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산
안토니오 그람시 글, 마르코 로렌제티 그림, 유지연 옮김 / 계수나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생쥐와 산

안토니오 그람시 글 / 마르코 로렌제티 그림

계수나무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설자 중 한 명이며 한 때 지도자이기도 하였던 안토니오 그람시.

그는 문화 및 정치적 리더십을 분석한 철학자이기도 했고,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를 비판하는

문화적 헤게모니(Cultural Hegemony)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에서 투옥되었는데

그 때 아내에게 쓴 편지에 수록된 내용의 일부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졌군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져 엄마가 먼저 책을 펼쳐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줄리아에게.

오늘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군요

내 고향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예요.

당신이 델리오와 줄리아노에게 전해 주세요.

 

수를 놓고 있는 엄마 곁에서 평화롭게 잠들어있는 아이.

그리고 그 옆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우유.

 

 

생쥐 한마리가 우유를 마시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슬피 울었죠.

생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답니다.

 

생쥐는 우유를 얻으러 염소에게 갑니다.

염소는 먹을 풀이 없어 우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죠.

 

 

이제 생쥐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풀, 수돗가, 수리공

 

 

가뭄과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을들

그리고 욕심 많은 사람들이 나무들을 베어가버려 헐벗은 산.

 

 

 

생쥐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산에게 다 말해주고

아이가 자라면 나무를 심도록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산은 생쥐를 믿고 돌을 내어 주었습니다.

 

( 이 장면의 삽화는 밀레의 만종(L'Angélus) 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

 

 

 

그 후 수돗가에는 물이 다시 가득 차고, 풀도 무성하게 자라고,

염소는 풀을 마음껏 뜯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는 많은 우유를 얻었지요.

아이는 약속대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벌거벗은 산은 새로 심은 나무로 가득찼어요. 

 

나무들은 점점 푸르게 자랐고 모든 게 변했어요.

결국, 생쥐는 나라를 다시 세운 일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책 속 내용의 전개는 구전동화의 형식인 형식담( 形式譚, formula tale ) 의 형식을 취한

우리 전래동화의 '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 같기도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과정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하네요.

이 책은 그 꼬리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커다란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 다르지만요.

 

 

책 말미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

'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 과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바라는 부귀영화에 대한 동경심 같은 것이

가장 소박한 원초적인 사고를 통하여 구전되어 온 '좁쌀 한톨로 장가든 총각'의 내용과 달리

이 책은 다시 우유를 얻기 위해서는

중간단계를 무시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이뤄가야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감옥에서 잘못된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을 그가 얻은 결론은

느리지만 튼튼하고 끈끈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이끌어야한다는 것이었나봅니다.

 

항상 뭔가를 이루고자 살짝 조급해진 제게

오늘도 아이의 그림책은 절 다독이며 속삭여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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