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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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남동윤 글/그림​

196쪽 | 519g | 178*247*12mm

사계절

​책을 꺼내자마자 밤톨군의 눈길을 무조건 사로잡는 「만화책」입니다. 녀석에게는 '귀신' 선생님이라는 제목이, 제게는 '진짜'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먼저 보였습니다. 누군가의 캐리커쳐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생동감이 넘쳐서 무조건 재미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작가 소개를 찾아보니 과연 캐리커쳐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셨다고 하는군요.

그나저나 제목에서는 왜 '진짜'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아이와 함께 키득거리며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작가의 뜻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책에는 따로 주인공이 없습니다. 나오는 아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더라구요. 어디선가 만나본 듯한 우리 주위 친구들의 모습. 평범하지만 다들 하나씩의 보석을 품고 있는 특별한 아이들. 우리 아이들과 닮아 있기에 '진짜' 아이들이라고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찾아보니 작가도 그렇게 이야기했더군요. 작가의 마음을 담아 풍부한 정서와 상상력으로 가득 채운 이 책엔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에게 왜 특정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고,

반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만화를 만들었는지 묻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혼자만 주인공이 되길 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경쟁하라 하고,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게 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정한 주인공을 없애고 싶었어요.

항상 남들과 비교당하고 비교하는 교실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주인공을 권하기 싫었어요.

아이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하고 개성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다 같이 행복해하는 따뜻한 교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할까요. " 

 

 

 

선생님은 어떤 분이냐구요? 선생님 자신의 소개에 따르면 '감정 기복이 심하고, 무조건 말 잘 듣는 학생을 제일 좋아하고, 학부모 만나는 걸 제일 싫어' 하는 분입니다. 또 '이상형은 현빈, 취미는 숙제 검사, 특기는 아이들 말 무시하기, 가장 좋아하는 날은 시험기간과 방학' 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분이기도 하지요. 귀신처럼 생겼다고 다들 이야기하나 밤톨군과 저는 제법 예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에피소드들 하나하나 억지스럽지 않고 그저 유쾌합니다. 그저 힘 빼고 한바탕 웃을 준비만 하면 되지요. 「범인을 찾아라」라는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면 과학실험 도중 누군가가 발사(!)한 지독한 '방귀'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기절하고, 정신을 차리고 있는 아이들끼리 서로 범인임을 의심하면서 나름 논리적인 추리력을 한껏 펼칩니다.

 

 

 

억울하지만 여러가지 증거들에서 밀린 친구. 억울하다고 울어보지만 소용 없습니다. 그런데 옆 페이지에서의 반전. 이미 기절해있던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흐르며 나오는 멘트. " 얘들아 싸우지마. 선생님이 뀌었어. 미안해..."

여전히 똥, 방귀만 나와도 자동 웃음이 나오는 밤톨군 녀석에게 최고의 웃음을 선사해주는 이야기였군요. 녀석은 아빠에게도 이 장면을 펼쳐 보여주려다 또 다시 나오는 웃음으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밤톨군 아빠는 영문도 모른 채 녀석의 포복절도에 그저 함께 웃고 말았다지요.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세상. 녀석들이 꿈꾸는 환상의 세계겠죠. 책 속에서는 녀석들의 환상을 실현시켜 줍니다. 며칠간은 매우 행복합니다. 그런데 왜인지 엄마가 엄마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결국 아이는 잔소리쟁이 우리 엄마가 그립다며 울고 맙니다.

 

 

그리고 짠~ 하고 등장하는 엄마. " 이 녀석! 시험 빵점 받았다고? " 라는 말에 진짜 우리 엄마다! 라며 반기는 아이. 콕 찝어 교훈을 들이밀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겠죠?이렇듯 시종일관 웃으면서 읽게 되지만,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 중의 하나랍니다.



 

 

얼핏 이호백님의 그림책 '토끼탈출' 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는데 알고보니 귀하신 옥토끼였군요.

 

 

 

 

우주에서 꽤 유명한 방앗간 주인이기도 하지요. 이 페이지처럼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 등의 깨알같은 재미를 숨겨놓았지요. 부록으로 '미로찾기' 등 36여쪽의 '진짜 놀이 만화' 가 따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만화라고 해도 부모들이 내밀었던 학습 만화에 살짝 지쳐있을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만화처럼 느껴지네요. 

 

 

 

책 속 4학년 1반 아이들, 그리고 매력 넘치는 귀신 선생님이 들려주는 유쾌한 이야기. 무거운 생각들을 모두 잠시 내려놓고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어린이 만화를 내밀어주는 것으로 저는 멋진 엄마가 되어 보았답니다. 이들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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