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조각조각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3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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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아기를 벗어난 아이들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만의 감정들이 생기는 거지요. 어떤 친구가 왠지 신경쓰이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잘해주고 싶기도 해요. 어떤 친구는 일부러 장난을 쳐서 귀찮게 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홉살 미셸에게도 그런 감정이 찾아온 듯 하지요. 기분이 좋아졌다가 덩달아 고민도 많아지고 있어요. 미셸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내 마음이 조각조각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3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 /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36쪽 | 162g | 175*235*15mm

시공주니어

올리비에 탈레크는 사소한 사건들과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
- 올리비에 탈레크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어린이의 속마음을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어루만지는 화가 올리비에 탈레크와 마치 어린이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를 때는 어떻게 협업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올리비에 탈레크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네요.

글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 전 원고를 읽은 뒤, 책상 옆으로 밀어두고 일부러 며칠 간 보지 않습니다. 절대 원고를 펼쳐놓고 보면서 그림 그리지 않아요. 저에게 다른 사람이 쓴 모든 글은 질문입니다. 그림이라는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죠. 처음 원고를 읽은 뒤 며칠 간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제 내면에서 그 글을 소화하고 저만의 해석을 내줄 때까지 두고 보는 겁니다. <중략>

저는 그림책을 만들 때, 등장 인물 속으로 들어가 연기합니다. 배우가 하는 일과 똑같아요. 간 떨어지게 놀라서 뛰는 장면을 그리고 싶을 땐 아틀리에에서 혼자 이리저리 뛰어보면서 느낌을 찾습니다. <중략>

자기 감정을 잘 모른다면 누군가에게 공감을 느끼는 일도, 그것을 해석해 뭔가를 창작하는 일도 어려울 겁니다.


출처 : 에디터C 유럽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364eve/220385204268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두사람이 함께 풀어낸 이 동화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음의 크기를 넓혀 가는 남자아이를 그린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의 부모인 저는 더욱 책의 내용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지요.

남자아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여자아이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아홉 살 남자아이 미셸. 녀석의 눈에 여자애들은 '크게 웃고, 서로 비밀 얘기를 하고, 손을 잡고 다니며, 이따금 착하기도 한데, 여럿이 모이면 갑자기 말을 비꼬고 비웃고 시작하는' 이상한 아이들입니다. 여자아이들을 외면하는 녀석의 표정이 딱 밤톨군이 자주 보이는 표정이랍니다.

그런 미셸의 눈앞에 이제껏 만난 어떤 아이와도 '다른' 여자아이가 나타납니다. 바로 프랑스에서 전학 온 카르멘이라는 친구지요. 단짝친구였던 말리크의 집에 잠시 살게 되었다네요. 카르멘 아빠와 말리크 아빠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서로 직장과 집을 잠시 바꾸었다고 해요.

선생님이 정해 준 대로 카르멘의 학교생활 도우미가 된 미셸은 점점 카르멘과 함께 걷는 길이 즐겁고, 만나면 가슴이 설레고, 그 아이 때문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밤톨군 녀석도 일학년때는 살짝 관심있어 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던 듯 했어요. 음, 책 속 미셸의 엄마처럼 살짝 호들갑(?)을 떨기도 했네요. 책을 읽다가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게 됩니다.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녀석은 무엇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며 '지금은 없다' 라고 합니다. 미셸처럼 엄마를 못 믿는 눈치네요.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 모른척 할 걸 그랬나봐요.

