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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이제 그만!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16
세베린 비달 글, 리오넬 라흐슈벡 그림,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잔소리는 이제 그만!
세베린 비달 글/리오넬 라흐슈벡 그림
푸른숲 새싹 도서관 - 16
64쪽 | 436g | 210*240mm
푸른숲주니어
정체성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독립심이 자라기 시작하는 나이의 주인공.
뭐든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과
아직은 주인공을 어린애라고 여기는 엄마와의 미묘한 대결이 펼쳐지는 그림책입니다.
정확히는 말풍선으로 이루어진 만화 형식의 그림책이랍니다.
책 속의 8살 주인공.
외국의 나이를 고려해볼 때 우리 나이로 치면 9살쯤 되려나요.
이제 다 컸으니(?)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싶을 뿐이죠.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가.는 잘 시각이거든요.

그리고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읽어주다가 책 내용에 몰입합니다.
엄마가 더 신났습니다. 아마도 목소리를 다양하게 변조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겠죠.
제게 참 친숙한 모습입니다. 다만 아직 밤톨군은 좋아하는 반면,
책 속 주인공은 속으로 제발 그만. 하고 외치고 있군요.

밤톨군은 난 아직 '아기' 나 '강아지' 라고 불려도 좋은데.. 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똑같이 엄마의 잔소리도 싫고 다 컸다는 말도 좋지만 아직 엄마품을 떠나고 싶지는 않은 나이.
책을 읽어준 시기가 마침 초등입학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서 그랬을까요.
불안감에 더더욱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엄마품 속에 머물고 싶은 무의식이 작용했던 걸까요.
요즘 들어 더욱 '엄마 바라기' 가 되버린 녀석이거든요.
저도 종종 놀이터에서 무심코 '아가야~' 라는 말이나 '우리 강아지' 라는 말이 나오고는 하는데
주위의 아이들이 그 소리를 듣고는 밤톨군을 정말로 아기 취급을 하더군요.
아직은 그것이 부끄러운지 모르고 오히려 즐기는(?) 녀석인지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곧 녀석도 부끄러워하는 시기가 오겠죠?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보면 저도 주인공 아르센의 엄마처럼 이야기할 것 같다죠.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반갑기도 하고 조금 더 친해지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할 것 같구요.
그런데 다시는 엄마한테 비밀이야기 하지 않을거라고 하면 큰일인걸요!
가족회의 결과 아이가 컸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한 엄마의 반격.
책은 이제 아르센과 엄마의 대결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롭게 펼쳐진답니다.
아르센 엄마의 반격은 저도 앞으로 써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 다 큰 아들~ 듬직한 아들~ 씩씩한 아들~ "
( 밤톨군. 기대하고 있으렴 ^^;; 그러고보면 이 책을 엄마 혼자 읽을 걸 그랬나보다. )

그리고 아르센의 생일이 되었죠.
아르센이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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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이제 다 컸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아이의 심리를
유쾌하게 그려내면서도
생일선물로 엄마가 꼬옥 안아주기를 바라는
이 장면에서 작가는
아이의 마음 속에 가끔은 ( 어쩌면 여전히 )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바라는 아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 하네요.
( 문득 우리 어른들 속의 '내면아이' 가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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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누구나 겪을 법한 엄마와 아이의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내어
아이에게는 공감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제 경우를 돌이켜볼 때
아이의 성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엄마도 아이의 성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엄마로서 분명 아이가 크게 의지하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누군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며 필요로 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은
오히려 엄마가 아이에게 더 큰 힘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저는 사실 아이가 더이상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그 순간이 두렵답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각오하고 있어야겠지요.

아르센의 엄마가 살짝 눈물을 보인 이유가 공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 저같은 부모에게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의 성장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계기를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낳으며 '엄마' 라는 존재를 함께 낳은 우리는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것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