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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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바리스타' 라는 단어가 재미나다. 바리스타가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맛난 커피를 서비스하듯이, 독자에게 주제에 맞는 지식을 전달해주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진다. 스스로를 '본투비 잡학교양인' 으로 소개하는 저자는 전작 『TAKEOUT 유럽예술문화』 에서 '추상적인 개념들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와 일화 중심으로 가볍고 흥미롭게, 하지만 관점과 깊이를 가지고 유럽을 탐방'( 온라인 책소개 중 발췌 ) 했었는데, 이번에는 TAKEOUT 유럽역사문명』 을 통해 유럽역사문명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TAKEOUT 유럽역사문명

하광용

파람북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즐기듯, 4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이 책을 이곳저곳 들고 다니며 조금씩 읽었다. 저자는 서두에서 '강단 위의 학자가 아닌 호기심 많은 어느 한 광고인의 시각'에서 자신의 취향과 지식의 크기에 맞게 선택한 주제들을 펼쳐내었기에 '쉽고 가벼울 것'이라고 소개한다. 저자의 말 대로였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출퇴근길 대기 중에 잠깐씩,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싶은 주제들을 편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TAKEOUT1 에서 TAKEOUT6 까지 6개의 장으로 분류되어 있고, 각 장은 네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믿음에 얽힌 이야기', '사랑, 그 위험한 역사', '그 남자의 몰락', '담대한 여정의 시작', '쫓겨간 사람들', '레트로의 마력' 이라는 주제 중 어떤 주제가 가장 끌리는가.

나는 '사랑, 그 위험한 역사'(TAKEOUT 2) 편을 먼저 펼쳤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워하는 분야인 신화나 고전 이야기도 담겨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역시 <일리아드> 와 <오디세이> 속 헬레네와 페넬로페 이야기가 관련된 지역의 지도, 관련된 인물에 관한 그림, 관련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와 함께 펼쳐진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나가니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조금 엉뚱한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어린 시절 PC 게임으로 즐겼던 추억을 바탕으로 지금 즐기고 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이라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이 게임으로 세계 도시들의 지도를 외웠다고나 할까. 그런데 게임으로 익숙한 도시 『TAKEOUT 유럽역사문명』 속에서 언급되니 '이 도시가 그곳이었어?' 라며 혼자 즐거워하게 된다.

지중해의 동쪽 끝, 오늘날의 튀르키예 바닷가에 위치한 안탈리아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도시' 라고 소개된다. 안토니우스가 동방 지역을 정벌할 때 클레오파트라가 그곳까지 올라와 만났을 것이라며, 그들이 마치 신혼 여행지처럼 즐긴 곳이라면서 말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한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로마의 역사의 한 장면을 읽어간다. 페이지에 수록된 안탈리아의 여러 사진들과 함께 감상하다보면, 광고인으로서 연수와 사업 출장을 기회로 일찍부터 유럽에 자주 드나들었던 저자의 경험이 전해지는 듯 하다. 나는 이탈리아 로마가 아닌 곳에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들을 보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저는 로마의 콜로세움으로 대표되는 원형경기장은 도시 로마에만 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p126)' 라는 문장에 '사실 전 지금 알았습니다.' 라고 대답해보면서. (로마가 아니라도 이탈리아에만 있는 줄 알았다는 변명도 해보고 말이다.)

인물 이야기 또한 반갑다. 책 속에서는 메디치가 이야기를 다루면서 메디치가의 줄리아노의 연인이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 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혼인 줄리아노와 달리 유부녀였던 시모네타 베스푸치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이란 그림의 모델이었을 뿐더러, <대항해시대 오리진>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라 더욱 친숙했다. ( 책 리뷰가 아니라 게임 리뷰가 되어버리면 안되는데.. )

 

시모네타 그녀가 어느 정도로 아름다웠냐면 당시 메디치 가에서 익숙했던 르네상스의 유명 화가인 보티첼리는 그녀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경탄해 마지않아 한 폭의 그림에 그녀를 담았습니다. 바로 그 그림이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시모네타 그녀의 모습이 곧 미의 여신 비너스가 된 것입니다. 지구상에 여신 비너스가 있다면 그것은 시모네타일 것이라고 보티첼리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 TAKEOUT 유럽역사문명, p149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비롯하여 25세의 나이로 암살당해 요절한 줄리아노의 죽음이 빚어낸 몇 가지 유산들이 이어 소개된다. 줄리아노의 암살범 중의 하나로 처형당한 자의 모습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 등장하고, 그 공개처형장면을 함께 지켜본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를 지나, 미술 시간의 석고 데생을 위해 많이 봐왔던 미켈란젤로의 줄리앙 석고상까지! 저자의 말처럼 "갸가 갸가?' 하게 되더라는. 이 석고상의 주인공이 암살당한 줄리아노라는 설과 죽은 줄리아노의 조카인 동명이인이라는 설까지 조곤조곤 들려준다.


(좌) 줄리앙 석고상, (우) 미켈란젤로, 줄리아노 데 메디치(Giuliano di Lorenzo de' Medici) 묘의 조각상

책을 읽는 시간은 어릴 적 교과서로 억지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하듯이 읽는 시간(저만 그랬을까요..)이 아니라, 파편화되어 있던 여러 지식들을 모아보는 재미가 가득한 시간이 되어갔다. 킬링타임용 게임을 하다가 책 속 내용을 연결해보고, 책을 읽다가 여행의 경험을 떠올리며 과거 사진을 찾아보는 식이다. 덕분에 아이에게 아는 척 하며 해줄 이야기도 늘어나고,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도 생긴다. 이런 것들이 책에서 얻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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