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離  別 >

                                                  -  李  相  和  -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남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으니

 
  꼭두로  오르는  정열에  가슴과  입술이  떨어  말보담  숨결조차  못쉬노라
  오늘밤  우리들의  목숨이  꿈결같이  보일  애타는  네  맘속을  내  어이  모르랴

 
  愛人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까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
  애인아  내  몸이  어제같이  보이고  네  몸두  아직  살어서  내  곁에  앉었느냐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우리들이  나뉘어  생각하여  사느니보다  차라리  바라보며  우는  별이  되자

 
  사랑은  흘러가는 마음  우에서  웃고  있는  가비여운  갈대꽃인가
  때가  오면  꽃송이는  고와지고  때가  가면  떨어지고  썩고  마는가 ?

 
  남의  기림에서만  믿음을  얻고  남의  미움에서는  외롬만  받을  너이었드냐 ?  
  행복을  찾어선  비웃음도  모르는  인간이면서  이  苦行을  싫어할  나이었드냐 ?

 
  愛人아  물에다  물  탄듯  서로의  사이에  경계가  없던  우리  마음  우으로
  애인아  검은  거르매가  오르락  나리락  소리도  없이  얼른거리는도다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어라
  우리  둘이  나뉘어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피울음  우는  杜鵑이  되자

 
  오려무나  더  가까이  내  가슴을  안어라  두  마음  한  가락으로  얼어  보고  싶다.
  자그만한  부끄럼과  서로  아는  미쁨  사이로  눈감고  오는  放任을  맞이하자

 
  아  주름잡힌  네  얼굴  이별이  주는  애통이냐 ?  이별을  쫓고 내게로  오너라
  상아의  십자가같은  네  허리만  더위잡는  내  팔  안으로  달려만  오너라

  
  애인아  손을  다고  어둠속에도  보이는  蠟色(납색)의  손을  내손에  쥐어다고
  애인아  말해다고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내눈에  알려다오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
  우리들이  나뉘어  미치고  마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두마리  人魚로나  되어서  살까.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남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으니.

 
  꼭두로  오르는  정열에  가슴과  입술이  떨어  말보담  숨결조차  못쉬노라
  오늘밤  우리들의  목숨이  꿈결같이  보일  애타는  네  맘속을  내  어이  모르랴.

 
  愛人아  하늘을  보아라  하늘이  까라졌고  땅을  보아라  땅이  꺼졌도다
  애인아  내  몸이  어제같이  보이고  네  몸두  아직  살어서  내  곁에  앉었느냐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우리들이  나뉘어  생각하여  사느니보다  차라리  바라보며  우는  별이  되자

 
  사랑은  흘러가는 마음  우에서  웃고  있는  가비여운  갈대꽃인가
  때가  오면  꽃송이는  고와지고  때가  가면  떨어지고  썩고  마는가 ?

 
  남의  기림에서만  믿음을  얻고  남의  미움에서는  외롬만  받을  너이었드냐 ?  
  행복을  찾어선  비웃음도  모르는  인간이면서  이  苦行을  싫어할  나이었드냐 ?

 
  愛人아  물에다  물  탄듯  서로의  사이에  경계가  없던  우리  마음  우으로
  애인아  검은  거르매가  오르락  나리락  소리도  없이  얼른거리는도다

 
  남  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어라
  우리  둘이  나뉘어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피울음  우는  杜鵑이  되자

 
  오려무나  더  가까이  내  가슴을  안어라  두  마음  한  가락으로  얼어  보고  싶다
  자그만한  부끄럼과  서로  아는  미쁨  사이로  눈감고  오는  放任을  맞이하자

 
  아  주름잡힌  네  얼굴  이별이  주는  애통이냐 ?  이별을  쫓고 내게로  오너라
  상아의  십자가같은  네  허리만  더위잡는  내  팔  안으로  달려만  오너라

  
  애인아  손을  다고  어둠속에도  보이는  蠟色(납색)의  손을  내손에  쥐어다고
  애인아  말해다고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내눈에  알려다오

 
  어쩌면  너와  나  떠나야겠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나눠야겠느냐 ?
  우리들이  나뉘어  미치고  마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두마리  人魚로나  되어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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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동새 >

                           -  소월  김정식  -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아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이붓에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어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夜三庚(야삼경) 남 다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웁니다.


