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J시네마 던전: BLACK 편 - 범죄·액션·스릴러·공포·역사 J시네마 던전 1
김봉석 / 에이플랫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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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속 리디 페이퍼를 오랫만에 꺼냈다. 이북으로만 볼 수 있는 책을 읽기 위해서다. 「J시네마던전」 시리즈. 이 시리즈는 <씨네21> 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영화평론가 김봉석의 일본영화 리뷰집이다.  「J시네마던전」 은 BLACK, PINK, RAINBOW 이렇게 세 권으로 나뉜다. BLACK 은 범죄·액션·스릴러·공포·역사 쪽의 분야다. PINK는 로맨스·드라마·코미디·청춘·에로 분야를, RAINBOW는 SF·판타지·아니메·B급 분야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는 「J시네마던전」 의 시리즈 기준으로, RAINBOW > PINK > BLACK 순으로 봤다. BLACK 편의 영화들은 많이 보지 못했기에 오히려 더욱 호기심이 당기는 영화들을 메모해놓게 된다. 게다가 'BLACK' 분야의 영화들은 소설이 원작인 경우도 많아서 관련된 소설들까지 함께 찾아보게 되는 즐거움까지 얻는다.  '일본영화는 워낙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성향도 극과 극이라서,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면 시선에 포획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개성적이고 독특한 점들을 보고자 노력했다.' 라던 저자의 의도는 내게로 그대로 전해졌다.




J시네마 던전 : BLACK편

김봉석 지음

에이플랫



저자는 걸작과 평작을 모두 아우른 리뷰라고 소개한다. 각각의 리뷰 안에는 일본영화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영화적 가치는 물론 역사와 시대상, 사회 현상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BLACK 편은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의 범죄,액션 분야는 11편의 영화가, 2부의 스릴러 분야에는 9편의 영화 리뷰가 담긴다. 3부 공포 분야에는 16편, 마지막으로 4부 '역사와 영화, 일본을 말하다' 분야에는 12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수록된 영화의 목록을 보며 우선 내가 봤던 영화에 대한 리뷰부터 찾아 읽게 된다. 범죄, 액션 분야에서 보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영화 제목 「고독한 늑대의 피」! 책으로도 읽고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상영되었던 동명의 영화도 찾아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저자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었다고 하니 그당시 다른 지면에 실렸던 그의 리뷰를 읽었을지도 모른다. 



여성인 유즈키 유코는 영화 <의리없는 전쟁>을 너무나 좋아하여 비슷한 스타일의 소설을 쓰고 싶었고 그렇기에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의리없는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하는 저자. 


<고독한 늑대의 피>는 히로시마 인근의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야쿠자 조직 간 항쟁을 그리고 있다. (...) 원작소설을 쓴 유즈키 유코는 1968년생으로 원래 기자로 일하다가 2008년에 <임상 진리>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 후카사쿠 킨지의 영화 <의리없는 전쟁>과 아사다 데쓰야의 소설 <마작방랑기>를 좋아했고, 이런 풍으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쓰고 싶었다던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치밀한 취재를 통해 완성해낸 <고독한 늑대의 피>는 21세기에 걸맞은 경찰.야쿠자 소설의 걸작이 되었다. 


- p23



치사하고 악랄한 범죄자로서의 야쿠자를 실록-다큐멘터리 스타일로 그려낸 영화 <의리없는 전쟁>(1973)은 야쿠자물의 전형을 바꾸었다고 한다. <고독한 늑대의 피> 도 이 '실록'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라고 한다. <의리없는 전쟁> 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검색을 하다보니  <고독한 늑대의 피> 의 두번째 영화도 나온 모양이다. 야쿠자물이지만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 그리고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신의 원칙을 세운 인물 오가미가 야쿠자만이 아니라 동료인 경찰과도 싸워야 하는,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고독한 늑대의 일생을 히오카란 인물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의리없는 전쟁> 과 <고독한 늑대의 피> 포스터


저자는 이 영화를 '시종일관 에너지가 들끓는다'고 표현한다. 감독인 시라이시 카즈야의 영화들은 늘 그렇다고 하면서 말이다. 소설과 다른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감독의 고유한 장면임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일본영화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라고 전하고 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각색한 <바람의 검, 신선조> 는 회사의 남성동료들이 극찬한 영화였다. '드라마틱한 시대 상황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접근한다. <철도원>과 <파이란>에서 이미 경험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은 한없이 낭만적이며서도, 남성적인 강인함으로 중심을 잡는다. 고독하고 쓸쓸하지만 인간의 따뜻함을 결코 잃지 않으려는 갈망이 배어있다.(p185)' 라는 저자의 표현에 끄덕끄덕. 





<훌라 걸스>는 아오이 유우의 매력에 빠져 봤던 영화다.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미니 시어터 영화 중에서는 <키사라즈 캐츠 아이:월드 시리즈> 와 함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라고 소개되어 있다. 작지만 알찬 영화라는 설명과 함께.  


훌라 걸스가 공연을 준비하는데 탄광에서 사고가 나서, 한 여성의 홀아버지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고 전해온다. 이런저런 논란 끝에 결국은 공연을 중단하고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하자고 말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춤을 추기를 간절히 원했고, 지금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영화의 이 장면을 들어 일본영화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이야기한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의 충돌은, 일본영화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장면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항상 공적인 일이 중요하다. 사적인 상념을 버리고 '잇쇼켄메이'를 해야만 '천하제일'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 장인의 정신이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눈물짓고, 결국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p192) ' ( 아. 그렇구나! )  이런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대중적인 영화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고 하니 더욱 이해가 간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관객을 모으는 좋은 영화라고 소개된다. 


책리뷰처럼 영화리뷰 또한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이 영화가 저 영화를 부르고, 원작소설과 연계되며 감독, 배우 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지는 종합 선물셋트가 된다. 봤던 영화에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몰랐던 영화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결국 PINK 와 RAINBOW 까지 궁금해진다. 메모해두었던 영화도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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