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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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뷔히너(Georg Büchner)는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형식과 독창적인 언어로 독일 현대극의 선구로 평가받는 뛰어난 수작들을 남긴 작가로, 24살의 나이에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어, 요절한 비운의 천재로 불리우기도 한다.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둔 그가 생전에 남긴 문학 작품은 희곡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와 단편소설 「렌츠」 등 네 편뿐이고 생전에는 희곡 『당통의 죽음』 만이 출판되었지만, 독일 문학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며 후대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열린책들의 「뷔히너 전집」 에는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렌츠』 의 문학 작품 외에 <『레옹스와 레나』 의 흩어진 단편들>, <헤센 지방의 전령>, <뇌신경에 관한 시범 강연> 또한 수록되어 있다. 






뷔히너 전집 

Gesammelte Werke (1837년)

게오르그 뷔히너

열린책들 세계문학 - 247

열린책들



오늘날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공연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승전결을 벗어난 열린 형식과 낭만성을 벗어난 냉철한 사실주의, 부조리와 소외 등 현대 연극의 주요한 특징들을 선구적으로 보여 준 작품들로 평가된다. 나 또한  「당통의 죽음」 을 연극으로 먼저 만났었는데, 게오르그 뷔히너의 문학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프랑스 역사에 관한 시대극으로만 감상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서야(이제라도!)  『뷔히너 전집』 을 찬찬히 읽었다. 



『뷔히너 전집』 에 수록된 희곡 당통의 죽음(Dantons Tod)는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존인물인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등장한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이 작품에서 프랑스 대혁명의 마지막 국면, 즉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다가 로베스피에르 일파에 의해 당통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처형당하기까지의 약 10일 남짓한 기간을 그리고 있다.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당통이 내세우는 향락주의와, 사회복지를 우선시하는 로베스피에르가 내세우는 공화주의가 모두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은유적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을 빛낸 영웅이 아닌  ‘반영웅(Antiheld)’을 그려낸다. 당통은  ‘9월 학살’을 주도한 자신의 책임을 곱씹어보며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뷔히너 전집에 실린 작품 중 보이체크(Woyzeck)는 실제 독일에서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라는 독일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해서 쓰여진 희곡으로 군인이었던 보이체크가 자신의 애인을 찔러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1836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현대의 비극'으로 불린다.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가 등의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주인공 보이체크는 이발병, 잡역병으로 일하는 군대 졸병이다. 가난했던 터라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식도 못 올린 채 아기를 가졌으며, 그것 때문에 부도덕하다며 손가락질을 받는 하층민이다. 돈에 궁했던 보이체크는 온갖 천한 일을 하고, 실험대상이 되어 완두콩만 섭취하면서 오로지 아내와 아이를 위해 푼돈을 벌며 살아간다. 



보이체크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이름보다는 각 사회계층을 상징하는 신분으로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문학적으로는 '기존의 선형적 구조 대신 조각난 짧은 장면들이 급작스럽게 전환되는 방식으로 전개' 되며, 이렇게 '고의적으로 작품의 흐름을 파편화해 내용을 한층 입체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구조에서부터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찬 사회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채 완성을 못하고 요절함으로써 원작 자체가 미완성인데다가, 막과 장의 구분이 모호하여 대중들에게 어려운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인터라 기회가 되면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나고 싶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희곡이 문학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소설에 익숙한 내게 희곡은 어렵게 다가오는 편이다. ( 많이 읽어보지도 못했다. ) 공연을 위한 대본이기에 작품 속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려 애쓰게 되는데, 인물의 대화만으로 상황을 유추해가면서 그 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워보는 것 또한 도전과제다. 그런데 소설보다 극적인 긴장감이 높은 희곡을 천천히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인물들의 대사 속의 장면들이 더욱 시각적이고, 입체적으로 확~ 다가오는 순간이 생기는데 이럴 때 나름의 지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 해냈어! 이런 느낌이랄까? ) 입말체로 되어있어 연극배우마냥 소리 내어 읽어보는 즐거움 또한 존재한다. 물론 전문가(!)가 무대에 올리는 공연을 기대하게 되는 즐거움이 더 크지만 말이다. 다른 희곡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 선물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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