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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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을 읽으며 구석에 있던 체스판을 오랫만에 꺼냈다. 아이와 함께 하려고 사놓았으나 체스에 능숙하지 못해서 기본 룰만 간단히 배우고 활용하지 못했다. 소설을 읽고 나니 체스를 다시 배우고 싶어진다. 


나한테는 체스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이기도 해. 우리 아빠는 세상만사가 전략의 문제라고 했어. 체스를 하다 보면 아빠의 그 명언이 실감 나지. 실제로 그렇거든.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 예순네 칸짜리 사각형 판 위에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아 - p28, 니콜



2권에서는 현실을 체스판으로 삼아 벌이는 니콜과 모니카의 대결이 펼쳐진다. '지구라는 거대 체스보드 위에서 인간들을 폰으로 움직이며 둘만의 체스 게임(p153)'을 벌인다.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승패를 주고 받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다. 함께 뭉친 집단의 힘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니콜과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여기는 모니카의 전략이 명확히 드러난다. 니콜은 폰을, 모니카는 퀸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그들이 활용할 폰과 퀸은 누구일지 미리 짐작해보는 것도 더욱 재미있다. 군중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니콜에게 맞서, 모니카는 니콜이 약한 지점인 개인 간의 관계와 심리를 이용한다. 


그녀가 잘 모르는 분야를 공략해야 했어요. 군중의 사회학은 그녀의 전공이지만, 개인의 심리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니콜 오코너는 폰들의 작은 움직임은 제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퀸의 거시적 움직임을 꿰뚫는 눈은 없어요.- p42, 모니카


모니카에 말려들어 IRA 중에 MI5에 검거되었다 탈출한 니콜은 소련의 KGB 요원까지 되어 능력을 발휘한다. 니콜과 모니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대결을 벌인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 소련의 붕괴 등 20세기 후반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들의 대결 무대의 배경이 된다. 베르베르가 늘 페이지 중간에 등장시키는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코너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빈 라덴을 도와 911 테러를 일으키는 배후에 니콜을 등장시키기까지 한다. 


집단이냐, 개인이냐 이건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야. 우리는 상반된 인식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선 상호 보완적이라 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게 아니니까. 너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깨달은 결론도 결국 그거 아닐까.- p270


그리고 벌어지는 마지막 체스 대결과 의미심장한 한 마디.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종국에는 죽인다." 숙적인 니콜과 모니카가 인생의 황혼에서 만나는 마지막 대결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오픈 결말이기에 더욱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권이지만 몰입하다보면 금방 읽게 되는 소설이라, 올해의 여름 휴가지에서 읽을 소설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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