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을 가진 분이 계시거던>

                                                     -  李    漢    稷  -

 

       

        지금  저기  찬란히  피어  오르고  있는
        저  꽃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모진  비바람과
        炎熱과  酷寒의  기후를  견디어
        지금  노을빛  꽃잎을  벌리려하는
        저  꽃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걷운  젊은이들이
        마산에서  세종로에서
        그러고  효자동  저  電車  막닿는  곳에서

 
        뿌려놓은  값진  피거름  위에
        지금  저기  눈도  부시게  활짝  꽃잎을  연
        저  꽃의  이름은  대어  주십시요

 
        추근추근히  말을  안  듣고
        속을  썩이던  놈도  있었지요
        先生님  술  한  잔  사주세요  하고
        어리광  부리던  놈도  있었지요
        가정교사  일자리를 부탁하던  놈도  있었지요

 
        옳은  일을  하라더니  왜  막느냐고
        말리는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간  놈들이었읍니다

 
        늙어서  마음이  흐려지고
        怯濡(겁유)한  까닭으로  독재와  타협하던
        못난  교사는  눈물도  말라버린채
        노을빛  꽃송이를  바라봅니다

 
        깨끗한  손을  가진  분이  계시거던
        이  앞으로  나와  주십시요

 
        나대신  저  꽃송이  위에
        살며시  그  손을  얹어  봐  주십시요

 
        그  놈들의  뜨거운  체온이
        그대로  거기  느껴질  것만  같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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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5-04 19:19   좋아요 0 | URL
눈물 날것만 같읍니다. 지금은 지나간 세대라고, 덕지덕지 때묻은 세대라고, 그래서 도태되어야 할 세대라는, 그래서 투표쯤은 던져버리고 쉬시라고 고려장을 당하고 있는 저 4.19 세대, 그때에도 기성 세대는 있어서 깨끗한 손으로 그 꽃을 대신 만져 달라던 겸손한 기성 세대가 있었군요.

기성 세대는 항상 있어 왔고, 때 안묻은것 같은 새 세대는 항상 있어 왔고, 때 안 묻은 기성 세대도 있어 왔고 기성세대 보다 더 때 묻은 새 세대도 항상 있어 왔고.......


 

          <오빠와 언니는 왜 총에 맞었나요>

                                                     -  강  윤  희  -


       

         !  슬퍼요
        아침  하늘이  밝아  오며는
        달음박질  소리가 들려  옵니다
        저녁  노을이 사라질  땜면
        탕탕탕탕  총  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침 하늘과  저녁  노을을
        오빠와  언니들은
        피로  물  들였어요
        오빠  언니들은  책가방을 안고서
        왜  총에  맞았나요
        도둑질을  했나요
        강도질을  했나요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점심도  안  먹고
        저녁도  안  먹고
        말  없이  쓰러졌어요.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잊을 수  없는  四月 十九日
        학교에서  파하는  길에
        총알은  날아  오고
        피는  길을  덮는데
        외로이  남은  책가방
        무겁기도  하더군요
        나는  알아요.  우리는  알아요
        엄마  아빠  아무  말  안해도
        오빠와  언니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
        오빠와  언니들이
        배우다  남은  학교에서
        배우다  남은  책상에서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

    

 

 


        (수송국민학교)

 

  < 뿌린  피는  영원히 > 이런 시집을 아십니까?

  韓國詩人協會 編이고,  春潮社 발행이고,  발행일자는 1960년 5월 19일 입니다.
  제1부에는 학생들의 시가 22편이고  제2부에는 현역  시인이 17명이 참여했읍니다.
  한국시인협회가 4.19 한달만에 급히 서둘러 이책을 준비하고 사월혁명희생학도추도시낭송의 밤을 그 당시 효자동 근처에 있던 진명여고 강당에서 갖었읍니다. 물론 이 水巖도 참석했죠. 그리고 이 詩集도 그곳에서 구입했던것 같습니다.  四十四年前인가?   참 세월 한번 빠르네 !!!

  4월의 애송시는 여기에서 19편만 골라서 게재하여 그때를 회상하며 죽어간 학생들의 넋을 기려보겠읍니다. 

