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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의 인문학 필사 수업 - 읽고, 따라 쓰면서 내 것으로 만든다 ㅣ 표현과 전달하기 2
고정욱 엮음, 신예희 그림 / 애플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순간 마음에 깊게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읽다보면 맥락이 이어지는 다른 책들이 어렴풋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그런 것이 있었는데... 뭐였더라? 라는 생각으로 끝나고 말았다. 조금 성의가 있을 때는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으로 검색이라도 해본다. 그러나 그때뿐. 또 잊고 나서 몇번을 반복하는 것 같다. 마음에 와닿았던 감동은 남았으나 실체가 없는 감동이다. 책의 리뷰를 쓰면서 발췌했던 문장들도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고 난 뒤에는 머리속에서 휘발되어 버리는 것 같다. 나이탓을 해보지만 그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일까. 읽고 따라 쓰면서 내것으로 만드는 "필사(筆寫)" 에 관심이 가는 것은. 주변을 보면 책 한 권을 필사하시는 분도 있고, 읽었던 책의 문장들을 따로 발췌하여 필사하시는 분들도 있다. 책을 정하여 베끼어 쓰는 모임도 보인다. 나는 어떻게 시작해보는 것이 좋으려나.

청소년들을 위하여 고정욱 작가가 고전 속의 명문장들을 추려낸 책이다. 올해 여름 학교 독서캠프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 이후 밤톨군이 최고로 멋진 작가선생님이라고 반해버린 고정욱 작가이기에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 2016 여름방학 독서캠프, 고정욱 작가와의 만남시간
글을 읽고 쓰며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은
지식 충전에 있어 가장 기본이다.
좋은 글을 필사해
청소년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몄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바람대로 십대들이 이해하기 쉽고 성장에 필요한 글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책의 한쪽 면에는 명언, 명문들이 발췌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책에 직접 필사를 해 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모양으로 노트를 꾸며놓은 구성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만큼 <고 박사의 인문학 수업> 이라는 꼭지로 작가의 설명이 짤막하게 붙어있다.

▷ 다양한 필사노트 형식들
<성장>, <독서와 배움>,<만족과 행복>, <자기관리>, <노력>, <본분>, <깨달음>,<정의>,<꿈과 희망> 이라는 9가지의 커다란 주제에 맞춰 명언과 명문을 발췌하고 주제의 끝마다 읽는 이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것이 '성인의 가르침' 보다 더 중요할테니까.

내게도 와닿는 문장들이 꽤 많았다. 얼마전 읽은 '오타쿠' 에 대한 기사도 떠오르게 하는 글 하나를 필사해보았다.
벽(癖)이 없는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벽이라는 것은 질병과 편벽됨이 합쳐진 말로
지나치게 치우침으로 인해 생긴 병이다.
그러나 홀로 자기만의 세계를 뚫고 나가는 정신을 갖추고
전문적인 기술과 예능을 익히는 것은
벽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떠오르는 단어. '오타쿠' . (우리 말로 덕후라고 표현해줘야 하나? 순화된 표현이 뭔지 모르겠다 )
어떤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그동안 '오타쿠'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으로 여겨져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한 분야에 전문성을 나타내며 '학위 없는 전문가'라고 불리기도 하는 '오타쿠'들이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사 출처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387814&ref=A

옛 사람들은 병적인 상태의 집착이나 취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튀지않고 치우치지 않는 둥글둥글한 인간형을 원하던 사회가 다시 미친듯한 열정을 원하는 시대로 되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그냥 원래부터 진리였던 것이 잠시 가려져 있던 것일까.
내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끈질기게 미쳐보기를 바라며 한자한자 적어내려가 보았다. 아니. 우선 나부터 미쳐봐야하는 거 아닌가. (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