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파는 것 - 어린이의 시선을 담은 재밌는 낱말 책 네버랜드 아기 그림책 128
루스 크라우스 글, 모리스 샌닥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구멍은 파는 것 : 어린이의 시선을 담은 재밌는 낱말 책

A Hole is to Dig : A First Book of First Definitions

루스 크라우스 글 / 모리스 샌닥 그림
48쪽 | 173g | 130*165mm

네버랜드 아기 그림책 128

시공주니어

 

모리스 샌닥과 루스 크라우스가 함께 만들어냈던 그림책 중 첫번째 작품을 이제야 만나볼 수 있게 되었군요.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의 움직임과 언어를 포착해 낼 줄 아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 루스 크라우스아직 이 시기에는 어떤 변형을 시도할 만큼은 노련하지 않은, 그러나 그의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는 초기 일러스트를 보여주었던 모리스 샌닥이 서로 협조하여 만들어 낸 1952년작,『구멍은 파는 것( A Hole is to Dig : A First Book of First Definitions ) 』입니다. 이 책에서 루스 크라우스는 아이들의 말을 유심히 듣고 그들의 시선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었습니다. 책 첫머리에 '해리엣 존슨 어린이집', '로웨이튼 유치원' 의 어린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 작가소개 ::

 

모리스 샌닥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으시고 소개도 여러번 드린 터라

이번에는 글작가인 루스 크라우스에 대해서 살짝 소개해봅니다.

 

루스 크라우스( Ruth Krauss ) / 1901~1993 

 

1901년 7월 25일, 미국 볼티모어 메릴랜드에서 태어나 피바디 예술학원에서 그림과 음악을 공부하고 그 뒤 뉴욕 파슨 스쿨 응용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199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서른 권이 넘는 어린이책을 쓰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타고났으며, 어린이들의 실생활에서 끊임없이 작품의 초점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1941년 크로켓 존슨(본명 : 데이비드 존슨 라이스크)과 결혼하였으며, 1944년 그녀의 첫번째 책 'A Good Man and his Good Wife' 을 선보인 후 이듬해 부부가 함께 작업하여 『당근 씨앗(The Carrot Seed)』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작품으로는《코를 킁킁》, 《이만큼 컸어요!》, 《구멍은 파는 것 A Hole Is To Dig》, 《당근 씨앗 The Carrot Seed》, 《아주 별난 집》등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

 

크라우스의 책은 매우 둔감하고 무감각한 어른과 새롭고 신선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어린이 사이의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 Krauss books can be bridges between the poor dull insensitive adult and the fresh, imaginative, brand-new child " 

 

 

이미지 출처 : http://www.philnel.com/2010/08/06/ruth-krauss-mind-reader/

 

 

 

 

어찌보면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었다는 점에서는 '대화'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마주이야기' 에 관한 국내의 여러 책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이들의 말한 대화 그대로 '기록'한 국내의 '마주이야기' 와는 달리 운율있는 언어로 다시 표현되었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대화가 아니라 어떤 단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정의)를 포착해낸 것이라는 점도 다르겠군요. 그런 면에서는 이전에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했던 '퀴즈! 순수의 시대' 라는 프로그램도 떠오르게 합니다. "작지만 들어있을 건 다 들어있어요" 라는 힌트로 "씨앗" 을 맞추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죠.  이 그림책 속 아이들도 50여가지의 낱말풀이를 들려준답니다. 이 흥미로운 낱말 책 속에는 일상에 대한 아이들의 진솔한 시선, 문제를 단순 명료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유머를 담아내는 감각에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하는 두 작가의 노련한 눈썰미가 더해진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덤으로 얹어집니다. 그럼, 잠깐 책 속을 들여다보실까요? 


:: 책속으로 ::

 

표제로 선택되기도 한 '구멍'. 저를 포함한 어른들은 구멍이 뭘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전적 의미인 "뚫어지거나 파낸 자리"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렇게 풀이해준답니다.  

