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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 엉뚱하고 재미있는 11가지 상황에 따른 언어 예절, 1959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4
모리스 샌닥 지음, 세실 조슬린 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2월
평점 :
아주 즐겁고 엉뚱한 상황 속에서 슬그머니 예절을 가르쳐 주는 그림책 한권을 소개해볼까요. 11개의 이야기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위기 속에서 나오는 예절들은 재치가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1959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모리스 샌닥의 고전적인 그림들도 이 책을 보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듯 합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세실 조슬린 글 / 모리스 샌닥 그림
32쪽 | 384g | 210*180mm
시공주니어
속표지에 등장하는 꼬마 신사와 꼬마 숙녀의 모습. 한껏 위로 올린 꼬마 숙녀의 턱. 공손하게 맞이하는 꼬마 신사의 몸짓. 아마도 이들은 어른들의 파티 장면을 눈에 담아 두었다가 흉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어른들의 잔소리 없이도 자연스럽게 흉내내는 몸짓일테죠. 누군가를 초대하고 맞이하는 예의범절 하나를 벌써 익힌 셈이군요.

이 책의 의도는 물론 인사 잘하기, 고운말 쓰기, 감사의 마음, 미안한 마음 표현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바르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기본적인 예의범절들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절은 아이들에게 따분하고 지루한 것들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림책 속의 11개의 이야기들과 공주, 기사, 악당, 해적 등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줍니다. 예절을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요.

악당이 나타나 총으로 위협하며 "네 머리에 구멍을 내줄까?" 라고 말합니다. 그럴때 어떻게 이야기하면 될까요? 현실적인 저는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뭐 이런 말들을 바로 떠올렸습니다만 책 속 대답에 바로 웃음이 터져버립니다. "아니오. 괜찮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듯한 단어를 골라보라면 이 단어들이 생각납니다. "유머와 위트"
히로코 사사키는 '그림책의 심리학(Psychology of picture books)' 에서 유머는 자아형성이나 대인관계를 조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며 상식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유머는 상식 이면에 있는 것을 이끌어내거나 자기 스스로 웃어넘기며 내면에 끊임없이 또 다른 자기를 가지는 정신구조가 없으면 생겨날 수가 없다고 하였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림책 속 상황들은 자꾸 제 예상을 벗어나거든요. 행복한 결혼식 파티. 신부는 멋진 신랑도 있고 커다란 케이크도 있고..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아주 배가 고프죠. 요리사에게 뭐라고 말해야할까요.
네.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저, 케이크 조금만 주시겠어요?" 랍니다. 접시를 들고 달려가는 신부 뒤의 토라진 꼬마신랑의 표정이 보이시나요.

비행사, 해적 등 남자녀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답니다. 살짝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1950-60년대의 그림책이다보니 그 무렵의 문화를 반영해서 그럴까요. 여자친구들은 모두 얌전한 꼬마숙녀 캐릭터란 점이네요. 멋진 여자 해적선장도 있고, 비행사도 있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곰 관현악단분들께 세련되게 '파티는 끝났어요. 안녕!' 하고 인사하는 꼬마친구들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득하군요. 이제 막 예절을 배워가는 유아그림책으로도, 이미 예절을 배워버린 아이들의 그림책으로도 좋을 듯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