매일 아침, 나는 계단을 쏜살같이 뛰어 내려가 아파트 밖으로 달려 나가요.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려요. 모퉁이를 돌면 그 애가 환하게 웃으며 와요. p14


카르멘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스 같았어요. p22

이렇게 가슴이 설레다가도, 어느 날은 침대를 눈물로 적시기도 하지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아이의 표현이 너무나도 섬세하고 어여뻐서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너무너무 슬펐어요. 카르멘이 내 가슴속에 벌레잡이 식물을 키운 것 같아요. 그 식물 주위에는 나비들이 날라다녀요. 그래서 카르멘이 내게 미소를 지을 때면 내 가슴이 간지러운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벌레잡이 식물이 내 심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어요. p26

벌레잡이 식물이라니!  밤톨군은 읽으며 단번에 그 느낌을 이해한 듯 했어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쉽지만 이렇듯 아이의 기쁨과 슬픔, 설레임과 감동이 모두 담겨있지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풍부한 색감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입니다. 부드러운 푸른색이 감도는 배경은 카르멘을 마주칠 때마다 붉어지는 미셸의 얼굴색과 감정의 변화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도록 했다고 하지요. "인물의 배치, 배경과 사물의 구성 등은 회화적이면서도 디자인적인데, 이는 올리비에 탈레크가 뒤페레 응용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경험과 광고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결과"( 그림책, 세계의 작가들 / 시공주니어) 라고 작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의 그림 덕분에 아직 그림책에 익숙한 저학년 아이들이 더욱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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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만들기 펀메이크펀 fun Make fun
딘 맥케이 글.그림, 이미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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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 책에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요? 최근 여러 출판사에서 새로운 '만들기' 도서들이 새로이 출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원래 해당 분야의 도서들은 꾸준히 나오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진 경우는 ( 아이의 도서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는 ) 처음 만나보았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면 유아/아동 도서에서 주제의 흐름은 출판사마다 비슷하게 보여주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교과과정이 개편된 후로 수학동화들이 쏟아지고, 사회가 인권에 관심을 보이면 아이들 책에도 '인권'에 관한 책들이 나오고, 앨리스 1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앨리스' 도서들이 다시 조명된 것처럼요.


아이들 책의 흐름도 이 사회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 출간된 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어떤 흐름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고, 오감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 흐름일까요. 어쨌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밤톨군 부모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요. 여러 출판사의 시리즈 중 우선 펀메이크펀 시리즈 중의 한 권을 만나보았습니다.


좀 더 다채로운 창의적인 시도, 폭넓은 응용, 실험적인 경험을 도와주는 펀메이크펀은 아이들 스스로 만들면서 성취감과 표현력을 키우는 공작 북키트입니다. 창의력과 응용력을 한창 키울 나이에 학원과 학습으로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세요.


-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면 아이들의 표현력, 창의성, 응용력 그리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자극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나와있는 시리즈는 아래와 같은 다섯가지네요. 남아와 여아들의 취향을 골고루 배려한 듯 하지요. 


 

펀메이크펀( fun Make fun ) 시리즈.



 

밤톨군이 맨 처음 만나본 것은 「종이 비행기 만들기」입니다. 방과후 활동으로 「항공과학」을 한참 배운 후로는 날리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게다가 평소 종이접기나 종이로 만드는 페이퍼토이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녀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죠.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항공 용어' 에 대한 설명과 기본적인 종이접기 용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이접기 용어의 경우 종이비행기를 만들 때 자주 쓰는 것들을 주로 설명해둔 터라 다소 간단합니다. 종이접기의 수준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설명이 간단한 듯 해도 어느 정도 종이접기를 해 본 초등 저학년에게는 무리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배꼽 종이비행기』, 『투창 종이비행기』, 『애프터버너 종이비행기』, 『나카무라 종이비행기』 이렇게 네 종류의 비행기 만드는 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뒤에 여러가지 도안을 제공하여 아이가 마음에 드는 색과 무늬로 비행기를 다양하게 접어볼 수 있게 하기도 했죠.



 

녀석은 좋아하는 파란색 패턴을 고르고 『배꼽 종이비행기』를 뚝딱 만들더니 곧바로『투창 종이비행기』도 만들기 시작하네요. 도안에 그려진 선들은 접을 때 맞춰 접으면 되니 꼼꼼하게 아이들을 배려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각종 스티커들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만든 종이비행기를 멋지게 꾸며볼 수 있게도 하였더군요.  



