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자 볶자 콩 볶자 비룡소 창작그림책 2
소중애 지음, 차정인 그림 / 비룡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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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자 볶자 콩 볶자

비룡소 창작그림책 - 002

40쪽 | 400g | 253*225*10mm

소중애 글 / 차정인 그림

비룡소

 

따스하고 정겨운 그림체의 봄맞이 풍습 그림책 한 권 입니다. 전래동화 시리즈에 포함되는 책일 줄 알았는데 창작그림책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군요. 『볶자 볶자 콩 볶자』는 '동화적 장치와 민담식 화법을 접목하여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탁월하다.' 는 평을 얻으며 2011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38년 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재미난 동화를 150여권 이상 발표해 온 글 작가의 특유의 맛깔스러운 입담이 이번에도 인정받은 듯 하네요.

 

사실 그림책을 펼쳐 읽기 전에 그 내용을 상상하면서 먼저 표지와 그림을 쓱 훑어보게 됩니다. 석판화 기법으로 공들여 완성한 따듯한 색감의 그림이 낯익게 다가옵니다. 정작 다른 그림작가임에도 저같은 미술문외한에게는 석판화라는 표현기법이 비슷해서인걸까요? 석판화(石版畵, lithography)는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기법으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판면에 그리고 판에 찍는 방식으로 회화적 터치가 그대로 전달되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고 하네요. 중첩효과를 이용하면 표면의 질감과 색상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고 선묘 기법은 제작하기 힘든 반면 넓은 붓으로 처리한 듯한 느낌을 나타낼 때 유리하다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 출처 : 그림책의 그림읽기 / 현은자 저, 마루벌 )

 

참고내용) 석판화 관련 지식백과

세계미술용어사전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94510&cid=42642&categoryId=42642

두산백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11694&cid=40942&categoryId=33068

 

( 아이들 미술용으로 3~4,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석판화 체험 킷트도 있더군요. 실제 돌로 된 석판은 아니지만 석판화의 원리를 느껴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밤톨군과 저를 위해 주문해봅니다! ) 

 

책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겨우내 찬바람을 불어댔던 북풍이 순한 양처럼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 지난 겨울에 제가 뭐 불편하게 해 드린 일은 없는지요? "

" 자네 하는 일이 눈보라 날리고 얼음 얼리는 일인데, 뭐 불평할 것이 있나? 겨울이 매섭게 추워야 나쁜 해충들이 죽고, 농사가 잘 되지. 고맙네. "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농촌 사람들의 넓은 마음과 정겨운 삶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요. 추우면 춥다고 불평하기 바쁜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마음이기도 하네요. 

 


 

 

 겨울은 잘 지나갔는데... 라시며 할머니는 철없는 봄바람을 걱정합니다. 

 


 

 

드디어 철없는 봄바람 등장합니다. 봄바람은 이 세상에서 자기 힘이 제일 세다고 잘난척 하는 중이지요. 이렇게 자연을 의인화하여 개성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책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우우잉~ 우우잉~

흔들흔들.

출렁출렁.

 

그리고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를 풍부하게 활용한 리듬감 있는 글은 마치 옛이야기처럼 감칠맛 있게 읽어나가게 해줍니다. 읽고 나서 창작동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아마도 글작가의 역량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봄바람이 심술맞게 불어대며 온 마을을 휘돌아다니자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콩 볶으며 봄바람 심술을 잦아들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머니 말씀대로 사람들은 봄바람 심술은 아랑곳 않으며 가마솥에 열심히 콩을 볶습니다. 콩을 볶자 콩을 볶자 노래하면서요.

 

우리의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봄맞이 전통 풍습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려움 속에선 지혜를 모으던 조상들의 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집니다.


 

 

 

고소한 콩 냄새에 봄바람 심술도 점점 잦아듭니다. 심술은 부려도 동글동글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 듯한 봄바람. 점점 심술이 잦아드는 모습이 표정변화로 재미있게 나타나고 있네요.

 


 

 

 

할머니는 심술을 내려놓고 겸손해진, 그리고 더욱 귀여워진 봄바람과 볶은 콩을 나누어먹습니다. 실은 봄바람도 볶은 콩 냄새에 아까부터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더 이상 심술은 없겠지?"

"이예."

"이제 더 이상 변덕도 없겠지?"

"이예."

"그렇다면 쉬면서 볶은 콩이나 드시게."

 

 

 

봄바람이 누그러진 그때서야 할머니는 봄옷을 꺼내입고 마당에 나섭니다. 드디어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책 전반의 노란 배경은 봄의 개나리색처럼 참으로 따스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석판화 기법의 그림책인 윤미숙 작가의 '흰 쥐 이야기'/(시공주니어) 에서도 노란 배경이 인상 깊었거든요.

 

 

'길아저씨 손아저씨' / (국민서관) 에서도 노란색이 전체적인 느낌을 따스하게 유지해주는 듯 했습니다.

 

 

물론 한병호 작가 그림의 '수달이 오던 날' 이나 로버트 맥클로스키 의 고전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처럼 세피아 느낌의 선이 살아있는 석판화 작품도 있네요.

 

 

 

그림책에 대한 이론가들은 상이한 매체의 특성이 종종 각각의 매체가 만들어내는 그림들에 특정한 분위기를 좌우하고, 실현할 수 있는 주제의 영역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페리 노들먼의 '그림책론'/(보림)에서는 "분명히 화가는 자신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효과라는 견지에서 매체를 선택한다. 그러한 효과를 창조하는 것은 매체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매체가 특정한 효과를 유발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화가들의 신념이다." 라고도 하지요. 또한 어찌보면 석판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저의 관습적인 기대도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석판화 기법에 꽂혀 관련된 그림책을 검색하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느낌이 아닌 것들도 많네요. 찰스 키핑의 일러스트들이 대표적입니다. 키핑은 색을 분리하여 석판으로 찍어 낸 이미지 위에 따로 선을 그려 형태를 표현하고 여러가지 시각적 효과를 위해 다른 기법을 접목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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