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소금통
도미니크 미하엘 사르토르 글, 그림
48쪽 | 436g | 210*275mm
푸른숲주니어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디인가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회라는 곳에서 살아가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있죠.
그런데 말이죠.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바쁘게 살며 정신없이 달려나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어떤 커다란 시스템의 '톱니바퀴' 임을 강하게 깨닫는 순간이 오지 않으셨나요.
얼마든지 '교체 가능한' 부품이라는 느낌 말이죠.
그림책의 면지에 그려진 공장의 수많은 기계들을 보며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주인공인 크락스는 작고 빨간 소금통입니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그저 그런 기계 가운데 하나였지요.
공장에서 갓 구운 프레첼 위에 소금을 뿌리는 일을 합니다.
소금을 갈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바람에 '크락스'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크락스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던 소금통 크락스는 어느 날 우연히 작은 문밖으로 사라지는 프레첼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저 문밖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이곳과 다른 곳일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힙니다.
호기심은 점점 강렬해져서, 크락스의 머릿속은 온통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게 되죠.
공장에서 가장 커다란 기계인 빅비는 그런 크락스에게 화를 냅니다.
딴 생각을 하다가 쫓겨날 수 있다고 경고를 하지만 어디로 쫓겨나는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기계들만을 감시할 뿐이었지요.
결국 크락스는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벗어나는 것으로 그려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늘 생각에 잠겨있다 사람에 의해서 떼어내져 버려지게 되지요.

그리고 자루에서 꺼내진 크락스에게 보이는 풍경.
비록 쓸모없어진 기계들을 버리는 고물 처리장이기는 하지만 쓸쓸해보이는 풍경은 아닙니다.
이 장면의 일러스트는 더욱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는군요.
낡아서 움직일 수 없다는 다른 고물들과는 달리
아직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크락스는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 이 곳 생활이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거야" 라고 말하는 이들이
크락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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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꿈을 찾으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아저씨의 꿈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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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저는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크락스가 던지는 질문이 마치 제게 던지는 질문 같아서 였지요.
저는 고물 처리장의 다른 기계들과 저를 동일시했던 걸까요?
작고 약하지만 커다란 용기를 가진 크락스가 밤톨군과 겹쳐보이듯이 말이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녀석이 이제 싹틔우기 시작한 꿈의 씨앗.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녀석이 행복한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한 제게
크락스는 제 꿈이 무엇인지도 묻는군요.
크락스는 다시 지혜로운 시계 할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이 책은 자신이 살던 공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소금통 크락스가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은 뒤,
이렇게 새로운 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저는 매일 빵 위에 소금을 뿌리는 일을 했어요. 그게 저의 진짜 꿈일까요? 진정한 꿈은 어떻게 찾을 수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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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시계 할아버지는 어떤 대답을 들려 주었을까요.
크락스는 또다른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곳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크락스는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깨달은 크락스가 정말 부럽기만 하네요.
물론 크락스는 가끔씩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시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리죠.
 |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단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다 보면, 네 꿈이 뭔지 알게 될거야. 맞아. 틀림없이 그럴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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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자신이 그토록 찾던 꿈과 행복은 바로 자기 안에 있는 거군요.
꿈을 갖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참된 행복이겠죠.
그런데요. 문득 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게 된답니다.
프레첼 공장의 다른 기계들처럼 묵묵히 주어진 일만 하고 있으면 꿈이 찾아질까요?
꿈 없이 고물 처리장의 낡은 기계들처럼 한탄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인걸까요?
이웃님께서는 어떤 모습이십니까?
자신의 밝은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함께 읽는 어른에게도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