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워, 무서워
노경실 글 / 김영곤 그림
도서출판 씨즐북스
밤톨군의 두려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학습되는 두려움.
후자의 경우 밤톨군을 그간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공포도 학습인걸까~ 라고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도깨비가 뭔지, 귀신이 뭔지, 뱀파이어가 뭔지 모를 때에는 이야기를 들어도 모르니 무서움을 모르다가 관련 책들을 읽어가기 시작하면서 뱀파이어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밤톨군의 경우에는 6세 후반기부터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군요. 한번 무서워하면 몇일간 계속 생각난다며 떨면서 엄마와 아빠를 당황하게 하고는 합니다. 아무리 실제로 있는 일이 아니라 꾸며낸 가상의 이야기라고 설명해도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더라구요. ( 사실 엄마인 저도 뱀파이어 영화를 보면 몇일 소름이 돋는 것은 사실이긴 하죠. ). 오죽하면 뱀파이어는 마늘을 싫어하는데 우리나라는 마늘을 많이 먹어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특유의 마늘향을 이야기한단다. 그러니 우리나라에는 뱀파이어가 올 수 없으니 걱정말거라! 라고 설득(!)을 해야했을까요.
반면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적인 걸까요. 어릴 때부터 불을 다 꺼버리면 잠이 들지를 못했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그러고보면 벌레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을 보면 어릴때부터 곤충잡을때 엄마가 전혀 징그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무서워하지 않으며 곤충을 만집니다. 어쩌면 이 부분은 두려움에 대한 극복의 힌트를 주는 부분일까요?
물론 아이들마다 무서워하는 것들이 조금씩은 다르겠지요.
그러나 여러 무서움을 모아보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 하나, 둘 쯤은 반드시 찾아질 듯 싶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들, 그 마음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자다가 깬 한 아이. 무서운 꿈을 꾼 모양입니다.
슬프게 엄마를 부릅니다.
아이를 재워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보면 저도 이렇게 밤톨군이 자다 깨어 저를 찾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깜깜한 밤도 무섭고, 혼자 자는 것도 무섭고
심지어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도 무섭습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다가 이 장면을 보고 나서 (학습된) 밤톨군은
어느날 저녁의 산책길에 자신의 그림자가 살짝 무섭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무서웠던 건지 그 김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겨서 가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루종일 심술부린 날은 맴매가 무섭습니다.
밤톨군은 이런 날은 엄마의 표정이 제일 무서운지 계속 얼굴 표정을 살핀답니다.

울지마. 훈아
엄마가 화내면 무서워요.
엄마, 화낸 거 아니야.
훈이 착한 어린이 되라고 야단친 거야.
훈이는 엄마 마음 알지?
아이를 꼬옥 안아주는 엄마 눈에도,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습니다.
아이의 눈물을 보면 엄마의 마음도 적셔지거든요.

텔레비젼에서 무심코 본 도깨비나 유령도 무섭습니다.
조금씩 적응을 시켜줘야할지 아예 안보여줘야할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제주도에 댕기열 모기가 출몰했다는 뉴스를 보고 하루종일 걱정하며 무서워하는 녀석.
암에 대한 다큐를 보고 나서 암이란 질병을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녀석.
호기심이 늘어가는 만큼, 그리고 배워가는 양이 많아지는 만큼
두려워지는 것도 많아지는 녀석인가 싶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두쌍의 다리.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씩씩한 책 속 아이는 엄마,아빠가 안아주어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합니다.
세상에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이야기해주신 부모님.
즐거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 지도 들려주셨군요.

무서움을 느낀다는 것도 축복이라 이야기해주는 작가의 말.
무서움을 느꼈을때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솔직한 자기표현이기에
우리 아이들이 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하며,
그 마음을 올바르게 보호받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겠지요.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무서움은 대상에 대한 불분명한 '앎' 에서 오는 공포감인지도 모릅니다.
무서움을 가져다 주는 것들에 대한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과학적이든, 공감적인 이야기든
무엇인가 아이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그래서 밤톨군이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조금씩 대상에 대해 익숙해지면서
무서움 대신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다면.
흔히들 아이들이 겁을내면 어른들의 보여주는 반응인 "뭐 이런걸 가지고 그래?" 대신
무엇보다도 지금 느끼는 무서움이 자연스런 성장의 징후이고
겁이 많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부터 아이에게 들려주어야겠지요.
그리고 아이가 용감하게 대처하면 크게 칭찬을 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