   위에  시는 당시 수송국민학교(초등학교)에 다니던 한 여학생의 시입니다.
 당시는 초등학생이라도 이 분은 최하 54세 이상입니다.
  수송국민학교는 광화문 교보 근처 지금의 종로 구청입니다. 
  데모의 중심지는 광화문이였죠. 중앙청앞으로 옮기고 다시 효자동 입구를 향해 돌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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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황>

        울고  싶은만큼
        비를  맞으며

        몸부림  치고  싶은  만큼
        거리를  헤매였다.


        술을
        외로운만큼  마셨고


        그리고
        山처럼
        咆哮(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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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2004-04-08 16:48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께서 쓰신 거예요?
 

                  < 송화강의 뱃 노래 >

                                                  -  김  동  환  -

 

        

        새벽  하늘에  구름짱  날린다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구름만  날리나  
        내  맘도  날린다

 
        돌아다  보면은  고국이  천리련가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온  길이  千里나
        갈  길은  萬里다

 
        산을  버렸지  정이야  버렸나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지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강물만  우더냐
        장부도  따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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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6 12:40   좋아요 0 | URL


 

 

 

 

 

 

 

 

 

 

 

 

어제 할아버지 서재에서 김동환의 시를 보고, 집에 가서 열심히 책들을 뒤져 찾아 냈어요.

1960년대 간행된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라는 시집인데, 역시 외할아버지께서 보시던 책이구요.

시집 첫 장에  사인이 있는 김동환의 사진이 있더라구요. ^^ 

비록 인쇄된 김동환의 사인이지만, 작가의 자필 서명을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김동환의 시는 국어 시간에 꼭꼭 배웠었는데, 요사이엔 "우리 나라의 최초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의 작가이다"...그 정도로만 다루어 지고 있는 것 같아요.

김동환의 친일 행각의 영향 때문이겠지요...


水巖 2004-03-27 14:32   좋아요 0 | URL
이렇게 그림을 실어주는 방법도 있었네요. 고마워요.
왜 가녀린 감정의 문필가들을 혁명투사의 잣대로 항일이다, 친일이다. 하고 잘라버리는지요? 시인은 시로, 소설가는 소설의 잣대로 평가해야 되는것 아닌가요? 나는 巴人의 시가 참 좋더라. "열여덟 이 계집애야, 눈도 없나 귀도 없나?" 얼마나 멋진 표현에요? 또, "난 모르오 평양성에 해 안뜬데도 웃은죄 밖에." 요 깜찍한 오리 발 보세요? 생글 생글 웃던 눈 웃음은 살짝 뺀체...

水巖 2004-03-27 14:28   좋아요 0 | URL
냉.열.사님! 김동환의 친일 행각의 영향이란 글을 보고 [예술 주변 이야기]에 巴人의 <해당화> 검열 받던때 이야기를 (<돌아 온 날개> 서문)전재 했는데 그래도 친일 이였을 까요?
 

                   < 안 압 지 >

                                    -  김  동  환  -

 

       

        천년  묵은  안압지도

        돌  던지니  퉁  소리  있더라

 

        열 여덟  이  계집애야

        눈도  없나  귀도  없나

 

        (1901 ~  ? )  함경북도  경성 출생.  호는  巴人.  아명(兒名)은  三龍  6.25때 납북
        저서로는  제1시집 < 국경의 밤> 1925년.  <승천하는 청춘>
       제 3시집 < 삼인 시가집> (주요한, 이광수와 함께) 1928년
       제 4시집 <해당화> 1942년 등이 있음.
       ※  1924년 [금성]에 <적성을 손가락질 하며>로 등단.
            1925년 "카프"에 가담.    소설가 崔貞熙 씨의 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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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6 12:43   좋아요 0 | URL
앗, 최정희 말씀하셔서 지금 생각난건데....
김동환이 소설가 김지원, 김채원의 부친되시죠? 아닌가요? -.-a

水巖 2004-03-26 12: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최정희씨 이름 쓰면서 딸이 둘인데 이름이 갑작이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참 이렇게 기억력이 없어서야 하면서 책더미 찾는것도 구찮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우리 냉.열.사님한테 발각됐구나 ! 고마워요. 생각나게 해 줘서.

비로그인 2004-03-26 14:0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할아버지? ^^*
저도 확실치 않아서 여쭤본 건데...
근데 두 작가가 이복 자매 아니던가요?
아아.....저도 자꾸 헷갈려요. 할아버지~ ㅠㅠ

水巖 2004-03-26 15:43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이복이라면 납북 이전에 파인이?
그런건 잘 모르겠네요. 민감한 사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