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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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아무리 천재학자이고, 2년 반 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쓴 소설이라지만, 천재의 두뇌와 2년 반의 시간만으로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한 인간의 머리에서 이 방대한 배경 지식들이 이렇게 완벽에 가깝게 짜집기 되어 작품으로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그 과정 또한 이 소설 못지 않은 하나의 소설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원래 소설로 유명해지기 이전에 학자로서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이다. 철학, 역사학, 미학에다가 가장 대표적 학문으로 기호학까지.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해독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기호학에 그 정도 명성을 가지고 있는 그에겐 어쩌면 자연스런 일일지 모르겠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어떤 분야도 빠뜨리지 않고 다 넣고 싶었나 할 정도로 이 책엔 위에 말한 모든 분야가 다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생생한 지적 보고'라는 출판사 소갯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세 역사도 아퀴나스 신학도, 잘 아는 바 없던 나 같은 독자들은 이 책 처음의 서문과 프롤로그 읽으며 인상쓰다가 읽기를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에 읽은 부분을 들춰 다시 읽어 보기를 몇 차례 해야하긴 했지만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도저히 손을 못놓게 되는 이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1300년대 우럽에서 수도사는 성직자이기도 했지만 학자이기도 해서, 이 소설의 중심인물인 영국의 윌리엄 수도사도 옥스포드 출신으로서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처럼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여러 언어의 해독능력을 갖고 있다. 교황의 권한과 세력이 자꾸 확장되어가면서 교회가 세속화되어가자 이것에 반대하여 교회 원래의 본분을 강조하며 청빈을 주장하여 일어난 것이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이다. 교황 측에서는 이런 성 프란치스코회를 곱게 볼리 없었고 성 프란치스코회 중에서도 조금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분파만 있으면 가차없이 이단으로 몰아 처형하는 일이 벌어졌다. 안그래도 교황 세력과 대립하고 있던 황제 측은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성 프란치스코 회와 같은 노선을 타게 되는데, 극심해져가는 황제와 교황의 대립 상황의 중재점을 찾기 위해 양쪽을 대표하는 수도사들이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모이기로 하고, 이중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측의 일원으로 윌리엄 수도사가 시중 수도사 아드소를 데리고 수도원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교황측 대표단을 기다리는 중에 수도원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수도사들의 연달은 죽음. 이들 죽음의 원인과 범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수도원장으로부터 받은 윌리엄 수도사는 그 열쇠가 교회의 비밀의 장소, 즉 장서각과 관련있음을 알게 된다. 장서각의 무엇이 수도사들을 연달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했으며 범인은 누구인가.

상하권 합쳐서 900쪽에 달하는 분량의 내용이 마지막 장에서 감히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은 결말로 마무리 된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남는 톱니도, 모자라는 톱니도 없다.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천만부 이상 팔렸다는 이 책. 고전문학 입문서로서 만권의 책이 집약되어 있다고 소개되고 있는 이 책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너무 완벽한 구성, 배경, 마무리 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더 생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탄과 감동만 남길 뿐 독자가 더 생각하고 해결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 내 나름으로 마무리 해야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저자가 이미 책 속에서 다 해버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소감을 남기는 것도 조심스러울만큼 이 책은 대단하다. 특히 마지막 장 7일째 부분, 두 인물의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름은 적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모든 사건의 논리가 제시되는 몇십 페이지는 과연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 향연의 절정을 보는 듯 했다.

못 참고 한 대목만 옮겨 놓고 마쳐야겠다.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게 바로 악마야! (8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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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6-12 08:29   좋아요 0 | URL
저도 선뜻 읽기 주저하다가 이제서 읽었는데 처음 고비를 넘기니 재미있어서 계속 가게 되더라고요.
저자의 다른 책을 뭘 더 읽어볼까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알려주신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