      

        대여섯 살되던 막내 아우는 내가 읽는 <접동새>가 좋아서  따라 읽군 하더니 언제부터인지 이 시를 외우고 있었다.  고 또릿하던 목소리, 고 초롱 거리던 눈망울,  저도 지금은 이 시를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곤 생각지도 못할것 같다.  다음에 만나면 물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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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水巖 2004-03-15 17:20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 있었을까? 너무 황당하고 갑자기 외돌토리가 된 기분이군요. 그래도 방문을 하신다니 조금은 위안이 되는군요. 다시 글 올리실 날 기다립니다.

2004-03-16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산 >

                         -  소월  김정식  -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嶺넘어  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히네
        오늘도  하룻  길
        칠  팔십  리,
        돌아서서  륙십리는  가기도  했오

 
        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 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  있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이  시를  읽을때면  국어  선생님이  낭송하던  목소리가  들려오는것  같다.  타교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모두가  낯설기만  하던  교실에  낭낭히 울려퍼지던 선생님 목소리.

  그 선생님 이름도 잊었지만.  그 목소리는 안 잊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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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외 설경(窓外 雪景)

                                                  -    -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일년, 이년, 삼년,
       
............ 십년을 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지금 서울에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한번 맘먹고 새옷 차림을 하고
       
누추한 서울을 찾아내리다
       
.......... 다시 한번 주저한듯이
       
주저하다 아주 결심한듯이
       
망서리고 망서리다 아주 마음 내린듯이
        서울의 창밖에 내곁엔 눈이 와 앉고 있읍니다

 
        서울의 사랑은 눈 쌓인 창안의 어슬픈 
        보금자리 길이 막히어
       
가시나무 그늘의 멧새처럼
       
눈 내리는 눈속에서 진종일을 종일합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 서로 미워하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 서로 싸우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창 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그리운것이 있어 그리워하기 위하여
        사랑하는것이 있어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온것입니다.)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내가슴 흐뭇이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어느해 이름도 잊은 신문에 게재한 조병화 선생님의 시입니다.  몇번째 시집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 시절에는 신문에 이렇게 멋진 시가 全文 실렸읍니다.

  조병화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중 한분입니다.  이분이 옛날 우리 중고등학교 시절에 서울고교 물리 선생님인거 아세요?  학교는 다르지만( 대학 시절에 알었지만) 또 럭비 선수였던 학창시절이 있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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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4 20:29   좋아요 0 | URL
^^ 오늘 같이 눈 내리 날에 맞춰 좋은 시 올려 주셨네요.
조병화 시인이 화학 선생님이었다는 건 정말 몰랐어요.

프레이야 2004-03-04 22:19   좋아요 0 | URL
수암님, 요즘 마음 한편 편치 않는 저를 소리없이 콕 찌르는 시입니다. 눈물이 나려합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내가슴 흐뭇이 내리는 눈...
네, 사랑하기 위해서 왔다고 믿어야겠습니다. 이 시 퍼갈게요^^
참, 전 저번 토요일부터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받고 있어요. 오늘은 훨씬 나아졌어요.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무리하지 않아야겠죠^^ 수암님, 편안한 밤 지내세요. 3월답지 않게 추운 요즘 감기조심 하시구요.
 

