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에 한 유치원생 여자 아이가 있다. 부모가 벨기에 사람이니 이 꼬마의 국적도 벨기에가 되겠으나 태어나기를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머물던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내 프랑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독특하고 발칙한 여자 아이 아멜리이다. 기억이 허락하던 시점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갓 입학한 시점까지, 육체와 정신이 한창 성장의 변화를 거치고 있던 시기를 회상하며 쓴 자서전이라고 할수 있는 책이다.

'배고픔의 자서전'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배고픔'이란 당연히 생리적인 배고픔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배고픔을 뜻하려니 지레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고 읽고난 지금도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지는 않으나,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읽는 도중에 슬그머니 들기도 했다. '(20쪽)...내 배고픔을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두자. 음식에 대한 배고픔일뿐이었다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게 있을까? 음식에만 배고픈게? 보다 광범위한 배고픔의 징표가 아닌, 단순한 밥통의 배고픔이라는 게 있을까? 배고픔, 나는 이것을 존재 전체의 끔찍한 결핍, 옥죄는 공허함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는, 그런 현실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의미로 저자는 자신의 배고픔을 초월적 배고픔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며, 이러한 초월적 배고픔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 거대한 결핍의 광맥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쾌락주의의 원천이며,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짓는 점이라고 말한다. 독특하지 않은가? 벨기에인 부모를 가지고, 일본에서 태어나, 중국, 뉴욬,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서 성장시기를 보낸 독특한 여정이 그녀의 이런 성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겠으리라.

방글라데시의 배고픔의 현장, 그야말로 생리적인 배고픔으로 죽어나가는 현장과 극빈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배고픔을 비롯한 모든 것을 증오하기 시작하고 음식 먹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먹는 것 대신 책에 탐닉하고 어휘들에 탐닉하며 모르던 세계로 들어선다. 벨기에에서 대학을 다니고 일본으로 다시 발을 디디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때의 글쓰기에 대해 아멜리는 이전의 우연적인 추출행위와 같은 글쓰기에 비해 '역동적인 밀어내기, 짜릿짜릿 쾌감이 느껴지는 두려움, 끊임없이 거듭나는 욕망, 관증적인 필요에 다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거침없고 독특한 문체, 독특한 시각,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의 묘사, 어딘지 흡인력이 있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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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6: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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