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무 생각하는 숲 18
김향이 글, 한병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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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連 : 이을 연 
理 : 이치 리, 결 리 
枝 : 나뭇가지 지

우선 글자 그대로의 자연현상을 보면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말합니다. 본래 연리지의 고사는 '후한서(後漢書)' 의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가 유래라고 합니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앞에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어 성장하더니 결(理)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리지 [連理枝] (두산백과)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위의 유래처럼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였으나,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시 '장한가(長恨歌)' 에서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 연리지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등, 점차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고 하지요. ( 비슷한 것으로 연리목이라는 것도 있는데, 연리지는 가지가 연결된 것이고 연리목은 나무 줄기가 연결된 것으로 모두 희귀한 현상으로 여겨지지요. 연리목은 연리지에 비해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편이라고 하는군요. ) 국내에는 소나무 연리지, 동백나무 연리지, 참나무 연리지 등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여기 또다른 소나무와 등나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각하는 숲 」시리즈의 한 권이지요.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거리를 주려나요.


사랑나무
김향이 글, 한병호 그림
생각하는 숲 - 18
52쪽 | 348g | 180*250*15mm
출간월 : 2015년 08월
시공주니어

수목원의 자랑거리인 소나무에게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누군가 부르지요. 한참 내려다보며 겨우 찾은 것은 아주 가늘고 여린 등나무. 등나무는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것 같다며 좋은 이웃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죠. 날이 갈 수록 소나무는 몸이 갑갑해짐을 느꼈지만 등나무의 사정에 참아내었지요. 소나무는 어쩔 수 없이 등나무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수목원에 놀러온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진 등나무는 제 잘난 맛에 줄기를 사방으로 뻗고, 소나무 껍질이 갈라지고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등나무 넝쿨이 무성해질수록 소나무는 기운을 잃어갔지요. 결국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놓았어요.


 
눈엣가시 같던 소나무가 없어지자 홀가분할 줄 알았던 등나무는 날이 갈수록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죽은 소나무에 이끼와 버섯과 각종 벌레들, 새들이 찾아오지요. 등나무는 침입자라 생각하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는 모두의 집이 되었습니다. 문득「선인장 호텔」(마루벌) 이 생각나는 장면이었어요. 등나무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침입자들은 이웃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기도 언젠가는 소나무처럼 자기 몸을 내주고 숲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두요. 등나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지요.




하늘은 등나무에게 기회를 준 것일까요. 어느날 죽은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에서 싹 튼 어린 소나무를 만납니다. 이제 어린 소나무를 지켜보며 가뭄 들면 목이 탈까 마음 졸이고, 홍수 나면 쓸려 갈까 몸이 달았죠. 이전 기억을 떠올리며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세월이 흘러 대를 이어 두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에 관리인은 '사랑나무' 라는 팻말을 세웁니다. 어린 소나무에게 피해를 줄까 다가가지 못했던 등나무와 소나무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따로 또 같이 어우렁더우렁 살아낸 세월은 꽃으로 피어났다" 라고 표현되어 있지요. '어우렁더우렁' 처럼 여러가지 아름다운 표현들이 글 속에 가득합니다. '도깨비 작가' 라고 익숙해 있던 한병호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도 꽤 인상적이랍니다. 사실 서정적인 그림은 같은 출판사의 「수달이 오던 날」(시공주니어)로 먼저 만나보았던 터라 더 반갑기도 했습니다. '동양화에 뿌리를 둔 독창적 기법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은' 작가로서의 역량이 이 그림책에서 제대로 발휘된 듯 해요.

한병호 작가소개, 네이버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97&contents_id=3477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조용하게 일깨워주고 있는 듯 합니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던가요. 그러나 그 갈등을 서로 잘 참고 견디고 해결해나가며 살아낸 세월은 책 속 연리지처럼 멋진 꽃을 피우게 되겠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시공주니어) 에서 나무가 부모와 자식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준 것처럼 이 책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인 저로서는 어린 나무를 너무 옭아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라고 느낍니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겠지요.




사랑나무를 직접 보여주고 싶어 검색하니 몇몇 연리지 나무들은 함께 생을 마감해서 아쉬움을 자아냈어요. 2003년에 발견되어 '사랑나무' 로 먼저 알려진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 연리지는 2009년 가을을 전후해 한그루가 잎이 붉게 변하면서 말라 떨어지는 등 시름시름 앓다가 먼저 죽고, 이후 나머지 한그루도 같은 증세를 보이자 괴산군청에서 영양제를 놓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결국 죽고 말았다고 해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의  동백나무 연리지는 2010년 태풍 콘파스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하네요. 남아있는 연리지로 충청북도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옛길의 참나무 연리지가 검색되어집니다. 이 곳은 트래킹 코스도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쉬엄쉬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듯 하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연리지를 찾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밤톨군의 눈에는 실제 사랑나무가 어떻게 보일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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