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씨 뭐 하세요?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5
레너드 케슬러 글.그림, 서애경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소나무 씨 뭐 하세요?

( Mr. Pine's Purple House )

레너드 케슬러 글/그림

60쪽 | 276g | 150*227*9mm
길벗어린이

 

아이의 책을 먼저 읽어보다보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지나 공감하는 다른 이야기들이 떠오르고는 합니다.

비슷한 소재의 같은 그림책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림이나 어떤 음악이기도 하고

제가 살아온 인생 속의 어떤 추억의 한 장면이기도 하죠.

 

이번에는 어떤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으로 피로를 안고 사는 제게,

사람의 눈을 잡아끄는 최신 유행의 화려한 모습으로

자신의 빈자리를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듯한 모습의 주인공의 '공허' 가

제 이야기마냥 더욱 아프게 느껴졌던 소설이었죠.

류소영 의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작가정신 )라는 단편집 속의 '옷 잘 입는 여자' 라는 단편입니다.

어쩌면 그녀의 '공허' 가 아닌 나의 '공허' 가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적어놓았군요.

 

 

밤톨군의 시선으로 다시 책을 들여다봅니다.

 '튀면 안된다.' , '남들과 다르면 곤란하다.' 라는 암묵적인 사회의 관습이 적용되는 듯한

공교육의 현장 속에 적응하기 시작한 밤톨군.

녀석에게 '개성' 이라는 것은 어떤 느낌의 것일까요.

 

 

포도나무 길의 소나무 씨.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포도나무 길에 똑같이 생긴 하얀 집들이 오십 채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어느 집이 우리 집인지 나도 모르겠잖아! "


 

소나무

씨는 어느 집이 자기 집인지 몰라서 자기 집 앞에 소나무를 심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집들도 소나무를 심어 버립니다.

다시 똑같은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집이 오십채가 되어버린거죠.


 


 

"어느 집이 우리 집인지 또 모르겠잖아! "

 



 

 

소나무씨는 다시 떨기나무를 심고 다른 집들도 아저씨 집이 좋아서 또 따라하고..

소나무씨는 할 수 없이 집에 보라색 페인트 칠을 합니다.

페인트 칠을 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죠.



 

 

그리고 완성된 보라색 집을 본 이웃들의 반응

" 우리 집도 칠해야겠어요! "

 

포도나무 길 집들은 이제 모두 보라색 집이 될까요?


 

 

자기 개성을 지니고 싶었던 소나무 아저씨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듯 사건의 흐름과 그림은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책을 쉬이 덮지 못하고 다시 앞페이지로 돌아가게 되네요.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쉽게 말하는 시대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외모가 조금만 달라도,

말투와 생각이 조금만 특별해도 '튄다'고 여겨지고,

심하면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런 까닭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낯설어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러기에 오히려 유행하는 옷을 입는 것이 남들과 똑같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옷 잘 입는 여자' 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등장하는 거겠지요.

 

원인불명의 불안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책 속 여러 주인공들.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옷차림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옷 잘 입는 여자」의 '윤세연' . 옷을 잘 입는, 실은 유행에 민감한 그녀는 " 한 일주일쯤만 돋보였다가 곧 잊힌 여인이 된다. 가장 평범한 스타일의 여인이 된다. 종로 거리에 세워놓고 '올 한해 서울의 가장 흔한 젊은 여성 스타일' 이라고 가슴에 팻말을 달아주고 싶은 여인이 된다. 이상한 것은 세연이, 그녀가 주목받는 일주일보다 그 이후의 시간에 훨씬 편안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그녀는, 그녀가 무심히 그 유행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들을 위해, 주목받는 일주일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 (P101 )

 

이쯤되면 개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큰 자존감과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밤톨군의 반에는 성별도 다르고 저마다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놀이도 다른 친구들이 모여있습니다.

아직은 찾아가고 있는 중인 개성일지언정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1학년 녀석들이

앞으로도 서로서로 비슷해지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더불어 남의 개성도 존중해줄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부모인 저는 자신의 개성을 자랑스러워하는 자존감과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용기를 키워주어야 겠다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포도나무 길에서 어느 집이 우리 집인지 나도 모르겠잖아!"

라는 소나무 씨의 혼잣말은 어른인 저에게는 이렇게도 읽혀집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나인지, 나도 모르겠잖아!"

 

저부터도 제 개성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보는 노력도 잊지 말아야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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