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집 비룡소의 그림동화 328
마틴 워델 지음, 안젤라 배럿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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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명작동화라고도 불리는 세계의 옛 이야기를 담아낸 책들의 일러스트 작가 중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들이 있다. 단행본 뿐만 아니라 전집에 흩어져있는 그림책까지 수집하게 하는 작가들이라고 할까. 이 그림책 『숨어있는 집』 의 그림책 작가 안젤라 배럿(Angela Barrett) 또한 그런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절판되었던 고전 그림책 『숨어있는 집』 이 비룡소에서 새롭게 개정되어 나왔다. 어찌나 반가운지!




오솔길 아래 작은 집에 브루노라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그는 '너무 쓸쓸해' 친구 삼을 나무 인형을 만든다. 뜨개질하는 인형 메이지, 삽을 든 인형 랠프, 가방을 멘 인형 위너커, 이렇게 셋을 만든다. 가라앉은 녹색과 회색, 갈색톤의 일러스트는 할아버지의 표정과 함께 쓸쓸함을 더욱 강조해주는 듯 하다. 오래된 사진 같은 장면.




세 인형은 창턱에 앉아 할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길쭉한 머리, 둥그스름한 어깨의 인형들은 내게 모딜리아니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기형적으로 긴 목과 길게 과장된 코, 둥글게 처진 어깨, 눈동자 없이 텅 빈 아몬드 형 눈. 살짝 기울어진 머리를 특징으로 하는 모딜리아니의 그림들 말이다. 모딜리아니의 그림들에서 가슴을 저리게 하는 먹먹한 아름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인형들의 뒷 모습 또한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장면에 '세 인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행복했을 거예요.' 라고 텍스트로 적어두었다.

어느 날, 브루노 할아버지가 떠나고 모든 것이 변해갔다. 작은 집 창문으로는 아이비 덩굴이 뻗어나가고, 부엌에는 생기없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난다. 세 인형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본다. 여전히 창문에 앉아있는 채로 말이다. 집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도 볼 수 없는 집이 되어갔다. 그래서 '숨어 있는 집'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한 남자가 이 집을 발견하고 아내와 딸을 데려온다. 가족들은 집을 치우고 걷어내고 쓸고 닦는다. 마침내 모든 것이 근사해졌다. 가족의 어린 딸은 세 인형을 발견하고 새롭게 색을 칠한다. 낡은 인형옷의 풀어진 옷, 헤어진 가방, 나무인형의 얼룩들에서 시간의 흐름, 잊혀졌던 세월 동안의 외로움을 읽어본다. 안젤라 배럿의 그림에는 다양한 디테일들이 살아있고, 숨어있는 상징들이 많아서 그림을 더욱 오래 살펴보게 된다.

"함께하는 우리 모두가 가족이란다."


이제 인형들의 얼굴은 웃는 얼굴이 되어 있다. 독자들은 인형의 뒷 모습이나 옆 모습이 아닌 환한 얼굴의 정면을 마주한다. 또한 초반의 톤 다운된, 다소 침울한 톤의 색은 어느새 밝은 톤으로 바뀌어 있다. "이제 함께 살아갈 완벽한 가족이 생겼으니, 아마도 셋은 다시 행복해졌을 거예요." 라는 마지막 문장에 그림책을 읽는 이들 또한 함께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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