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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셈도사 수리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1
이향안 지음, 최미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수리수리 셈도사 수리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 51
이향안 글 / 최미란 그림
시공주니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밤톨군. 2학년 수학과정에 5단까지의 구구단 과정을 배운다고 하는군요. 이전에 유치원에서 어떤 개념인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노래로 동요마냥 구구단 노래를 배웠던 녀석인터라 흥얼흥얼 거리기는 합니다만 막상 물어보면 응? 그게 뭔데요? 하는 녀석이지요.

봄 방학동안 녀석과 구구단 한, 두단이나 재미있게 익혀볼까 하는 중에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의 신간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셈'도사 수리네요. 어떤 내용일까요. 익살스러운 캐릭터의 표지만으로도 재미있을 거 같다며 책을 펼쳐드는 녀석과 함께 책을 읽어봅니다.

주판 모습을 한 목차 페이지도 익살스러운 것이 책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네요. 조선시대 한 고을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홉 살 수리. 어리지만 고을에서 셈을 잘하여 '셈도사' 로 통합니다.

셈이라면 문제 없어요! 라고 외치며 수리는 어느 덧 아홉살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같은 나이라며 더욱 좋아하는 밤톨군. 2010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 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그림 솜씨를 입증한 그림작가의 익살스러운 삽화는 딱 밤톨군의 취향이랍니다.

어느 날 고을의 큰 부자인 박 영감이 수리에게 제안을 합니다. 늦둥이 외동아들 범이에게 엿새 동안 기초 셈을 가르쳐 주고, 엿새 뒤에 시험을 치러 통과하게 만들면 넉넉한 상금을 준다는 것이지요. 셈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귀찮기도 해서 거절하려던 수리는 넉넉한 상금 이야기에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박 영감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박 영감은 엿새가 되는 날 치졸한 방법으로 자기의 이익을 챙기려는 속내를 슬쩍 보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아들의 셈 공부 따윈 중요하지 않았던 거죠. 그저 수리를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의 삯을 올리려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수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요.

뼈만 남은 할머니의 거친 손등을 보며, 고을 사람들이 힘들어져도 무슨 상관이람. 상만 받으면 할머니의 고생도 끝날텐데라며 고민하는 수리에게 할머니는 생활 속에서 커다란 교훈을 준 답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시는 할머니의 주옥같은 말씀을 옮겨볼까요.
"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리면 그게 도둑놈이지 뭣이여. 할미가 바라는 건 그런게 아니구먼. 그저 세상일도 셈법 같기만 하면 좋겄어. 허긴 세상일이 어디 셈법처럼 딱딱 맞아떨어질라고. " p50

" 셈은 숫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여, 마음으로 하는 셈이라는 게 있구먼. 이 셈은 숫자로 하면 틀린 게 분명하구먼. 하나 마음으로 해 보면 정확한 셈이여. 안 그러냐? " p57-58

못된 어른의 꼼수에 휘말리다가, 재치와 기지로 씩씩하게 이겨 낸다는 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나, 소재는 신선하고 사건의 전개는 흥미롭습니다.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며 자신만을 챙기던 어른이 제 꾀에 넘어져 힘 없는 어린아이에게 된통 혼이 나는 우스꽝스러운 결말은 주인공 아이와 동일시하는 녀석에게 통쾌함을 전해주는 모양입니다.
이 책은 <네버랜드 꾸러기문고> 시리즈에 포함된 책입니다. 흥미로운 사건과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결말로 전래동화처럼 술술 읽히는 이 책은, " 책 읽는 즐거움에 눈뜨기 시작하는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책" 시리즈인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시리즈의 기획 의도답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더욱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듯 하지요.

▷ 밤톨군 책장 속의 꾸러기 문고.
"네버랜드 그림책" 을 통해 쌓은 그림책 노하우와 "시공주니어 문고" 의 읽기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시리즈는 100쪽 정도의 분량에다가 판형도 크고 시원시원하게 비주얼한 이미지를 강화했기 때문에 그림책에서 창작동화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출판사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밤톨군과 만나본 꾸러기문고 책들은 국내작가의 책들이 많아 아이의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소재로 아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도 구구단을 시작하려는 밤톨군에게 책 속에 나오는 이(二)단 곱셈구구 등 조상들의 구구단이야기는 더욱 가깝게 느껴졌나봐요. '이일여이, 이이여사' 이러면서 즐거워하며 자신이 익혀야 할 구구단을 챙겼지요. 아홉살 수리처럼 자신도 셈을 익히겠다나요. 게다가 '셈'은 답을 구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더 삶을 이롭게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는 도덕적인 교훈도 덤으로 전해주니 함께 읽는 제 마음도 뿌듯해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