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잔 술 >

                           - 공초 오상순 -

       

        나그네  주인이여
        평안  하신고
        곁에 앉힌  술  단지
        그럴법  허이
        한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잔  한잔 또 한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길은 머네.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이거  어인 일
        한잔  한잔 또  한잔
        끝도  없거니
        심산유곡  옥천 샘에
        홈을  대었나
        지하  천척 수맥에
        줄기를  쳤나
        바다를 말릴망정
        이  술 단지사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좋기도 허이
        수양은 말이  없고
        달이  둥근데
        한잔  한잔 또 한잔
        채우는  마음
        한잔  한잔 또  한잔
        비우는  마음
        길가에  펴난 꽃아
        설어를 말어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한잔  더  치게
        한잔  한잔 또  한잔
        한잔이  한잔
        한잔  한잔  또  한잔
        석잔이  한잔
        한잔  한잔  또  한잔
        아홉잔도  또  한잔
        한잔  한없어
        한없는  잔이언만
        한잔에  차네
        꿈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나그네  주인이여
        섪기도  허이
        속  깊은  이  한잔을
        누구와  마셔
        동해바다  다  켜도
        시원치  않을
        끝없는  나그네  길
        한  깊은  설음
        꿈인양  달려보는
        하염없는  잔
        꿈  같은  나그네  길
        멀기도  허이 !


       

  한때는 공초의 <한잔술>을 외우면서 말술을 마셨네.
  한됫술에 자연과 친하고 한 말술에 자연과 합친다고 이백을 노래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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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3-04 16:51   좋아요 0 | URL
공초 오상순은 담배를 많이 피고 횡보 염상섭은 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공초도 술을 많이 마셨던 모양입니다.

水巖 2004-03-05 08:13   좋아요 0 | URL
공초 선생님은 명동에 있는 청동다방에 늘 계시고 그분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담배도 사다드리고 글도 쓰고 해서 <청동문학>이라는게 탄생했었죠. 새파랗게 젊던 그 시절에 몇 차례 뵈울 수 있던 행운도 있었답니다. 우리는 "동방문화싸롱"에 자주 들렸고 그 건너 선술집에도 자주 갔었죠. 1957,8년도 이야기죠. 이 시는 1928년에썼으나 1949년 [문예-文藝]지 12월호에 발표됬다는군요.
다음에 공초 오상순 이야기 쓸게요.

비로그인 2004-03-04 20:32   좋아요 0 | URL
^^ 꽁초 공초 오상순, 갈 之 횡보 염상섭...
작가 염상섭의 손녀 중 한 명이 제 대학 동기지요.

水巖 2004-03-05 11:19   좋아요 0 | URL
담배 많이 피워서 공초가 아니구요. 호가 空超 입니다. (空-빌공, 超-뛰어넘을 초)
담배 열갑을 피우셨다는군요.

비로그인 2004-03-04 23:27   좋아요 0 | URL
앗, 할아버지!
전 공초가 꽁초와 발음이 흡사한 데서 겸사겸사 지어진 것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그러면 그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우스갯 소린인가요? -.-;; 궁금해요. 가르쳐 주세요...^^

水巖 2004-03-05 07:54   좋아요 0 | URL
냉.열.사.님 어려운 숙제내요. 우선 공초 오상순 평전(정공채 저)의 오상순 연보를 보면 -
<1953년 만 59세> - [청동]이나 [향지원]다방 같은 데선 커피 이외에도 점심때쯤엔 주로 우유에 계란을 넣은 "에그 밀크"로 끼니를 때우곤 해서 찻집 아가씨들이 공초의 <꽁초>란 별명 이외에도 <에그 밀크>란 또 하나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다. 그리고 담배는 [하루 한 대 피운다]로 통하기도 했다는데 한번 붙인 담뱃불이 내내 이어져서 그렇게 불린 것이다.
이것을 보면 꽁초란 이무렵에 불린것이 아닌가 싶군요. 공초란 호는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기독교에서 불교로 입문했고 또 거기서도 [뛰쳤다 空超]라고 했으니1926년 이후 가 아닐가 싶군요.

비로그인 2004-03-05 15:11   좋아요 0 | URL
너무 상세한 설명에 뭐라 감사해야 할 지...
공초의 개인적 얘기까지 곁들여서 해 주시니, 작가의 숨겨진 일면 하나를 더 알았다는 기쁨, 정말 큽니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