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테스트 - 스탠퍼드대학교 인생변화 프로젝트
월터 미셸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서 꽤 많은 육아서를 탐독했습니다. 연습과정 없이 처음 해보는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길이었던지요. 아이에게 모든 것이 다 처음이든, 부모로서의 제게도 처음이었기에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접할 때마다 그에 알맞는 책을 찾아보고는 합니다. 그러고보면 정신과의사, 육아심리전문가, 교육전문가, 파워블로거 등 육아서 저자 분들도 다양하게 만나본 듯 하군요. 전 육아를 책으로 배우고 있나봅니다.

그런데 육아서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제게만 그런 줄 모르겠지만, 책장을 덮고나서 유효기간이 많아야 이주 정도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봐야지.. 또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먹고 한두번 해보지만 관성에 의한 것인지 이주 후면 제자리로 돌아오고는 합니다. 모든 육아서에 실린 이야기가 내 아이에게 맞는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도 마음을 울린 내용이 있었다면 종종 펼쳐봐줘야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면 한 두가지가 제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갑니다.

'만족 지연', '마시멜로 테스트'

이 용어는 그동안 읽어왔던 육아서와 각종 부모강의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던 단어였지요.

1960년대 후반 스탠포드대학교 부설 빙 유아원에서 처음 마시멜로 테스트를 받은 아이들 중, 마시멜로(또는 과자나 비슷한 유혹 거리)를 먹지 않고 15분 이상을 참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후 조사를 했더니,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다더라..

 

어떤 실험이었는지, 그래서 뭘 하라는 건지 대충 남들에게 전달할 정도는 되었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마시멜로 테스트의 창안자인 월터 미셀(Walter Mischel) 박사의 저서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세계 3대 심리학자의 하나인 그의 연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답니다.

 

 

마시멜로 테스트

월터 미셸 저

348쪽 | 558g | 145*210*30mm

한국경제신문사

만족을 지연하고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은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인류의 본질적인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에게도 그러했으며, 의지박약에 '아크라시아 akrasia' 라는 이름을 붙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연구 주제이기도 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자제력은 선천적인 자질로 간주됐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만 인식됐으며, 따라서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그저 사고뭉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현시대의 아담과 이브들인 우리는 일상적으로 마시멜로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순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탓에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유명인사가 한둘이 아니듯이.

- 작가의 말 중에

입에 착 감기고 기억하기 쉬운 '마시멜로 테스트' 라는 명칭은 원래 '유예됐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 이라는 논문 제목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십 년 후 칼럼니스트가 이 논문을 발견하고 '마시멜로와 공공 정책' 이라는 제목하에 뉴욕타임즈에 소개한 후 언론에서 '마시멜로 테스트' 라는 별칭을 붙여주게 되면서, 마시멜로가 아닌 다른 것을 선물로 이용했음에도 제반 실험 모두가 이 이름으로 통하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20세기 심리학자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는 월터 미셸 박사의 50년의 연구의 기록. 그가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그와 그의 제자들이 어떻게 연구를 창안하고, 확장하고 긴 시간동안 추적조사 해온 결과가 어떠한지 설명합니다.

그들이 처음 가졌던 궁금증. 사람들은 어떻게 자제력을 발휘하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참을성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일까. 그 중에서 부모인 제 마음 속에 퍽하고 날라온 화살 하나.

부모가 아이를 과도하게 통제하면 자기통제 기술의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생기는 반면,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쓸 때 자율성을 지원하고 격려하면 훗날 유아원에서 돌아와 자신이 어떻게 두개의 마시멜로를 얻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p​77

아이에 대한 과보호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여러 육아서의 이론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아니 그 육아서들이 이 실험이 전하는 메시지들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 되겠군요.

최근 한국의 모습을 「분노사회」라고 부르는 여러 컬럼들과 책,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분노는 개인의 자살로 이어지거나 불특정다수를 향한 테러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요즘들어 사건, 사고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말합니다. 눈앞의 유혹, 분노를 조절하는데 필요한 자제력. 장기적인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자제력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환​경은 한때 우리가 유전자만 그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결정론적일 수 있고,
유전자는 한때 우리가 환경만이 그렇다고 믿었던 것처럼 가변적일 수 있다.​

p116

그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해 지난 수천 년 동안 선천적인 자질로 간주되어 온 자제력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습니다. 결국 인간의 본성과 자제력은 타고나는 것보단 후천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50여년의 실험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죠. 그 자제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과 노력들을 이야기 합니다. '지금'을 차갑게 하고, '나중'을 뜨겁게 하기 위한 '만약에 계획' 에 대한 것이라던가, '난 할 수 있어' 라는 사고방식이 가지는 긍정적 효과 등을 이야기하죠.

 

 

 

▷ 만약에 계획(p85), 난 할 수 있어 사고방식(p135)

아이들에게 '난 할 수 있어' 사고방식을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책 중에 언급한《씩씩한 꼬마 기관차》는 밤톨군과 함께 읽어본 책이라 더욱 가깝게 느껴지더군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함께 읽어보려 뒤적뒤적 책장을 뒤져봅니다.

 

 

 

 

작심삼일로 무너졌던 수많은 결심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유혹에 굴복했던 다이어트, 꾸준히 하고자 했으나 결국 마감일에서야 벼락치기로 끝내야 했던 것들. 아직 끝을 보지 못한 수많은 학습 계획들. 책 속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잘 준비된 '만약에 계획' 으로 자제력을 자동화한다면 실제 일상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좀 더 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되려나요. 오래된 패턴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려는 모든 노력의 비결은 바로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라는 변하지 않는 명제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가 끈기 있게 노력을 기울이면 변화한 행동방식이 만족감을 제공하고, 그 만족감 덕에 지속성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p305

시작은 아이를 위한 독서였으나 읽다보니 제 문제로 슬슬 옮겨갑니다. 늘 그렇듯 부모인 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결국 내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시키는 오류를 또 범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나는 못하니 너라도 잘 했으면 좋겠구나. 라는 식이었을까요. 자녀들이 높은 자기보상 기준을 지니게 하고 싶다면 기준에 대한 지도와 함께 부모가 직접 행동으로 본을 보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뜨끔하더군요. 실험의 목적과 결론은 단지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인생을 살아가며 자제력이 필요하게 되는 순간을 늘상 맞게 되는 우리 모두에게 여러가지를 시사해주고 있는, 육아서이면서 자기계발서이기도 한 이 책. 한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