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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평점 :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 살며 나는 혼자만의 이상적인 삶을 꾸렸다. 내게 딱 알맞은 집과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직장, 그리고 문화생활에 접근성까지. 회사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다. -p35"
자신의 세계는 난공불락과 같다고 표현하는 주인공은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고 타인에게로 향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40대 싱글여성이다. 주인공이 애정을 쏟는 유일한 대상은 사무실과 집에 있는 선인장 뿐이라니. 주인공의 첫 인상은 내게 까칠하게 다가왔다.

캑터스
The Cactus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시월이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동생에게만 유산을 물려준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수잔. 정당한 유산 배분을 주장하기 위해 사이가 안좋은 남동생과 맞서기로 한다. 그런데 싸워야 할 상대가 또 있었으니. '마흔 다섯의 나이에 독신이며 한정적인 수입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임신 초기였던 것. '오래전부터 내 인생엔 남편도, 아이도 없을 것이라고 결정했고, 나 혼자만의 삶을 완벽하게 꾸려야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녀는 이 새로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서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깔끔한 데이트 상대로 만났던, 아기의 생물학적 아빠인 리처드는 아기에 책임을 지고 싶어한다. 수잔은 '그는 똑똑하고, 아주 예의 바르고, 유별나게 유쾌했으며 잘생겼고, 취향도 좋고, 돈벌이도 꾸준하고, 나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 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내가 누군가와 내 삶을 나누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가 리처드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 라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았던 임신 기간의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의 개그코드는 문득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편을 떠올리게도 한다. 주인공끼리 주고 받는 대화들 또한 위트 넘치는 유머가 종종 담겨있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캑터스」 도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도 영국이 배경인 터라( 원작소설이 영국작가이기도 하고 ) 비슷한 느낌인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여주인공의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소설의 이야기는 어느 8월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이듬해 3월로 맺는다. 그 기간 동안 수잔은 자신의 임신으로 인한 새로운 삶을 찾아야하고, 어머니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싸움에서 이겨야하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한다. 그 가운데 동생 에드워드와의 갈등을 통해 수잔이 까칠해질 수 밖에 없던 어린 시절의 일화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결국 숨겨졌던 비밀이 밝혀진다.
캑터스(Cactus), 즉 선인장이라는 제목. 수잔이 키우는 선인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뾰족한 가시를 세운채 주위의 접근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의미하는 듯 하다. 이야기 전개 속에서 그녀가 가시를 세우게 된 사정들을 알게 되면서 소설 초반 까칠하게 느꼈던 그녀에 대한 인상이 바뀌어갔다. 수잔 주변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웠던 가시를 내려놓은 수잔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동생을 비롯하여, 남편이라는 존재까지 거부했던 그녀가 가족이란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읽는 이들을 따뜻한 감동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