 

비행기 종류가 네가지 밖에 되지 않아 매우 아쉬워하는 녀석을 위해 종이비행기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놀이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날리는 것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함께 게임을 하며 놀아볼 수 있어 좋습니다.



부록으로 게임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게임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냉장고에 붙여놨던 과녁과 함께 밤톨군 가족은 두가지 게임을 함께 즐기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종이비행기 대회의 역사도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967년에 국제 종이비행기 대회가 최초로 열렸고, 현재 2009년 4월에 달성된 27.9초의 기록이 세계 기록이라고 하네요. 작가는 어려서부터 종이비행기 날리는 것을 좋아해왔고, 온라인 종이비행기 박물관( http://www.theonlinepaperairplanemuseum.com ) 에 종이비행기 접는 방법을 800여종이나 올려놓았기도 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종이비행기 접는 방법이 궁금한 분은 위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될 듯 하지요. 실제로 방문해보니 800여개라는 것이 어마어마한 숫자더라구요. 밤톨군과 만들어보기 위해 Classification 이 'Folding' 인 것들을 골라 몇가지 저장해두었지요.



예를 들면 이 Office Max Plane 도 제공된 도안을 이용하여 만들어볼 수 있을 듯 하더라구요. 가위를 사용하는 부분이 추가되었긴 하네요.
 

 

 

아이가 여러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고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집니다. 다음은 돌멩이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보고프네요~. 아마도 밤톨군보다도 제가 더 좋아하는 듯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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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밤이와 안녕할 시간 스콜라 꼬마지식인 13
윤아해 지음, 조미자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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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이유와 종류가 여러가지이듯 그 이별로 겪는 슬픔을 극복해내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림책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아 놓은 듯한 지식정보그림책 한권을 들여다보며 그림책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올랐지요.


올해 어느 여름, 그림책 모임에서  201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한「이젠 안녕」(마거릿 와일드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떠오릅니다. 원제가 'Harry and Hopper' 인 이 책은 해리와 그의 단짝인 강아지 호퍼에 대한 이야기로 호퍼의 죽음으로 둘은 이별하게 되지요. 할로윈 데이를 배경으로 하는 「뼈다귀 개」(에릭 로만 글/그림) 도 사랑하는 반려견 엘라와 헤어진 거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두 책 모두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존재와 이별하는 것의 의미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하여 담담하게 보여주었던 그림책입니다. 반려견보다 더 큰 존재인 엄마와의 이별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있죠. 「무릎 딱지」(샤를로트 문드리크 글/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을 함께 읽다보면 늘 제가 먼저 펑펑 울게 됩니다. 한 꼬마 아이가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후 겪는 감정을 보여주죠. 아이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분노하고 부정하다가 그 감정이 점차 애틋한 그리움과 집착으로 바뀌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슴 속의 다친 '무릎 상처'에 딱지가 앉고 매끈한 새살이 나는 것을 경험하지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많은 이별을 경험하게 되지요.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조금씩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을 배워나가게 되겠지요.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존재나 세상과의 만남이 중요하듯 어떻게 이별을 하느냐 역시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을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겠지요.



밤밤이와 안녕할 시간

윤아해 글/조미자 그림

44쪽 | 153*224*15mm

스콜라



 

책 속 아이도 사랑하는 반려견 밤밤이를 잃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지요. 주인공 아이의 마음을 따라 이야기를 들려주며  '곰돌이가 가르쳐 주는 이별 방법' 을 한 개씩 들려줍니다.




어른이었던 저도 '촐랑이' 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없던 갑작스러웠던 이별이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녀석이 코 끝을 들이밀 때 느껴지는 촉촉함. 품 속에서 꼬물꼬물하던 감촉. 산책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다가 낯선 사람이 오면 제 뒤로 가서 숨던 모습. 사람들이 밥 먹으면 식탁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자신도 먹을 것을 달라며 꼬리치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책 속에서 설명하는 여덟가지 방법들은 단계이기도 하고, 각각이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별을 맞이해보지 못한 아이라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죠.



