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꼭 한 명 이상은 존재하고 있을( 어쩌면 그것이 나일 수도 있는 )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친숙함으로 무장한 이른바 ‘하이퍼리얼리즘’ 책이다. 대한민국 직장생활과 부동산에 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으로 어느새 세번째 책이 나오면서 시리즈가 되었다.
이직과 전직, 결혼과 출산, 퇴사와 은퇴 등 직장인들의 라이프 사이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겪다보면 누구나 진정한 ‘경제적 자유’ 를 꿈꾼다.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보게 되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 또한 책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처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과장 편
송희구 지음
서삼독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서울 자가’ 와 ‘대기업’, 그리고 ‘부장’ 이라는 제목의 단어들이 주는 어떤 안정감과 믿음? 사회적 지위? 같은 것? 그런데 그런 것을 걷어내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김 부장 편(1권), 정대리.권사원 편(2권)에 이어 이번 세번째 권에서는 송과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었던 이들은 이야기의 배경과 직장 에피소드 등에서 <미생>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멘토 격인 박 사장과의 대화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나 <바보 빅터> 류의 책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냥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자네보다 조금 더 아는 것뿐이지. 나도 처음에는 아주 얄팍했는데 그 얄팍한 것들이 층층이 쌓이니까 두툼해진 것뿐이야. 이건 학벌이나 아이큐나 배경 같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야. 내가 왜 일을 하는지,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왜 그런 목표를 정했는지, 혹시 목표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결국 파고들다 보면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되더라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자네는 이런 생각 해봤나?
- p174
내용은 부동산을 비롯한, 여러 경제적 투자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있지만, 그것들이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보다 나은, 행복한, 혹은 충만한 인생을 위한 투자라는 것. 덕분에 이 책이 자기계발서이자 인생’투자서’ 처럼 읽히게 된다. ‘재능이란 게 특별히 뛰어난 게 아니라 꾸준함’( p345) 이라던가, ‘더 중요한 건 시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p346) 라는 조언들만 봐도 그렇다.
기차를 타려면 목적지를 정하고, 표를 사고, 역에 가서 플랫폼이 어딘지 확인하고 타야 하잖아. 그리고 기차표를 지불할 돈이 있어야 뭔가 할 수 있겠지? 그 돈을 모으면서 어느 목적지로 갈지 어떤 기차를 탈지 미리미리 알아보는 거야. 그 기차표 값이 흔히 말하는 종잣돈인데 돈을 모으는 과정은 진부하고 지루하고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그런데 그 종잣돈을 빨리 모으기 위해서 또 주식 사고 코인 사고 그러는 건 절대 안돼
- p348
이 책에 대해 ‘좌충우돌 본격 인생 투자서’ 라고 평한 다른 이의 한줄평에 공감을 눌러본다. 그리고 패기와 열정으로, 좌충우돌 끝에 어느 정도 주변에서 경제적 자유를 찾았다고 여겨지는 송과장은 가장 큰 자산은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제적 자유라…(…)
단순히 재정적으로 자립했다고 해서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 만약에 내가 돈이 많아서 회사를 그만두면 남는 시간에 뭘 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 회사가 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그 압박감으로 생활 패턴이 유지되고 있거든. 그런데 매일매일이 주말 같다면 나는 분명 게을러질거야. (…)
결국 시간이 많은 게 자유로운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쓸 수 있어야 자유로운 거더라고.
-p356
‘인생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주도권이 나에게 있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정말 중요한 진리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향기라고 해야 하나, 무언가를 찾기 위해 삶의 시간을 전부 써버리잖아. 그런데 그 향기를 결국에는 찾지 못하는 것 같아. (…)
그 향기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나고 있는데 그걸 몰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해.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나 미래에서 찾으려고 하거든. 현재 자기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
-p361
송 사원에서 시작한 송 과장의 마무리 편이라서 그럴까. 술술 읽히면서도 밑줄이 빼곡해진다. 이 시리즈는 곧 웹툰으로도 나오고, 드라마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매체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