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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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정주행한 지 어느새 다섯 권 째가 되어 간다. 『사라진 소방차』 는 마르틴 베크보다는 군발드 라르손, 뢴, 콜베리, 몬손, 스카케 등 주변 인물이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또한 주요 살인 사건 수사에 대한 이야기와는 번외로 등장인물들이 왜 경찰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 나온다. 이런 깨알같은 재미가 시리즈물을 읽으며 얻는 또 다른 재미요소다.

마르틴 베크는 전쟁 중에 병역을 회피하는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회상하고, 부유한 귀족가문 출신인 군발드 라르손은 해군 생활을 하다가 상선으로 옮겼으나, 그곳에서는 해군에서 배웠던 것들이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다가 경찰이 되었다고 나온다. 전 편들에서 다른 캐릭터들이 군발드 라르손에 대해 불평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왔는데, 군발드 라르손 또한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찰관으로서 그의 자질에 대한 견해는 사람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 그를 싫어했다. 그는 대개의 일을 제 방식대로 처리했고, 그. 방식이란 최대한 좋게 말해서 비정통적이었다."(p141)

전작들 중 한 권인 『발코니에 선 남자』 처럼 초반에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모르는 한 남자가 사망한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한 남자가 권총으로 자살한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마르틴 베크의 이름이 적혀있다. 마르틴 베크와 전혀 면식이 없는 사람이라 의아하지만, 이 사건은 자살 사건으로 처리된다. 이제는 전작들의 구조에 단련되어 있는 터라, 이 인물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등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나름대로의 관련성을 추리해보았다. ( 그러나 내 스스로의 추리는 장렬히 실패하고, 소설 속 수사관들이 설명해줘서 알았다는... )

장면이 바뀌고, 군발드 라르손이 절도 전담반의 인력지원으로 차량절도 용의자를 감시한다. 그런데 용의자가 살고 있는 건물이 갑자기 대규모의 폭발을 일으키고, 라르손은 그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대다수 구해내지만 지켜보던 말름이라는 인물은 사망한다. 누가, 왜, 어떤 방법으로 폭발을 일으킨 것인가. 게다가 화재 신고를 했건만 소방차는 왜 나타나지 않는가. 3월 초에 일어난 사건은 8월 말에야 간신히 범인을 특정한다. 그러나 범인을 잡을 수가 없어 인터폴에 협조요청만 한 채로 수사는 종결된다.

범인을 특정하게 된 것도 살인수사과 팀이 아닌 다른 팀들의 역할이 컸다. 우선 방화가 아닌 자살로 종결될 법한 사건을 뒤집은 것은 과학수사대의 엘름이다.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운에 맡기지 않아요. 내가 특정한 세부에 주목해서 특정한 결론을 끌어낸 거지.(p176)" 라면서 누군가 말름의 매트리스에 화학적 시한폭탄을 장치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후에는 『웃는 경관』에서 수색의 명수로 자처했던 '말뫼 경찰서'의 페르 몬손이 활약하며 범인을 특정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특징 중의 하나는 곳곳에 웃음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것. 인물들의 대화 속이나 작은 장면들 속에 유머 요소들이 흩뿌려져 있다. 이번 시리즈에도 씬 스틸러이자 수사 방해 빌런인 솔나의 순찰조 칼레 크리스티안손과 쿠르트 크반트 경관이 등장한다. ( 이제는 안나오면 섭섭할 것 같다. ) 이들이 벌인 순찰 중의 나태함으로 수사관들이 매우 헛걸음을 한다. 결국 군발드 라르손은 '게으른 두 등신 경찰들' 이라고 이들을 부르고야 만다. 이 두 사람은 등장할 때마다 무능함을 매번 갱신하는 만담 콤비인 듯 하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서 수사관들과 대결구도인 존재들은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 무능한 경찰들일지도 모른다.

이번 소설의 제목인 『사라진 소방차』 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한 가지는 ‘화재 현장이 아닌 곳으로 출동한 소방차’ 다. 셸드가탄 폭발 화재현장에 출동했다는 소방차가 실제로는 솔나 순드뷔베리 링베겐 거리로 출동했기에, 수사관들에게 사건 현장인 셸드가탄 거리에서는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는 부분이다. 나머지 의미는 뢴 경위의 아들이 선물로 받았다가 잃어버렸던 ‘사라진 장난감 소방차’ 다. 이 장난감 소방차를 찾아준 것 또한 수색의 명수, '말뫼 경찰서'의 페르 몬순의 활약 덕분이었다.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시리즈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듯 하다. 다음 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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