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깜장봉지 푸른숲 작은 나무 3
최영희 지음, 김유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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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깜장봉지

최영희 글 / 김유대 그림

132쪽 | 327g | 165*225*10mm

푸른숲주니어

 

말의 힘, 마음의 힘 그리고 겉모습이 다가 아니야.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떠오른 세가지의 느낌을 적어보게 됩니다.

 

이 책은 과다 호흡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린 석아로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슈퍼 영웅'이 되었다고 믿고 점차 병을 극복해 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과다 호흡 증후군이 찾아오면 누워서 입에 봉지를 대고 숨을 쉬어야 할 때 쓰이던, 그래서 주인공의 별명이기도 한 '깜장봉지' 가 '슈퍼 깜장봉지'가 되었다가 다시 '깜장봉지'로 변모하며 내면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죠. 유쾌하고 명랑한 그림의 표지 덕분에 혹시 판타지 속의 슈퍼영웅이 되는 이야기인가보다 하고 책을 펼쳤다가 예상 외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네요.

 

 말의 힘. 마음의 힘.

 

사실 주인공이 과다 호흡 증후군을 앓게 된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호흡 장애를 일으키게 되죠. 「의사 선생님은 아무것도 몰라. 아빠 얘기를 안해서 아픈 게 아니었어. 아빠를 떠올리기만 해도 숨을 내쉴 수가 없었지」(p57) . 게다가 과다 호흡은 분명 힘들고 아픈 병이지만 아로를 슬프게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병 때문에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로는 외톨이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도서관에 갈 때도 늘 혼자였지. 그러다 보니 아무도 모르게 과다 호흡을 겪을 때도 많아. 담임 선생님이나 보건 선생님을 불러 줄 친구 하나 없이 말이야」(p21)

그런 그가 홀로 과다 호흡을 앓으며 누워있는 체육 물품 창고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 빛을 쪼이게. 이 빛이 자네를 초능력 슈퍼 영웅으로 만들어 줄 걸세. 초능력이 생기면 몸도 금방 회복될 거라네. (중략) 그런데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게 있다네. 절대 다른 이들에게 그대가 슈퍼 영웅이라는 걸 말해선 안 되네. 내 정체가 궁금한가? 나는 이 행성을 도우러 온 엑스라네」라고 말이죠.

 

주인공이 아플 때마다 엄마가 해주던 이야기도 맞물립니다. 「너도 나중에 위대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힘들게 크는거야.」

 

 

 


네, 실은 주인공인 아로가 갖게 된 신비한 능력은 모두 착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인 셈이죠. 이번에는 직접적인 '약'이 아닌 누군가의 '말'로서 시작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 속에는 우리의 마음, 심지어 신체까지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책이나 논문에서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아로의 엄마는 아로에게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죠. 대신 아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용기를 주는 방식으로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너도 나중에 위대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힘들게 크는거야.」. 그런 말들이 조금씩 쌓이다가 어떤 계기로 들린 한마디에 엄마의 말을 굳게 믿고, 그게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거든요.

 

말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했던 스튜어트 체이스(Sturt Chase)는 이런 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우리는 말의 바다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말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문득 내가 흘리는 말 한마디가 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 나는 어떤 말을 무심코 뱉어 왔는지.

 

주인공은 이제 이 말 한마디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의 힘은 이후로 벌어지는 평범한 사건들을 멋진 판타지로 바꾸어놓습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야.

 

주인공 아로가 직면하는 사건들에는 기태라는 친구가 등장합니다. 반의 주먹짱인 녀석은 친구들을 쉽게 괴롭힙니다. 아이들이 드나들어야 하는 교실 뒷문에 그림처럼 발을 올려놓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괴롭히고는 했었죠. 아로가 깜장봉지였던 시절, 그러니까 친구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시절에 주먹짱 기태는 그냥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아이' 였답니다.

 

 


하지만 아로가 슈퍼 깜장봉지가 되고 난 뒤 알게 된 기태의 모습은 많이 달랐습니다. 기태는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한 '외로운 아이'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무심코 보았던 겉모습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이렇게 아로는 슈퍼 깜장봉지가 되어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돕고, 이유 없이 친구들을 괴롭히는 주먹짱 기태와 맞짱을 뜨면서 자신의 병도 극복해가고 더불어 다른 친구들의 모습도 새롭게 발견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슈퍼영웅'의 비밀을 알게 되어 착각을 벗어나게 되었어도 그간의 경험은 아로를 더욱 성장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긍정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되었죠. 게다가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초능력인 "강점"이 있고 그런 점에서 모든 아이들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두 느끼게 됩니다.

 

아래와 같은 작가의 메시지가 밤톨군과, 이 책을 읽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모두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넌 이미 영웅이란 걸 잊지 마."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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