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끔찍한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틴 베크 시리즈도 어느덧 일곱 권째를 펼쳤다. 일곱권을 책꽂이에 나란히 꽂아두니 책 등의 글자들이 점점 의미있어졌다. 한 글자씩 써있으니 'Martin Beck' 에서 'MARTIN' 이 완성된 후 'B'를 추가했다. 이번 편에서는 전직 경찰서장이 입원한 병실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마르틴 베크는 같은 경찰관 동료를 죽인 살인자를 검거해야 한다. 



살해된 스티크 뉘만은 동료들에게도 '나쁜 경찰'이라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콜베리는 "그는 오늘날까지도 경찰 전체의 수치야. 나로 말하자면, 그와 같은 도시에서 같은 시기에 경찰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창피해(p117)" 라고 말할 정도다. "망할 연대감이라는 것이 우리의 제2의 천성이 되었단 말야. 우리는 단결심을 세뇌당했다고" 라면서 잘못된 것을 보면서도 지적할 수 없는 경찰조직에 대해 한탄한다. 마르틴 베크 또한 실마리를 찾으려 수사를 하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 조직의 추악한 민낯을 확인할 뿐이다. 스티크 뉘만은 고위 경찰이라는 지위에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법을 집행했으며, 그의 긴 경력만큼이나 부당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았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병실에서 수사를 이어가던 렌나르트 콜베리와 군발드 라르손은 갑자기 울린 총성을 듣는다. 솔나의 순찰조 크리스티안손과 크반트가 총을 맞는다. 누군가가 지붕에서 소총으로 경찰관들을 쏘고 있다. 아마도 그가 스티크 뉘만을 살해한 범인일 것이다. 그동안 범인과 대치하여 액션을 주고 받던 장면이 없었는데, 이번 편은 총알이 오고 가는 액션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콜베리와 라르손은 물론 마르틴 베크 또한 위험에 직면한다. 


『어느 끔찍한 남자』 는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보다는 검거하는 과정에 집중하게 되는 소설이다. (범인은 다른 편들과 달리 금방 누군지 유추할 수 있다. ) 경찰을 향해 총을 겨눈 범인의 검거를 위해 최루탄을 터뜨리고 헬기도 투입되는 등 대규모 작전이 펼쳐진다. 앞선 에피소드들에서는 볼 수 없던 작전이다. 헬기 한 대는 격추되어 사상자가 발생하고, 마르틴 베크는 자진해서 건물해서 잠입한다. 장면들이 긴박감이 넘친다. 

그 짧은 순간에 마르틴 베크가 본 것은 그게 다였다. 그리고 시퍼런 사각형 총신에 큼직한 손잡이가 달린 헤메를리 권총의 기이한 생김새. 총은 작고 까만 죽음의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표현을 어디선가 읽었던 게 기억났다. 하지만 주로 든 생각은 너무 늦었다는 거였다. 

- p324



등장인물의 눈을 빌려 묘사하는 스톨홀름 도심의 모습은 '쓸쓸함과 황량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1960~70년대의 사회제도와 구조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는 두 작가가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복지국가라고 여겨졌던 스웨덴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고발하고자 했던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십년동안, 스톡홀름 도심은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변화를 겪었다. 원래 있던 동네는 모조리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 동네가 지어졌다. 도시 구조 자체도 바뀌었다. 도로가 확장되었고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런 활동을 부추긴 것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니라 귀한 땅을 한 뼘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착취하겠다는 욕망이었다. 도심에서는 기존 건물의 구십 퍼센트를 허물고 기존 도로망을 깡그리 지운것만으로도 모자라 지형 자체에도 폭력적인 변화가 가해졌다. <중략>


힘없는 사람들은 교외로 추방되었고, 그들이 살고 일하던 활기찬 동네는 폐허가 되었다. 도심은 시끄러운데다가 통과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건설 현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서서히, 집요하게 새 도시가 솟아났다. 넓고 소란한 간선도로의 혈관, 번쩍거리는 유리와 금속의 얼굴, 죽은 콘크리트의 평평한 땅, 그리고 쓸쓸함과 황량함으로 이뤄진 도시가. 

- p82



책 속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 원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심지어 오늘날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은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에 씁쓸함을 느끼며 완독한 책을 다시 책장에 꽂는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회고발소설을 읽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