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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물건들이 사는 나라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0
윤숙희 지음, 심윤정 그림 / 라임 / 2015년 11월
평점 :
우리 아이들은 낡은 물건을 아끼고, 고치고 수선해서 써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학교의 분실물센터는 찾아가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하다고 하지요. 쉽게 구할 수 있고, 쉽게 바꿀 수 있어서 일까요.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함부러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지요.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지요. 어른들에게도 물건 귀한 줄 모르는 세상. 필요에 의해 소비하는 것이 아닌 욕망과 소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세상. 낡지 않아도 유행에 맞지 않는다며 버려지며 물건들의 수명은 매우 짧아졌습니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장난감들처럼 물건들도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을까요.

수상한 물건들이 사는 나라
라임 어린이 문학 - 10
윤숙희 글, 심윤정 그림
128쪽 | 257g | 153*225*10mm
라임
번개 머리에 초록색 뿔테 안경을 멋으로 쓰고 다니는 주인공 수호는 키가 크고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화가 나면 물건들에게 분풀이를 하는 나쁜 버릇이 있지요. 이 수호의 방에는 일곱 친구들이 있습니다. 휴대폰 '척척이', 컴퓨터 '왕년이', 농구공 '점프', 운동화 '멋쟁이', 강아지 '예삐', 책가방 '덜렁이', 일기장 '백치미'가 그들이지요.
수호는 반 친구가 조던 농구공을 자랑하자 집으로 돌아와 자기 방의 물건들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걸핏하면 물건들을 걷어차고 물건 귀한 줄 모르던 수호는 물건들이 주인인 나라 '와와랜드'로 가게 되지요. 와와랜드에서는 물건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이 물건처럼 쓰이는 나라랍니다. 수호가 와와랜드에 빨려 들어가 옴짝달싹 못 하는 인형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들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수호야, 물건들도 상처를 받아. 인간 세상에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물건들은 무척 난폭해져. 그건 다 인간 세상에서 네가 한 행동 때문이야. p69

물건들의 분노 지수가 극에 달했을 때 인간 세상과 와와랜드를 오가는 문이 열려. 아무래도 그때 네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 같아. 하지만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려면 물건들이 널 변호해 줘야 해. 널 아끼고 사랑했을 법한 물건 없니? p70
수호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재판에서 물건들이 변호를 해줘야합니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와와랜드에서 100일동안 봉사를 해야하는 판결이 나고 화가 치민 수호는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탈출은 실패하고, 탈출을 시도한 아이는 '쓰레기사막' 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와와랜드의 규칙으로 아이가 견디기에 혹독하다는 그곳에 가게 됩니다. 와와랜드에서 수호에게 인간세상에서 받은 대로 화풀이를 했던 점프와 덜렁이도 함께 말이지요.
수호는, 그리고 함께 한 물건 친구들은 어떻게 쓰레기사막을 빠져나와 인간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책을 읽고 나면 단순하게 물견을 아껴써야겠다라는 마음에 더하여 '왜'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왜 물건을 아껴써야할까." 그리고 와와랜드에 간 수호처럼 내가 물건처럼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도 가져보게 되지요. 함께 했던 추억들을 이야기하는 수호와 물건친구들을 보며 내 물건들에 담긴 추억들을 떠올려보게 되기도 합니다.


비록 쓰임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지내고 싶다고 하는 물건들이지만, 문득 주인의 사랑을 받아 진짜 토끼가 되었던 마저리 윌리엄스 글의 '벨벳 토끼 인형' 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 겐나디 스피린, 사카이 고마코 등 여러 그림작가들이 그린 여러 그림책 버전들이 있지요. ) 무언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던 그림책이었어요. 우리의 물건들은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롭고 더 멋진 물건이 아니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물건들과 그 속에 담길 추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을 읽으며 찔끔했던 아이들은 책장을 덮으며 저도 모르게 다행이다~ 라고 안도를 하겠죠.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새롭게 보게 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그 물건에 담긴 자신만의 소중한 감정을 발견하는 경험을 해본다면 더욱 의미있는 동화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