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의 역습 -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청결의 역습

유진규 글 /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280쪽 | 517g | 152*224mm  

김영사ON

 

 

유난히 덥고 습하게 느껴졌던 올해 여름 내게는 지옥이었다. 하루만 버리지 않아도 썩은 내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 아무리 아이를 씻긴 후 잘 닦아놓는다고 해도 피어나는 욕실의 곰팡이. 설겆이를 해도 여름이라 더욱 신경쓰이는 부엌의 조리도구들. 아이는 여름동안 장염을 한번 앓았고 그 원인이 환경을 좀더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한 내 탓인듯 하여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광고에 나오는 각종 살균제, 살균관련 가전제품들을 꽤 고심하며 눈여겨보았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가 모래라도 만지려고 하면 화들짝 놀라며 제지하기에 바빴다.  그런 내게 작은 다독임과 그리고 새로운 충격을 함께 주는 책을 한 권 만났다. '당신의 청결습관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라는 다소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고 있던 『청결의 역습』.    

 

           

  ▷ SBS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 의 한장면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휴대전화에는 변기보다 400배 많은 세균이 산다' 라든가 "아파트, 마트 카트, 컴퓨터 자판기에는.. 세균이.." 라는 기사를 거의 매일같이 보며 살고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유치원의 위생교육에서 시작해서 언론의 '호들갑'을 통해 공고해진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청결, 살균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리며 현대사회의 피로가 더욱 깊어지는 듯 하다.  

 

이 책의 내용은 2013년 3월에 「SBS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이란 제목으로 방송되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복용의 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터라 방송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인용기사를 통해 짤막한 단편지식정도는 들어보기는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방송의 내용을 요약한 책이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요약서라기보다는   "청결 강박에 사로잡혀 99.9% 살균을 고집하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충격적인 진실"이란 주제에 대하여 좀더 밀도 있게 전하고 있는 듯 하다. 확인해보니 당시 '청결의 역습' 이라는 주제로 방송용 다큐멘터리와 출판용 책으로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원작인 셈이다.      

 

 

책 속 내용 가운데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부모의 시선으로 읽고 다가오게 되는 의미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와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의 몸 속 세균 상태가 현저히 다르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는 자연분만 시 아기가 산도를 통과하는 동안 산도에 묻어있는 좋은 세균들과 만나 ‘세균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산도에 묻어있는 세균들은 아기들의 면역을 지켜주는 공격수로 자리 잡는다. 모유의 신비는 더 놀랍다. 모유 속에 든 성분 중에는 아기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많이 들어있다. 올리고당은 아기의 먹이가 아니라 비피더스라는 세균의 먹이다. 아기를 위해 세균의 먹이까지 준비해 놓은 자연의 치밀함이 참으로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출산과 모유는, 인간이 세균과 공생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진화의 산물이자 증거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 SBS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 의 한장면 / 세균샤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프로바이오틱스' 에 대한 부분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 부족한 유익균을 보충하여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돕고 건강을 증진하려는 노력이 의학계에서 '박테리오테라피' 라는 활동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때 사용되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다. 'pro' 는 '~를 위한' 이라는 의미이고 'biotics'는 생명을 뜻한다. '친생제' 라고 번역되기도 하며 항생제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전에는 유산균이 유익한 균의 대명사로 쓰였지만 유산균이 아닌 다른 세균이나 심지어 특정 대장균과 효모균도 몸에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P139) 라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음식이나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야 구강에서 대장까지 골고루 훑고 가기도 하고, 미생물이 물을 다시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습기가 차면 깨어나는데 캡슐이나 봉지 안에는 균의 먹이가 될 것이 없으므로 봉지 안에서 죽게되므로 최대한 냉장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갑자기 지난 여름동안 상온에서 보관해두었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대한 근심이 깊어져버렸다. 

 

다 만들어 제공되는 장난감, 즉 의미와 목적이 정의된 장난감 제품들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잇감이 된 자연물에 공통의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창의성이 발달한다는 '숲유치원' 의 순기능 외에 숲에서 제공하는 유익한 세균들이 제공하는 면역력의 증강이 지능과 정서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 ( 비단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현대적 질환들도 자연 속에 답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  그러므로 "집 주변에서 농약과 중금속 등에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토양을 찾을 수 있다면 아이들이 흙바닥에서 놀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직접 농사를 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기농 주말농장은 좋은 대안이다. 농장이 어렵다면 화분을 가꾸면서 분갈이를 함께할 수도 있고 흙장난 나들이를 할 수도 있다." /(p232) 라는 내용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자연에서 뛰놀던 우리 세대에 비해 그렇지 못한 요즘 아이들은 "꼭 필요한 미생물 중 일부만 가지고 있거나 불필요한 미생물이 너무 많다. 이것이 나와 내 다음 세대의 차이점이다. " (P256) 라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파온다.   

   

물론   어설피 읽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의 '청결' 이란 모든 세균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우리의 생활습관, 즉 '현대적 위생'을 의미 한다는 것. 외출 후 손을 씻는다던가 정기적으로 도마와 칼을 소독해야하는 등의 '기본 위생' 마저 도외시하면 곤란하다. 인류는 세균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역겨움' 이라는 유해 세균의 위험을 피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해로운 세균을 가득 품고 있거나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유익균을 가득 품고 있는 숲 속의 부식토같은 냄새는 향긋한 안도감을 준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생활방식 속에서 현대문명과 자연과의 접점을 찾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해답 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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