다만 지식정보그림책이기에 조금 어린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방법을 표현한 이 책을 읽기 전에, 위에서 소개드린 것과 같은 다른 그림책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우리에게는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느껴가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 소개한 것 처럼 슬픔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해보는 시간도 좋겠지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책 속에서는 아이들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무조건 이겨내라고 몰아가거나, 과도하게 위로를 하는 것이 아닌 아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도 생각해보게 하지요. 함께 울어주는 것이 필요할 때는 함께 울고, 묵묵히 지켜봐줘야 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모습. 여전히 오늘도 아이의 책은 제게는 또다른 육아서가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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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무 생각하는 숲 18
김향이 글, 한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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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連 : 이을 연 
理 : 이치 리, 결 리 
枝 : 나뭇가지 지

우선 글자 그대로의 자연현상을 보면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말합니다. 본래 연리지의 고사는 '후한서(後漢書)' 의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가 유래라고 합니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앞에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어 성장하더니 결(理)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리지 [連理枝] (두산백과)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위의 유래처럼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였으나,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시 '장한가(長恨歌)' 에서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 연리지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등, 점차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고 하지요. ( 비슷한 것으로 연리목이라는 것도 있는데, 연리지는 가지가 연결된 것이고 연리목은 나무 줄기가 연결된 것으로 모두 희귀한 현상으로 여겨지지요. 연리목은 연리지에 비해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편이라고 하는군요. ) 국내에는 소나무 연리지, 동백나무 연리지, 참나무 연리지 등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여기 또다른 소나무와 등나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각하는 숲 」시리즈의 한 권이지요.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거리를 주려나요.


사랑나무
김향이 글, 한병호 그림
생각하는 숲 - 18
52쪽 | 348g | 180*250*15mm
출간월 : 2015년 08월
시공주니어

수목원의 자랑거리인 소나무에게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누군가 부르지요. 한참 내려다보며 겨우 찾은 것은 아주 가늘고 여린 등나무. 등나무는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것 같다며 좋은 이웃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죠. 날이 갈 수록 소나무는 몸이 갑갑해짐을 느꼈지만 등나무의 사정에 참아내었지요. 소나무는 어쩔 수 없이 등나무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수목원에 놀러온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진 등나무는 제 잘난 맛에 줄기를 사방으로 뻗고, 소나무 껍질이 갈라지고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등나무 넝쿨이 무성해질수록 소나무는 기운을 잃어갔지요. 결국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놓았어요.


 
눈엣가시 같던 소나무가 없어지자 홀가분할 줄 알았던 등나무는 날이 갈수록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죽은 소나무에 이끼와 버섯과 각종 벌레들, 새들이 찾아오지요. 등나무는 침입자라 생각하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는 모두의 집이 되었습니다. 문득「선인장 호텔」(마루벌) 이 생각나는 장면이었어요. 등나무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침입자들은 이웃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기도 언젠가는 소나무처럼 자기 몸을 내주고 숲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두요. 등나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지요.




하늘은 등나무에게 기회를 준 것일까요. 어느날 죽은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에서 싹 튼 어린 소나무를 만납니다. 이제 어린 소나무를 지켜보며 가뭄 들면 목이 탈까 마음 졸이고, 홍수 나면 쓸려 갈까 몸이 달았죠. 이전 기억을 떠올리며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세월이 흘러 대를 이어 두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에 관리인은 '사랑나무' 라는 팻말을 세웁니다. 어린 소나무에게 피해를 줄까 다가가지 못했던 등나무와 소나무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따로 또 같이 어우렁더우렁 살아낸 세월은 꽃으로 피어났다" 라고 표현되어 있지요. '어우렁더우렁' 처럼 여러가지 아름다운 표현들이 글 속에 가득합니다. '도깨비 작가' 라고 익숙해 있던 한병호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도 꽤 인상적이랍니다. 사실 서정적인 그림은 같은 출판사의 「수달이 오던 날」(시공주니어)로 먼저 만나보았던 터라 더 반갑기도 했습니다. '동양화에 뿌리를 둔 독창적 기법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은' 작가로서의 역량이 이 그림책에서 제대로 발휘된 듯 해요.

