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뇌 -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
데이비드 J. 린든 지음, 김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유를 알 수 없던 안절부절함. 일하던 시절에는 네트워크가 끊어져있기라도 하면 불안해하는 서로를 지켜보며 "Networkless 증후군" 이라며 자조의 웃음을 흘렸던 동료들. 무선전화가 보급된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2G 폰이라도 없으면 만날 친구도 못만날 것 처럼 불안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살짝 떨리는 기분마저 든다. 중독이라는 것이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게임 중독 같이 나와는 다소 먼 개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앞에서 언급한 이런 일들이 습관적이고 강박적으로 반복될 경우에는 중독 직전의 단계까지 진입하거나, 어쩌면 이미 중독에 빠진 상태일 수도 있다고 한다. 중독은 언제라도, 누구나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의 의지를 통해 그 모든 일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과연?  

저자는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바로 뇌 속 쾌감회로라고 단언한다. 즉 중독은 의지박약한 낙오자들의 질병이 아니라 고장 난 쾌감회로 때문이라고. 그리고 중독의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신경화학 물질, 즉 도파민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쾌감회로는 여러가지 '약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선하다고 여기는 많은 행동들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 자발적 운동, 명상이나 기도, 심지어 자선 기부조차도 인간의 쾌감회로를 활성화 시킨다고하니 더욱 흥미롭다. 

 

" 신경계에서 선과 악은 하나이며, 우리가 어떤 경로를 취하든지간에 쾌감은 우리의 나침반이다. "  

/ 1장. 쾌감 버튼을 누르는 뇌, P38  

 

 

흔히 '콩깍지가 씌인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기능의 왜곡도 뇌의 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 기사로 읽어보기도 했던 현상을 좀더 자세히 <4장. 섹시한 뇌> 에서 다뤄주고 있다.

 

 

▷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 중 한장면, 2012 

 

사회심리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낭만적 사랑의 강렬한 초기 단계는 9개월에서 2년까지 지속되고, 그 후에는 대부분 강렬함이 줄어든 사랑의 동반자 형태로 바뀌는 것을 확인해왔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10년이나 20년이 지나도 파트너에 대한 감정이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강렬하다고 보고하고 연구로 증명했다. 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소수의 연인들은 최초의 도취 단계를 넘긴 뒤에도 사랑의 불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어떤 사람들이 강렬한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파민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특별한 궁합이 있기 때문일까?  - P136

 

이렇듯 저자는 쾌감을 만들어내는 뇌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쾌감회로를 둘러싼 약물전쟁,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의 비밀, 사람과 쾌감의 진실, 도박충동, 운동과 명상, 자선 기부에서 추상적 관념을 차례로 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쾌감의 미래에 관한 여러가지 전망들을 소개하며 과도한 비약과 섣부른 기대 대신 합리적 현실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 있다. 그 예로 과학기술로의 중독치료가 아닌 사회, 법률, 재정적인 제도의 정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중독이란 의지박약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 무뎌진 쾌감회로가 이전과 동일한 양의 쾌감을 생산하려고 과잉 작동하는 신경생리학적과정이라는 관점으로 중독의 문제에 접근할 때에야 피해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책의 곳곳에 다소 낯설은 용어들에 어려움이 있을 듯 했으나 신경과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실험들이 펼쳐져 있어 도움이 된다. 습관, 중독, 강박의 신경학적 본질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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