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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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SF 사상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이 됐다. 『듄』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지 궁금했던 오랜 팬인 나는 『듄의 세계』 를 펼치며, 드디어 호기심을 풀 수 있겠구나 싶어 신이 났다.



커다란 판형의 책에 가득한 컬러 사진들과 이미지들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총 4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행성을, 각 장은 『듄』 의 팬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핵심 키워드들을 제목으로 삼는다. 해당 핵심 키워드들을 풀어내기 위해 저자는 200여권이 넘는 참고문헌과 인터뷰 등을 통해 기원을 찾아보고, 관련된 정보들을 상세한 해설과 함께 담아내었다.

원작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 처음 『듄』을 접한 친구는 '스파이스가 도대체 뭔데' 라고 물었었다. 내 경우는 소설을 세계관과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 먼저 접했었기에, 게임 속에서 열심히 스파이스 채취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슬쩍 웃었다.

스파이스 멜란지는 『듄』의 세계관에서 가장 귀중한 상품이다. 이라키스 행성에서만 채취되는 스파이스는 거대한 토착 모래벌레의 생애주기에 따라 생산되는 부산물로, 사용자에게 얼마간의 예지력을 부여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우주 조합의 성간 항법사들이 아득히 먼 거리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게 해주는 데 무척 중요한 물질이다. (『듄의 세계』 p53, 1부 3장)




저자는 제국에서 스파이스가 지니는 위상이 오늘날 해외 석유에 의존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또한 스파이스를 포함한 모든 상품의 거래를 '초암'이 관장하는데, 초암은 황제와 귀족 가문들이 운영하는 공사로 OPEC 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한다. 초암 사에 대한 부분은 3부 9장에서 이어서 더욱 자세히 서술된다. 프랭크 허버트가 『듄』 에서 펼쳐 보이고자 했던 야망 중의 한 가지는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정치와 경제의 작동 방식을 꿰뚤어 보는 것" 이었는데 그러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에는 초암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식민 세력이 이윤 추구를 위해 사막을 약탈하리라는 허버트의 예측은 수없이 들어맞았고, 프레멘과 이들의 게릴라 전술, 하코넨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에 발생한 무장 반란과도 명백한 유사성을 띤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기술력을 지닌 군대가 오합지졸 토착군에게 패배한다는 생각은 출간 당시에는 완전히 허구의 산물로 여겨졌지만,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겪은 이후로는 더는 허구가 아니게 되었다.


- 『듄의 세계』 , p135


임으로 접한 뒤 원작 소설이 궁금해져서 소설 『듄』 을 읽었을 때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몰입하여 읽었었다. 소설은 사건으로 가득차 있기에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방대한 세계관은 겉핥기로 이해하고 지나갔었다. 그 과정에서 『듄』 의 세계관의 창조과정을 궁금해하기는 했지만 작가의 가치관이나 철학 등에 대한 호기심 정도였다.

본격적인 판타지 비평서인 『듄의 세계』 를 읽다보니, 허버트는 세계관 구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듄』 의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6년에 걸쳐 200권 이상의 책을 독파하며 이슬람 신화부터 천문학, 생태학, 동양 철학, 선불교, 원주민의 부족 의식 등을 깊게 공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다보니 소설 『듄』을 다시 정주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소설 『듄』 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설이 촉발한 문화현상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듄』 에 큰 영향을 끼친 『파운데이션』의 아이작 아시모프가 프랭크 허버트를 에둘러 비판하고, 프랭크 허버트 역시 『파운데이션』 을 글을 통해 비판했다는 일화도 재미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까지의 비화들은 또 어떠한가. 『듄』 의 팬이라면 팬심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마침 개봉을 앞둔 <듄 : 파트2>를 보러가기 전 예습하기에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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