이 맺혀 나오는 소리로 들리지 않던가? 평생 한 남자만 바라보다 죽은 월선은? 비밀도 너무 큰 비밀을 가슴에 품은 채 일생을 마쳐야했던 윤씨부인은? 그러고보면 외롭지 않은 인생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하는 인생. 토지의 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준다.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