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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ㅣ 비룡소 전래동화 23
소중애 글, 이승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소중애 글 / 이승현 그림
비룡소
책을 창작 위주로 읽어주다가 최근 들어 여러 분야의 책을 함께 읽어주다 보니
어느 순간 밤톨군이 전래 동화에 푹 빠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전래 동화의 무엇이 밤톨군의 흥미를 끌었던 걸까요.
어릴 때는 엄마의 목소리와 관심 때문에, 때로는 그림에서 전해지는 느낌에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제는 이야기의 내용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시기가 된 것이겠지요.
아이는 모험을 떠나고 싶고, 이상한 사람들이나 요정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이런 아이의 꿈을 채워주는 것이 전래동화가 아닐까 합니다.
출처 :
엄마의 독서학교
남미영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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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전래동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물질의 유혹을 이기는 법, 성적인 유혹을 이기는 법, 함정에서 문제를 해결해 내는 법을 주인공을 통해 암시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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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전래동화로 자연스럽게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다.
어린 시절에 터득한 진리는 가치관이 되었다가 점차 판단력으로 자리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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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전래동화는 철저하게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의 도리와 법칙을 가르쳐 주어 예의 범절이 뛰어난 아이로 만들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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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전래동화의 환상은 마법 판타지하고는 구분된다.
들어가는 문이 있고, 나오는 문이 있어서 판타지 중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 | |
또한 전래 동화는 구전으로 내려온, 조상들의 기억력에 의지해
그때 그때 자신의 가정에서 전해주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 속에 살짝 넣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하죠.
마침 저희 가정도 그랬습니다.
이름에 대하여 밤톨군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아이아빠가
" 김수한무~ " 로 시작하는 긴 이름이 있단다. 라며
우리 시대에 한창 또래끼리 외웠던 이름을 검색해서 들려주었었죠.
돌이켜보면 사실 TV 에 나왔던 개그 프로에서 나왔던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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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캉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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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아이와의 한바탕 유머로 끝이 날 뻔한 이 이야기가
마침 발간된 책 덕분에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까지 느끼게 되었답니다.
오래도록 자식이 없어 걱정 많던 영감님이
환갑이 다 되어서야 아들 하나를 겨우 얻었답니다.
캐리커처처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물의 표정에 아이는 또다른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 글쎄, 영감님이 환갑 되던 해에 덜컥 아들 하나를 낳았지 뭐예요? "
밤톨군은 이 아무렇지도 않은 문장 하나로 까르르르 넘어갑니다.
아이의 유머코드가 의아한 엄마, 왜 그런지 물어보니
- 남자가 어떻게 아이를 낳아요!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영감님의 부인은 방안에 있고, 아이를 낳는 풍경을 함께 살펴보게 되었네요.
물을 떠가는 아주머니, 약을 다리는 아저씨.
약간 욕심을 부려 이전에 읽었던 국시꼬랭이 시리즈 중의 하나를 다시 읽어주었네요.
숯 달고 고추 달고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도서출판 사파리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영감님은 소중한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지요.
그래서 '목숨에 끝이 없다'는 뜻이 '수한무(壽限無)' 부터
오래 사는 동물인 '두루미' 와 '거북이',
삼천갑자( 180,000년 )나 살았다는 전설 속의 인물 '삼천갑자 동방삭' 까지
모두 넣어 긴 이름을 지어주었답니다.
이름 짓는데는 스님, 선비, 농부, 훈장님 골고루 참여하시죠.
아들을 물고 빨고~ 영감님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흐믓합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많던 시절,
아이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만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
그러나 유별나게 긴 이름은 도리어 아이를 큰 위험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물에 빠진 긴급한 상황에서 너무 긴 이름 때문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거죠.
사실 전 목숨을 잃은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어
혹여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이야기해주어야 하나 걱정하며 미리 읽어봤었죠.
다행히 이 책은 동네 청년이 구해줍니다.
소리치는 장면이 많은 이야기의 묘미를 위해
사람들이 외치는 말을 색깔 구름으로 표현하셨다네요.
읽어주는 엄마도 슬슬 숨이 찹니다.
그런데 이 장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도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지혜를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삽화에서
밤톨군과 엄마는 감동을 하고 맙니다.
" 엄마, 할아버지 신발 안 신었어요 "
그렇죠. 얼마나 놀랐으면 맨발로 뛰어 나왔을까요.
" 할아버지 발에 돌 박히겠어요 "
동네 청년이 구하는 이 장면에서 아이는 안도합니다.
황당하고 재미있기만 한 이야기로 여기기 쉽지만
눈물 범벅이 된 이 영감님의 표정을 보세요.
절로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엄마도 잠시 딴곳으로 새어 조용히 다짐하게 되지요.
과유불급 이라 했나요.
넘치는 사랑으로 아이를 오히려 약하게 만들지 말자..
엄마도 아프지만 홀로 서는 아이를 지켜보며 응원해주자.
참! 이 책의 숨은 재미를 놓치지 마세요.
장면마다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누런 강아지를 페이지마다 찾아보는 재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