한병호 작가소개, 네이버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97&contents_id=3477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조용하게 일깨워주고 있는 듯 합니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던가요. 그러나 그 갈등을 서로 잘 참고 견디고 해결해나가며 살아낸 세월은 책 속 연리지처럼 멋진 꽃을 피우게 되겠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시공주니어) 에서 나무가 부모와 자식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준 것처럼 이 책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인 저로서는 어린 나무를 너무 옭아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라고 느낍니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겠지요.




사랑나무를 직접 보여주고 싶어 검색하니 몇몇 연리지 나무들은 함께 생을 마감해서 아쉬움을 자아냈어요. 2003년에 발견되어 '사랑나무' 로 먼저 알려진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 연리지는 2009년 가을을 전후해 한그루가 잎이 붉게 변하면서 말라 떨어지는 등 시름시름 앓다가 먼저 죽고, 이후 나머지 한그루도 같은 증세를 보이자 괴산군청에서 영양제를 놓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결국 죽고 말았다고 해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의  동백나무 연리지는 2010년 태풍 콘파스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하네요. 남아있는 연리지로 충청북도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옛길의 참나무 연리지가 검색되어집니다. 이 곳은 트래킹 코스도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쉬엄쉬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듯 하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연리지를 찾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밤톨군의 눈에는 실제 사랑나무가 어떻게 보일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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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의 컬러링 일기
구작가 지음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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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이켜보니 지난 주에는 두가지 컬러링 작업을 했다.


첫번째는 아이의 방의 페인트칠. 아이가 직접 고른 어쥬어 스카이(azure sky) 라는 색의 페인트를 벽에 도색해주기 위해 프라이머(젯소) 작업 등 준비작업이 많았다. 벽지 위에 바르면 쉽게 끝날 일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 벽지를 호기롭게 벗겨내는 바람에 엉겁결에 초배지 도배까지 경험해야 했던 파란만장한 작업이었다. 무엇인가 벽에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두번째 컬러링으로 이 책을 펼쳤다.



컬러링북의 인기는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고 한다. 작년 가을무렵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컬러링북의 원조 격인 「비밀의 정원」이 한국에서도 출간되면서 컬러링북 열풍이 시작되었던 듯. 컬러링북의 열풍을 보면서 '어른들의 색칠놀이려나. 키덜트를 위한 것인가? 복잡한 도안을 보면서 과연 힐링이 되기는 하는걸까' ( 오히려 나같은 사람은 선 밖으로 나가면 스트레스 일지도 모르겠다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한 권을 골라 직접 해보니 몰입효과는 최고다. 잘 칠해보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으니 복잡했던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사각사각' 색연필을 칠하는 소리도 경쾌하다. 누군가 색칠놀이는 오감을 쓰는 것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다.


전문가들은 컬러링북의 유행에 대해 "아트 테라피"와 "안티 스트레스" 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디지털 시대 속에 사는 사람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는 경향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서 잊고 살았던 도구로 색을 칠하며 어릴 적의 색칠놀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가 되는 것이라고. 또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잡념이 사라지며 '힐링'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도구부터 갖추어 놓는 사람이 있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본격적인 색칠을 해보기 전에 남들처럼 파버 카스텔이니 프리즈마등의 여러색의 색연필을 갖추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아들녀석이 여기저기서 선물로 받아놓은 색연필을 보니 새로 사기가 미안해지는 마음은 뭔가. 결국 녀석의 색연필들을 그러모아 색칠을 시작했다.




