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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봐, 생각을!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7
일란 브렌만 글, 레나토 모리코니 그림, 이민정 옮김 / 현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뒤집어 봐, 생각을
일란 브렌만 글/레나토 모니코리 그림
36쪽 | 380g | 230*280mm
알이알이 명작그림책-27
현북스
책을 들자 책에 뚫려있는 구멍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구멍을 보니 고미 타로의 아기 놀이그림책 중 이른바 '손가락 그림책' 시리즈가 생각이 났습니다. 밤톨군 녀석도 그랬던 모양인지 책을 읽어주는 내내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모양을 만들기에 바쁘군요. 책의 내용은 집중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장난치느라 정신 없습니다. 아기 때 워낙 아끼던 책이라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책을 떠올리며 마음껏 놀도록 내버려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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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톨군이 좋아했던 고미타로의 아기놀이 그림책 |
어느 정도 아이가 신나게 놀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읽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이번에는 '콜럼버스의 달걀' 이 떠오릅니다. '발상의 전환' 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고는 하는 이야기죠. 물론 그 이야기조차도 이미 고정관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노력만 기울이면 달걀도 그냥 세워진다고 하는군요. 12시간에 429개를 세운 기록도 있다고 하니까요.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1&contents_id=707
이 즈음에서는 도대체 무슨 그림책길래 하는 생각이 드시겠네요.
일단 책 내용을 한번 소개해드리지요.
:: 책속으로 ::
속표지에 그려진 날라가는 화살 한 대. 화살촉의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속표지부터 이 화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표지에 '윌리엄텔의 사과' 처럼 머리에 무엇인가를 얹어놓은 할아버지를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르쳐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선생님으로 통했지요. 선생님은 고민을 상담하러 온 사람들에게 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해결해주었다는군요. 신기하게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의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지요. (p. 6) 책 속 선생님 모습을 들여다보니 그림 속 모습이 유대교의 랍비 분위기를 풍기는 듯 합니다.
어느날 한 아이가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나요.
선생님은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오래 전에 활과 화살에 흠뻑 빠진 소년이 살았죠. 소년은 활쏘기 학교에도 가고 열심히 연구도 하면서 어떤 목표물이라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청년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세계 활쏘기 대회'에 나가기로 합니다.
막상 대회장소에 도착하자 청년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긴 울타리를 따라 수백개의 과녁이 있었는데 과녁마다 정확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죠. 누가 저렇게 과녁의 한가운데를, 그것도 수백번도 넘게 정확하게 맞힌 것일까요.
그 때 열살쯤 되어보이는 소년이 자신이 그랬다고 대답합니다.
" 그건 아주 쉬워요. 먼저 화살을 모두 쏴요. 그 다음에 화살 둘레에 물감을 칠하면 돼요. "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이들은 모두 웃죠.
" 나는 늘 귀 기울여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 사람들이 내게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하면 난 단지 사람들 이야기 위에 내 이야기를 그려주는 거란다. 소년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지 "
책을 덮고 나니 이제야 '뒤집어 봐, 생각을' 이라는 제목이 와 닿습니다. 액자구성을 통해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평범한 발상을 뒤집어 보게 만드는 일화를 가지고 이야기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이었군요. " 생각을 뒤집어 보는 " 면에서는 이전에 블로그에 끼적여놓았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점 하나의 차이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
http://hillsea92.blog.me/70164598703
그리고 부모로서 " 이야기가 주는 힘" 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2012년 화이트 레이번즈 상 수상작인 이 책은 작가인 일란 브렌만이 생각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에 대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방법을 말하지요.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어떤 주제를 전달하든지 간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일 테니까요. 그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던 그의 어머니처럼 저도 밤톨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 속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부모와 아이들이 스스로의 어떤 해답을 찾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도 느껴집니다. 본문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이 책 속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관찰해보는 재미는 덤으로 따라오는군요. 아마 그 조차도 어떤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장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동안 읽고 들어온 수많은 이야기 중에 알맞는 이야기를 골라 들려주려면 엄마인 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 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