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38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지음, 카롤라 홀란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

Der Tag, an dem Anton nicht da war
푸른숲 어린이 문학 - 038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글, 카롤라 홀란트 그림
124쪽 | 262g | 153*225*20mm
푸른숲주니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오늘도 함께 바라봅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조금은 세상에 대해 배운 나이. 밤톨군과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의 시선으로요. 어떤 면은 어른이 잊고 있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어른보다 직관적인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역시 아이다운 발랄함과 천진함을 가진 녀석들.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17가지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동화집입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동화집은 독일어 권에서 30년 넘게 사랑받으며 초등학교 필독서로 자리잡았다고 하는군요.

주인공 안톤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17가지 이야기를 요약해볼 때 모피코트를 싫어하고, 친구인 지뷜레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특기가 있다고 되어있지만 우리 어른들에게나 엉뚱한 질문일 뿐이지 안톤에게는 당연한 질문인 것을요. 그저 호기심이 많고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기를 가졌다고 하는게 좋겠군요. 이 동화가 독일에서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기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삽화와 비슷한 느낌의 주인공을 찾을 수가 있었답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소제목을 가지고 짧으면 1~2장, 길어도 5~7장 정도의 짧은 본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등장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간에 연결이 많지 않으니 에피소드별로 조금씩 읽어나기에도 좋습니다. 본문 읽기만으로는 저학년에게도 알맞지만 안톤이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함께 나눠보기에는 초등 3학년 이상이 되면 좋을 듯 해요. 그래서 책 표지에 '철학 동화' 라고 분류해두었나 봅니다. 

자신의 엄마가 최고의 엄마라고 믿고 있는 안톤. 이야기 속 엄마의 모습을 보면 아이의 신뢰가 금방 이해가 된다죠. 어느날 문득 강아지가 기르고 싶었던 안톤은 집 앞 계단에 앉아있는 비쩍 마른 고양이를 지나치지 못합니다. 머리속으로는 계속 기르고 싶은 강아지의 종류를 골랐지만 결국 마음이 시키는대로 고양이를 기르기로 결정하죠. (「너무너무 작고 못생긴 고양이」편)

만약 밤톨군이 안톤과 같은 상황일 때 부모인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깨끗하고 예쁜 강아지를 사러가는 길에 작고 못생긴 길고양이를 거두어 기르겠다고 하면요. 전 분명 안된다고 하겠죠. 엄마가 약속한 것은 강아지였다느니, 병균이 있을지 모르니 위험하다느니..... 아마도 아이보다는 부모로서의 위치에서 결정을 내려버릴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톤의 엄마는 '살짝 놀라는 목소리' 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줍니다.

안톤이 투명인간이 되었던 날, 간신히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온 안톤에게 어디 다녀왔냐고 따지듯이 묻는 엄마에게 "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도 절 못 알아봤어요. " 라고 사실을 말합니다. 사실을 말했지만 엄마가 믿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그러나 엄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더군요. " 그래, 알아.", " 다음 번에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 (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편 )

이 장면에서 저도 뜨끔했다죠. 안톤이 실제로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끔 저도 내 아이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봅니다. 밤톨군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네가 투명인간처럼 느껴진 적이 있냐고. 다행히 아직은 없다고 하는군요. 만일 그런 느낌이 들면 엄마도 다시한번 자세히 살펴볼테니 꼭 이야기해주렴. 알겠지?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죠. 빨간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포도주를 먹고 취한 것처럼 안톤도 포도주를 먹고 취한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엄마는 선생님께 알려야했죠. 엄마는 안톤이 걱정하는 바를 말하지 않아도 눈치챕니다. 안톤은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중에서 단연코 최고" 라고 생각한답니다. ( 「술에 취해 학교에 가지 못한 날」 편 )

밤톨군은 아래의 두 이야기를 '감동적' 이거나 '재미있다' 라고 뽑아주었습니다. '시엑스와이엠피알' 별의 외계인에게 초대받은 안톤의 이야기 하나와 조금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을 돌보는 질버링어 할아버지의 이야기. 물론 녀석의 '재미' 포인트는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이기는 하지만요.


 

모든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상력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빈틈을 파고들며 무엇인가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합니다. 안톤은 일상과 상상의 세계에 한발씩 걸치고 매일 새로운 세상에서 배우고, 모험하고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엄마, 엄마! 방금 나무랑 이야기를 나눴어요!" ... <중략>
"안톤, 네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란 걸 잘 알아. 그저 실감나게 상상한 거지.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게 아니라, 거꾸로예요.
어른들은 자꾸만 그런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해요.
그래서 정말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거라구요.


안톤의 엄마가 아주 오래전 일을 떠올려 보려 애쓰는 듯, 먼 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던 것 처럼 ( 「뚱뚱한 요정과 거대한 난장이」편 ), 저도 멍하니 앉아 오래전 일들을 더듬어보게 되네요.

이렇듯 17가지의 에피소드들은 안톤의 일상과 상상을 넘나들며 차별, 획일성, 따돌림, 동물권, 편견, 소통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작가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능숙하게 이야기 속에 버무려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이 무슨 말을 하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더구나.'  (p108,  「남의 말을 들어주는 직업 편」 ) 처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하거나 '미소는 회색 나라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었다.' (p38,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나라」 ) 처럼 주인공의 깨달음으로 요약하기도 하면서요.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불치의 낙관주의자" 라며 "아직도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합니다.  그렇네요. 실은 저도 그렇답니다.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Edith Schreiber-Wicke )


 


1943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며, 연극, 독일과 예술 역사를 공부하고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습니다. 1983년에 발표한 첫 번째 동화 《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로 유럽을 대표하는 어린이 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쉿, 나쁜 말은 안 돼요!》 《무지개 아이》 《고양이 유스투스》 등의 작품을 통해, 개성도 특징도 모두 다른 친구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지혜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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