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맘대로 골라라 골라맨 1 - 귀신의 집 ㅣ 내 맘대로 골라라 골라맨 1
R. A. 몽고메리 지음, 키스 뉴톤 그림, 신수진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

|
|
|
|
내 맘대로 골라라
골라맨 1. 귀신의 집
Choose Your Own Adventure
R.A 몽고메리 글 / 키스 뉴톤 그림
고릴라 박스( 비룡소 ) |
잠시 게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멀티미디어를 일찍 접하게 되는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쉽게 다루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게임을 접하게 됩니다. 게임의 종류에는 단순 아케이드 게임(Arcade Game) 에서부터 전투나 건설 등을 가상으로 체험해보는 시뮬레이션 게임(Simulation Game) 그리고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해보는 RPG(Role Playing Game) 이나 이미 완성되어 있는 시나리오 대로 모험을 해보며 문제를 풀어가는 어드벤쳐 게임(Adventure Game) 까지 다양하지요. 온라인 게임이 일상화 되면서 타 게임 장르 대비 자유도가 높고, 스토리를 중심으로 주인공의 성장(Level Up)하는 특징이 있는 RPG 게임이 아이들에게 꽤 친숙해졌어요. 어드벤쳐 게임이나 RPG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게임 속 세계의 주인공 영웅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거랍니다.
사실 아케이드 게임은 이미 유명한 보드게임이 구현된 것들이 많고, RPG의 경우도 TRPG(Table Role Play Game) 로 테이블 위에서 주사위를 가지고 즐길 수 있기도 하다는 사실은 많이 알지 못합니다. 워낙 멀티미디어 기기에 처음부터 익숙해져 있는 터라 게임은 모두 스마트폰을 포함한 게임기들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 해요. 그리고 그 게임들이 주는 편리함, 속도감, 자극적인 재미들로 책보다 게임기에 손이 먼저가게 되는 현실이 되었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게임처럼 즐겨볼 재미있는 스토리북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던 터에 이 책의 소식을 듣게 되었답니다. 얼마나 기대가 되었던지요.
이 책은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직접 선택하며, 선택에 따라 책의 앞 뒤로 왔다갔다 이동하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저자는 '게임북' 이라고 명명하며 게임을 하듯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읽는 이의 선택에 따라 18가지의 결말, 게임 용어로 하자면 멀티 엔딩(Multi Ending)을 지원한다죠. 리뷰의 도입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게임 종류 중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어드벤쳐 게임과 RPG 게임의 중간 정도되는 느낌의 책이랍니다. ( 책의 배경이나 분위기가 제게는 남동생과 즐겨하던 "Myst" 라는 어드벤쳐 게임이 생각났답니다. )
책을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이렇게 게임처럼 재미있는 책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새로운 접근인 듯 싶습니다. 아직 문고를 쉽게 읽어내지 못하는 밤톨군도 책을 받자마자 18개의 엔딩을 만들어보겠다고 번호를 따라가며 스토리를 만듭니다. 실제로 한편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분량을 모아보면 10~15페이지 내외라 부담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진행이 되냐구요? 책 속의 선택은 이런 식으로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녀석이 이 선택을 해서 어디로 갔었지? 하면서 답답해 하길래 책 뒤편에 있는 '골라맵'을 복사해 주었더니 좋아하더군요. 뒷면의 책에 곧바로 쓰면서 해보기에는 책의 페이지를 워낙 왔다갔다 해야하는 터라 불편해하더라구요.

자신이 만들어 간 스토리를 색깔로 표시해보라고 다이소에서 산 인덱스도 하나 내주었지요. 그랬더니 녀석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3개의 결말을 이끌어 냅니다.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만들어간 스토리가 보이시나요?

이 책의 내용적인 면으로는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한 귀신의 집, 지지지직 레이저를 뿜는 만능 로봇 등 흥미진진한 소재들이 등장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불러 일으킵니다. 참. 녀석이 선택한 결말 중의 하나를 살짝 보여드릴까요? '- 끝 -' 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편의 모험이 끝나는 거랍니다. '- 끝 -' 만 책 속에서 찾아보려는 녀석을 말리느라 살짝 힘들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녀석은 벌써부터 다음 편이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당장 뒷편을 보여달라고 성화네요. 아이의 이런 반응은 참 뿌듯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엇인가 느끼고 배워가는 책도 필요하지만 재미를 위한 책도 없어서는 안되는 거니까요. 로봇을 좋아하는 밤톨군은 다음 편 '로봇대소동' 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 있습니다. 여차하면 자신도 이런 방식의 이야기 책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설 듯 싶군요.

이미 정해진 하나의 결말을 향해 이끌려 가는 기존의 책읽기와는 다르게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를 주도해 나아가는 동안 자신의 모험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부풀리게 될 듯 합니다.
혹시 아나요? 보드게임을 하다가 보드게임 속 세상의 모험을 진짜 겪게 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주만지', '자투라' 처럼 이번에는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모험을 직접 경험하게 될 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