           < 한 잔 술 >

                           - 공초 오상순 -

       

        나그네  주인이여
        평안  하신고
        곁에 앉힌  술  단지
        그럴법  허이
        한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잔  한잔 또 한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길은 머네.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이거  어인 일
        한잔  한잔 또  한잔
        끝도  없거니
        심산유곡  옥천 샘에
        홈을  대었나
        지하  천척 수맥에
        줄기를  쳤나
        바다를 말릴망정
        이  술 단지사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좋기도 허이
        수양은 말이  없고
        달이  둥근데
        한잔  한잔 또 한잔
        채우는  마음
        한잔  한잔 또  한잔
        비우는  마음
        길가에  펴난 꽃아
        설어를 말어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한잔  더  치게
        한잔  한잔 또  한잔
        한잔이  한잔
        한잔  한잔  또  한잔
        석잔이  한잔
        한잔  한잔  또  한잔
        아홉잔도  또  한잔
        한잔  한없어
        한없는  잔이언만
        한잔에  차네
        꿈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섪기도  허이
        속  깊은  이  한잔을
        누구와  마셔
        동해바다  다  켜도
        시원치  않을
        끝없는  나그네  길
        한  깊은  설음
        꿈인양  달려보는
        하염없는  잔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한때는 공초의 <한잔술>을 외우면서 말술을 마셨네.
  한됫술에 자연과 친하고 한 말술에 자연과 합친다고 이백을 노래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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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3-04 16:51   좋아요 0 | URL
공초 오상순은 담배를 많이 피고 횡보 염상섭은 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공초도 술을 많이 마셨던 모양입니다.

水巖 2004-03-05 08:13   좋아요 0 | URL
공초 선생님은 명동에 있는 청동다방에 늘 계시고 그분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담배도 사다드리고 글도 쓰고 해서 <청동문학>이라는게 탄생했었죠. 새파랗게 젊던 그 시절에 몇 차례 뵈울 수 있던 행운도 있었답니다. 우리는 "동방문화싸롱"에 자주 들렸고 그 건너 선술집에도 자주 갔었죠. 1957,8년도 이야기죠. 이 시는 1928년에썼으나 1949년 [문예-文藝]지 12월호에 발표됬다는군요.
다음에 공초 오상순 이야기 쓸게요.

비로그인 2004-03-04 20:32   좋아요 0 | URL
^^ 꽁초 공초 오상순, 갈 之 횡보 염상섭...
작가 염상섭의 손녀 중 한 명이 제 대학 동기지요.

水巖 2004-03-05 11:19   좋아요 0 | URL
담배 많이 피워서 공초가 아니구요. 호가 空超 입니다. (空-빌공, 超-뛰어넘을 초)
담배 열갑을 피우셨다는군요.

비로그인 2004-03-04 23:27   좋아요 0 | URL
앗, 할아버지!
전 공초가 꽁초와 발음이 흡사한 데서 겸사겸사 지어진 것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그러면 그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우스갯 소린인가요? -.-;; 궁금해요. 가르쳐 주세요...^^

水巖 2004-03-05 07:54   좋아요 0 | URL
냉.열.사.님 어려운 숙제내요. 우선 공초 오상순 평전(정공채 저)의 오상순 연보를 보면 -
<1953년 만 59세> - [청동]이나 [향지원]다방 같은 데선 커피 이외에도 점심때쯤엔 주로 우유에 계란을 넣은 "에그 밀크"로 끼니를 때우곤 해서 찻집 아가씨들이 공초의 <꽁초>란 별명 이외에도 <에그 밀크>란 또 하나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다. 그리고 담배는 [하루 한 대 피운다]로 통하기도 했다는데 한번 붙인 담뱃불이 내내 이어져서 그렇게 불린 것이다.
이것을 보면 꽁초란 이무렵에 불린것이 아닌가 싶군요. 공초란 호는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기독교에서 불교로 입문했고 또 거기서도 [뛰쳤다 空超]라고 했으니1926년 이후 가 아닐가 싶군요.

비로그인 2004-03-05 15:11   좋아요 0 | URL
너무 상세한 설명에 뭐라 감사해야 할 지...
공초의 개인적 얘기까지 곁들여서 해 주시니, 작가의 숨겨진 일면 하나를 더 알았다는 기쁨, 정말 큽니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