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Tag, an dem Anton nicht da war
푸른숲 어린이 문학 - 038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글, 카롤라 홀란트 그림
124쪽 | 262g | 153*225*20mm
푸른숲주니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오늘도 함께 바라봅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조금은 세상에 대해 배운 나이. 밤톨군과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의 시선으로요. 어떤 면은 어른이 잊고 있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어른보다 직관적인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역시 아이다운 발랄함과 천진함을 가진 녀석들.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17가지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동화집입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동화집은 독일어 권에서 30년 넘게 사랑받으며 초등학교 필독서로 자리잡았다고 하는군요.
주인공 안톤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17가지 이야기를 요약해볼 때 모피코트를 싫어하고, 친구인 지뷜레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특기가 있다고 되어있지만 우리 어른들에게나 엉뚱한 질문일 뿐이지 안톤에게는 당연한 질문인 것을요. 그저 호기심이 많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기를 가졌다고 하는게 좋겠군요. 이 동화가 독일에서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기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삽화와 비슷한 느낌의 주인공을 찾을 수가 있었답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소제목을 가지고 짧으면 1~2장, 길어도 5~7장 정도의 짧은 본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등장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간에 연결이 많지 않으니 에피소드별로 조금씩 읽어나기에도 좋습니다. 본문 읽기만으로는 저학년에게도 알맞지만 안톤이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함께 나눠보기에는 초등 3학년 이상이 되면 좋을 듯 해요. 그래서 책 표지에 '철학 동화' 라고 분류해두었나 봅니다.
자신의 엄마가 최고의 엄마라고 믿고 있는 안톤. 이야기 속 엄마의 모습을 보면 아이의 신뢰가 금방 이해가 된다죠. 어느날 문득 강아지가 기르고 싶었던 안톤은 집 앞 계단에 앉아있는 비쩍 마른 고양이를 지나치지 못합니다. 머리속으로는 계속 기르고 싶은 강아지의 종류를 골랐지만 결국 마음이 시키는대로 고양이를 기르기로 결정하죠. (「너무너무 작고 못생긴 고양이」편)
만약 밤톨군이 안톤과 같은 상황일 때 부모인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깨끗하고 예쁜 강아지를 사러가는 길에 작고 못생긴 길고양이를 거두어 기르겠다고 하면요. 전 분명 안된다고 하겠죠. 엄마가 약속한 것은 강아지였다느니, 병균이 있을지 모르니 위험하다느니..... 아마도 아이보다는 부모로서의 위치에서 결정을 내려버릴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톤의 엄마는 '살짝 놀라는 목소리' 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줍니다.
안톤이 투명인간이 되었던 날, 간신히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온 안톤에게 어디 다녀왔냐고 따지듯이 묻는 엄마에게 "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도 절 못 알아봤어요. " 라고 사실을 말합니다. 사실을 말했지만 엄마가 믿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그러나 엄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더군요. " 그래, 알아.", " 다음 번에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 (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편 )
이 장면에서 저도 뜨끔했다죠. 안톤이 실제로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끔 저도 내 아이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봅니다. 밤톨군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네가 투명인간처럼 느껴진 적이 있냐고. 다행히 아직은 없다고 하는군요. 만일 그런 느낌이 들면 엄마도 다시한번 자세히 살펴볼테니 꼭 이야기해주렴. 알겠지?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죠. 빨간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포도주를 먹고 취한 것처럼 안톤도 포도주를 먹고 취한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엄마는 선생님께 알려야했죠. 엄마는 안톤이 걱정하는 바를 말하지 않아도 눈치챕니다. 안톤은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중에서 단연코 최고" 라고 생각한답니다. ( 「술에 취해 학교에 가지 못한 날」 편 )
밤톨군은 아래의 두 이야기를 '감동적' 이거나 '재미있다' 라고 뽑아주었습니다. '시엑스와이엠피알' 별의 외계인에게 초대받은 안톤의 이야기 하나와 조금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을 돌보는 질버링어 할아버지의 이야기. 물론 녀석의 '재미' 포인트는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이기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