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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 그랬어!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정연철 지음, 조미자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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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 그랬어
정연철 글 / 조미자 그림
184쪽 | 340g | 153*225*12mm
푸른숲 주니어 |
깨지고,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돌 같은 아이들. 가정의 붕괴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자신도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어른이 두메산골 느티말에서 만났습니다.
삼 년 전 동생과 함께 할머니 집에 맡겨진 진수,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명목 하에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온 기열, 빚쟁이를 피해 느티말로 숨어 든 어른 미숙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두메산골 느티말에 오게 된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작 동화이지요.
▷ 진수와 기열
제법 긴 180여쪽의 동화이기에 밤톨군에게는 잠자리 이야기로 진수와 기열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려 아빠가 할머니 집에 진수와 동생을 맡기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내 품으로 파고 듭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기열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아토피로 고생했던 외사촌 녀석을 떠올리는 모양이구요. 공기가 좋은 곳으로 왔는데 왜 아토피가 좋아지지 않는지 궁금해하며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병도 쉽게 낫지 않나봐. 라며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상처 받은 이들이 서로 가시를 세워가며 다시 다른 이를 상처입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가시소년』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도 기열이처럼 선생님 말씀도 듣지 않고, 집에서도 늘 혼자입니다. 몹시 까칠하고, 난폭해서 아무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죠. 마음 속 외로움과 두려움, 불안함이 가시가 되어서 온몸이 가시투성이가 되어버린 소년.
▷ 가시소년 / 리틀씨앤톡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서 화를 내거나 투정을 부리는 아이. 사실은 관심을 받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을까봐 불안하고, 외롭고, 두려운 마음이 커져서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는군요.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나타나는 모습이지요. 누구에게나 가시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 왜 가시가 생겼을까?
이 책을 읽는 아이와 어른에게 던져지는 또다른 질문. 바쁘게 등 떠밀려 살아가고 있는 어른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해주네요, 아마도 아이에게는 자기 마음 속 가시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 주변의 가시소년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도 가져볼 수 있기를 바라보게 됩니다.
느티말 아이들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개울물이랍니다.
울퉁불퉁 돌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듯이 졸졸졸 경쾌한 소리를 내며 이야기 곳곳에 흐르면서 이들의 울퉁불퉁한 돌같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마음속 상처를 아물게 해주지요.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맑은 자연의 힘. 이런 곳에 찾아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이야기는 낙관적인 결론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수는 이제 곧 다가올 추석에도 아빠가 오지 않으리라는 가슴 아픈 사실을 듣게 되고, 기열은 결국 엄마 아빠의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지요. 대신 이 책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돌돌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치유의 시간을 함께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도 밤톨군 녀석은 잠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무거운 눈꺼풀을 껌뻑이며 녀석이 중얼거립니다.
" 2편이 나오면 진수의 엄마, 아빠가 데리러 돌아오고~ 기열이의 아토피가 다 나을거야~ 글치여? 진수랑 기열이는 최고로 친한 친구가 될테고! "
녀석이 지금껏 경험한 세상은 모든 이야기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거라 생각하게 한 걸까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거겠지요?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니야! 더 단단해질 테니까!" 라던 주인공의 말처럼 앞으로 이들의 상처가 말끔히 나아지고 단단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