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 바다에 살던 한 해적의 이야기 내 친구는 그림책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시오자와 후미오 아트디렉터, 박종진 옮김 / 한림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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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과 환경,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새로운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펼쳐봅니다. 『뛰어라 메뚜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다시마 세이조는 화가, 설치 미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예술가라고 해요. 제게는 이전에 한.중.일의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관심있어진 작가입니다. 아이는 지금도 종종 '뛰어라 메뚜기' 를 책장에서 뽑아 들여다보고는 합니다. 새 책을 건네주며 '뛰어라 메뚜기'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이야 하고 하니 "와~" 라고 하며 달려들었지요.



 

해적, 바다에 살던 한 해적의 이야기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40쪽 | 464g | 254*254*12mm

한림출판사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였던 '뛰어라 메뚜기' 에 비해 이번 그림책은 얇고 가벼운 펜 선이 눈에 띄었습니다. 페이지를 만화의 컷처럼 분할한 구성도 독특했지요. 일러스트의 외적인 모습은 조금 변한 듯 했으나 환경오염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주제 의식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부분은 여전했습니다.

 

 

 

 

바다에 혼자 살고 있는 해적. 부하도 없고 바쁜 일도 없습니다. 혼자지만 바다와 더불어 오히려 더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자신의 왼쪽 다리를 삼킨 상어도, 바다도, 상괭이도 모두 해적의 친구입니다. 해적이 '해적' 처럼 싸울 때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녀석을 만났을 때 뿐이죠. 천진스러운 해적의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게 되네요.


 


어느날, 해적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바닷속에서 솟아올라 달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뱃머리에서 울고 있는 인어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지요. 그런데 인어를 찾아 들어간 바닷속은 "살아있는 것들이 모두 병들어"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위트있는 글들 덕분에 어렵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 인류로 인해 슬픈 자연은, 그럼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다. 바다는 어찌 보면 인류 문명의 증거 그 자체일 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지구의 첫 생명이자, 가장 마지막 숨결일 것이다. " 라던 마티아스 피카르의 그림책 '해저탐험,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라는 그림책의 도입부가 생각납니다. 잠수복을 입고 물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에게 보였던 바닷속 쓰레기 더미들. 입체 안경을 쓰고 보는 3D 그림책이었던 터라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었죠.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 보림


 

해적은 인어를 만나 함께 해초 샐러드를 먹고, 언제까지나 함께 춤을 추며 둘은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편지를 남기고 인어가 사라집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해적은 또다시 싸웁니다. 그리고 쫓기게 됩니다.


 

 


 


그림책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해적의 절규가 느껴지며 코 끝이 시큰해지지요. 인어가 자연이라면, 그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해적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려나요. 펜 선이 보이는 그림과 특유의 풍부하고 독특한 색감의 붓질이 느러나는 그림이 교차될 때마다 잠시 그 장면에서 머물게 됩니다.




 

인어를 생각하니 '인어는 기름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나요' 라는 이전에 읽은 그림책도 떠오릅니다. 환경에 관한 책을 모아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제 '해적' 도 추가해두어야 겠네요.


 

 

학교 숙제로 써내는 독서록의 주제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 보는" 것이었는데 아이는 중간에 이렇게 적어두었더군요.


친구들아. 이 책은 너무 슬퍼.

마음이 답답해져.


교훈을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아도 녀석은 해적의 슬픔을, 그리고 바다의 슬픔을 함께 느낀 듯 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묻고 싶은 말들을 잠시 묻어두고 아이와 함께 마지막 페이지를 오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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