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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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유럽 현지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 중인 저자가 이케아 디자인의 뿌리인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 부터 인간의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노르웨이 천재 화가 '뭉크'까지 북유럽 화가 41명의 작품 100여점을 소개한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는 북유럽의 역사, 신화, 문화를 간단히 소개한 후, 스웨덴 화가 7명, 노르웨이 화가 11명, 덴마크 화가 13명, 핀란드 작가 10명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각 나라별 마지막에는 '북유럽 둘러보기' 코너를 두어 나라별 대표적인 도시 한 곳씩을, 즉 스웨덴의 스톡홀름, 노르웨이의 오슬로, 덴마크의 코펜하겐, 핀란드의 헬싱키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덴마크 편은 '고요히 스며드는 일상을 담다' 라는 주제로 관련된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소 주제로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는 빛' 을 그려낸 작품으로 빌헬름 함메르쇠이, 칼 빌헬름 홀소에, 페테르 빌헬름 일스테드의 작품들을 뽑는다.

덴마크 상징주의 화가인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바닥에 햇빛이 비치는 스트란트가드의 거실> 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당시 유행하던 인상파 회화처럼 화려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실주의 회화처럼 사물의 윤곽선이 뚜렷하지도 못핟다고 비판받았다고 한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몽환적이고 불안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전체적으로 흐르는 고요한 시적 정서가 관람자들을 점차 매료시켜 나갔고, 작품을 다시 찾은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행복이 있음을 깨달았다. '(p181)

생전에 유명했던 빌헬름 함메르쇠이는 사후에 다른 상징주의 미술가들과 함께 잊혀졌다가 20세기 후반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함메르 쇠이가 21세기에 부활한 것은 상징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북유럽풍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고요한 일상에서 내밀한 평화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이 정보와 물질의 과잉으로 언제나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독한 행복을 선물하기 때문' 이라고 전한다.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는 빛' 에 관한 작품들 중에서 내 시선이 한동안 머물렀던 작품은 <반추>라는 작품이었다. 거실 전면에 보이는 커다란 창으로 푸르른 정원이 펼쳐져 있는 칼 빌헬름 홀소에의 작품 <반추>는 가벼운 붓터치로 한가로운 오후의 고요를 보여주며 여유와 행복이 넘쳐난다.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처럼 스웨덴의 국립 미술관에 있는 베르타 베그만의 작품 <정원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어머니> 에서도 따스한 봄 빛 아래 사랑스러우면서 행복한 모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파란 줄무늬 드레스와 하얀 스카프를 두른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고, 엄마의 품에 안긴 사랑스러운 아기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빛들은 '모녀의 모습을 따스하면서 사랑스러운 질감으로 가득 채운다.' (p230)

저자는 (나같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잘 알려진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해의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조선의 <몽유도원도> 와 코펜하겐의 풍경 화가 요한 크리스티안 달의 작품 <스퇴고네제 산>을 비교해본다던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이야기와 덴마크 회화의 아버지인 크리스토퍼 빌헬름 에케르스베르크의 작품 <떠나는 연인에게 이야기 중인 선원>에 대한 것을 연결하며, 에드가 드가의 작품 <무대 위 발레 리허설>에서 드가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핀란드의 군나르 베르트손의 작품 <신부의 노래>로 이어가는 식이다. 덕분에 더욱 북유럽 대표 화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흥미가 샘솟았다.

근대의 북유럽 작가들이 진실되게 그리며 노래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 을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북유럽』 를 통해 만나보시길. 낯설지만 정겹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 듯 두근거린다. 시리즈의 다른 편인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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