 

 

구멍은 파는 것

 

 

구멍은 쏙 들어가 앉는 것

 

 

구멍은 꽃을 심는 것

 

구멍에다 보물을 숨겨 놓을 수도 있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본 터라 보여주기 전에 밤톨군에게도 몇가지를 물어보았었습니다. 이 녀석도 "구멍은 심는 곳" 이라는 비슷한 대답을 하더군요. 녀석의 시선이 조금 부러워졌습니다. 아이들의 생활 속에는 구멍이란 낱말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쓰임새, 뜻이 담겨 있군요. 아이들의 열린 생각, 열린 세계 속에서 낱말은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결같이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는 그림 속 아이들의 표정은 그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신체에 관한 낱말 풀이들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손은 서로 꼭 잡는 것. 할 말이 있을 때 번쩍 들기도 하는군요. 코는 서로 비비는 것, 그리고 팔은 서로 꼭 껴안는 것. 발가락은 꼼지락 거리는 것. 얼굴 한가득 웃음을 보이며 자랑스럽게 대답했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도 엄마미소가 가득해집니다. 아이들이 낱말의 '정의' 와 '용도' 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대답한 것이기에 이것이 시험이었다면 점수가 참 낮겠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시선들을 오래 간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큽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책에 대한 아이들의 자유로운 풀이에 더 큰 웃음이 터집니다. 책은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고, 엎드려 또는 베고 자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나 이 책은 베고 자기에는 조금 작겠어요. 어른 손보다 살짝 큰 얇은 책이거든요. 책의 또다른 쓰임새를 이야기해주었던 클로드 부종의 '아름다운 책' 이 떠올랐습니다. (리뷰 : http://hillsea92.blog.me/70152507906 ). 고백하면 제게도 책이 마우스 패드이기도 하고 베개이기도 하고, 의자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밤톨군에게는 블럭도 되고 도미노 놀이용이기도 하고 닌자고들의 기지판이기도 한 것이 책이랍니다.



 

 

제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낱말풀이 한 귀절. "손은 서로 꼭 잡는 것".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세대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아이들의 살아 숨쉬는 일상을 엿보게 하는 글과 생기 넘치는 작은 그림들 속에 가득 넘치는 유머와 독창성이겠지요. 게다가 아이와 함께 보면서 함께 다른 풀이를 해볼 수 있는 재미도 따라오는 책이기도 하답니다.

 

 

 

 
:: 또 다른 이야기 ::
 
조금씩 밤톨군의 어록을 적어놓고는 있었지만 더 커버리기 전에 '마주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남겨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주이야기’란?
마주이야기는 ‘대화’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 말을 들어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는 교육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 말을 만나보세요.
* 아이들 말은 ‘살아 있는 시’ 입니다.
마주이야기는 답답한 시 교육에서 벗어나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아이들 말을 ‘시’로 보자는 교육입니다. 마주이야기 교육에서는 시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 역시 시를 배우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아이들 말을 들어주고, 그 말을 더 들어주려고 글자로 쓰다 보면 저절로 ‘시’가 됩니다.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가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감동스럽게 쏟아 놓은 마주이야기에서 ‘살아 있는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마주이야기 소개글 중

 

 

  
 

 

1. 마주이야기 공책은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아이와 주고받은 말을 그대로 쓰세요. 아이가 한 말인지, 누가 한 말인지만 알아볼 수 있게 극본 쓰듯이 쓰면 돼요.
2. 아이 입에서 나온 말, 아이와 말한 다른 사람들 말도 모두 다 써요.
아이가 칭찬받을 만한 착한 말만 골라 쓰지 말고,
아이가 자라면서 즐거웠던 일, 신기했던 일, 놀라웠던 일부터 해서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창피했던 일까지 다 써요.
3. 아이가 말했을 때 곧바로 써요.
곧바로 쓰지 않고 나중에 기억해서 쓰려면 어려워요.
아이가 말했을 때 곧바로 써야 기억하지 않아도 잘 쓸 수 있어요.
게다가 아이가 하고 싶어서 마구 말을 할 때, 그때 써야 말맛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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