이 그림을 그린 구작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한다. 들리지 않는 자신을 대신해 좋은 소리를 많이 들으라고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려내며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는 책을 펴냈다. 지금은 빛도 잃어가고 있지만 씩씩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그린 컬러링북( 일기 )을 펴내며 희망을 담아내었다.  작가의 '소소한 즐거움', '따스한 즐거움', '달콤한 즐거움' 을 느껴보며 함께 책을 완성해본다.




컬러링 도안들은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은 이렇게 복잡한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실력을 키우기 위해 쉬운 난이도의 앞페이지 것들을 도전했다.


 



 

함께 아이의 방을 칠하고( 페인트를 칠하겠다는 생각은 옆지기의 아이디어였다. ) 쉬는 동안 색칠을 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옆지기도 함께 색연필을 잡는다. 둘이서 말없이 한칸 한칸 완성해갔다. 둘이서 마주앉아 무엇인가를 해본 것이 오랫만이었던 듯 하다. 옆지기가 토끼의 몸통을 갈색으로 칠해버려도 괜찮다. 함께 색칠하다보니 완성됐을 때의 전체적 조화를 예상하며 색상 선택에 고심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끌리는 색을 선택할 수 있어 좋다. 밤톨군이 즐겨쓰는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로도 칠해보았다.


 


물론 한 칸에 한가지 색으로 칠하다보니 은근 명암도 줘보고 싶고 다른 색도 써보고 싶다. 색칠 감각같은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색칠해보니 문득 그림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맨 뒷면에 있는 작가의 완성본을 슬쩍 들춰보았다. 전혀 색을 칠할 수 없을 때는 따라해봐도 좋을 듯.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손에 잡히는 색도 틀리고, 힘 조절도 틀려지는 것이 컬러링의 또다른 매력인 듯. 한 페이지를 완성한 후 짤막하게 소감을 기록해 두면 마치 일기를 되돌아보듯 자신의 심리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컬러테라피'라는 것이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컬러테라피' 란 색(色)을 매개로 치료효과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색채디자인개발원 C&D 연구소'라는 곳에서는 상황에 따라 이런 색을 권한다.


1) 빨강 :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2) 주황 :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3) 노랑 :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우울할 때, 운동으로 통증이 생겼을 때
4) 초록 :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주의를 집중하고자 할 때
5) 파랑 :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만들고자 할 때, 바쁘거나 힘겨운 일이 있을 때, 
두려운 마음이 생길 때
6) 보라 :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할 때, 정신적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있을 때

※ 자료: (주)한국색채디자인개발원 C&D 연구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하면 더욱 쉽고, 멋지게 색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손으로 만지고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을 구태여 원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간접 경험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역으로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디지털 세대'로 자라난 우리들에게 기기와 미디어의 발달은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만큼 오감을 활용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앗아갔다. 컬러링 열풍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아날로그적인 놀이로의 회귀는 '디지털 디톡스' 의 하나라고도 말해지는 이유일 듯.



어느덧 「이불이 좋아요」라는 페이지를 완성했다. 밤톨군은 토끼의 귀가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으면 네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더라. 라고 대답해준다. 조각보로 이어진 베니의 이불을 보니 앤 조나스의 '조각 이불' 이라는 그림책도 떠오르고 페트리샤 폴라코의 '할머니의 조각보' 라는 그림책도 떠올랐다. 완성된 그림을 보며 그림책을 떠올리다니 나도 참 못말린다. 그래도 밤톨군의 방을 가족 모두가 페인트를 칠했듯 이 컬러링북도 함께 칠해볼까. 다함께 감상도 적고 그림책처럼 떠오르는 것들도 찾아보고 말이지. 내게는 우리집 남자 두명과 '함께' 하는 것이 최고의 힐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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