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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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하면 자연스럽게 휴전선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철조망으로 둘러진 통제선이 낯설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밀입국 방지를 내세우며 세운 미국, 멕시코 국경의 높은 장벽도 떠오르고, 곧바로 '장벽' 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베를린 장벽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국경전쟁」 은 국경과 관련하여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그 심각한 영향을 9가지 관점으로 분석하여 담아낸 책이다. 국경 관련 문제에는 민족 문제도 얽히기도 하고, 자원 문제도 존재하며, 평화, 환경, 인권, 교육 문제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또한 한반도의 DMZ부터 달과 남극에 그려진 국경까지, 영토 분쟁에서 바이러스 방역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국경에 관한 모든 것이 펼쳐진다. '국경은 국내 및 국제 정치학의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라는 책 속 문장이 떠오른다.




국경전쟁

The New Border Wars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The Conflicts That Will Define Our uture )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미래의 창



국경이라는 것이 왜 논쟁거리가 되고, 행동, 논란,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가. 점점 국경은 더 주목받고 있는데, 그것은 군사주의, 테러, 기후변화, 이민, 그리고 최근의 팬데믹에 따른 변화다. 이런 국경문제는 네 가지 추진력에 따라 움직인다. '제한하기(constriction), 확장하기(expansion), 따돌리기(deflection), 내쫓기(expulsion) 이다.' (p16) 저자는 서문에서 네 가지 추진력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보자. 거기 그어진 선들은 아마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그어졌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 그려진 국경선 치고 긴장과 분쟁을 거치지 않고 확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지표면을 이렇게 저렇게 나누는 일은 언제나 팽팽한 협상 과정, 긴장 고조 그리고 폭동에서 세계대전에 이르는 직접적 충돌을 빚곤 했다. 


- p30



사실 그렇다.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분쟁' 이 가장 익숙하다. 책의 제목에도 '전쟁'이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말이다. 저자는 국경 분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기술한다.  자연환경 때문에 국경에 생긴 변화를 둘러싼 분쟁, 통행 불가를 고집하는 강경한 국경 관리 노선에 따른 분쟁, 기술 혁신에 따라 가능해진 국경과 관련한 분쟁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 유형을 이해해야만 장래의 분쟁이 무엇에 근거하고 있을지도 이해할 수 있다.  


책 제목만 읽었을 때 막연히 땅 위의 국경만 떠올렸으나 3장의 수중 국경이나 7장의 스마트 국경, 그리고 9장이 바이러스 국경에 관한 전개는 새로운 사고를 틔워주는 듯 했다. 특히 7장 스마트 국경은 이전에 읽은 제임스 볼의  「21세기 권력」 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아무 간섭 없이 빠져나오기를 바라며,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에서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 불러오는 후폭풍말이다. 스마트 국경을 통해 쌓인 데이터들에 대한 우려는  「21세기 권력」 에서 지적한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우려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스마트 국경에서는 기업 대신 국가가 그 파워를 휘두르겠지만.


스마트 국경의 정의는 대체로 “정보 기술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해 국경 통제력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확장하며, 강화하는 것” 이다. 스마트 국경의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요소는 보통 생체 인식과 정보 공유 역량 및 시스템이다. 스마트 국경의 기저에는 지정학적, 기술적 세력이 합쳐 있다. 


승객들의 얼굴 이미지를 획득해 ‘워치리스트’ 의 인물과 대조하는데, 공항과 보안 당국이 어떻게 이 데이터를 사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 2020년, 미국시민 자유연맹은 미 국토부를 상대로 목표가 불분명한 감시 활동과 적절한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시작했다 - p268


감시 기술의 발달로 한때는 테러와의 전쟁에만 쓰였던 기술이 이제는 일반화됨으로써 인권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게끔 되었다. 미국의 주 경찰은 얼굴인식기술, 전화 추적, 자동차 번호판 판독기 등을 써서 시민들의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 -p270



무인지대를 다루는 5장에는 한반도의 DMZ 가 포함되어 서술된다. 저자는 무인지대를 신경쓰게 되는 까닭으로 그것이 국제정치의 틈과 금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인지대는 크기도 범위도 제각각이며, 그 기원과 규모, 범위, 지속성에서 모두 다르다. '한반도의 DMZ는 휴전협정 후 경계선이 동결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p208) 저자는 북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들이 DMZ 를 지나 남으로 내려올까 비상이 걸렸던 때를 소환하고, 국내의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까지 언급한다. (엉뚱하게도)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2020년에 씌여진 이 책이 코로나 팬데믹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바이러스에게 국경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전염병 대유형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달랐다. '국가가 자국 영토를 통상적 방식으로 통치하지 못한다면 '통상적' 삶 자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일종의 탈사회화를 목격했다.'(p335) 또한 '국가마다 저마다 다른 접근을 취한다지만, 또 보건 관련 수급에 대해 논쟁이 심하다지만, 보건 및 복지 관련 지출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은 어디나 같았다. 말하자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국경은 닫혀야 하며, 수송은 절실한 것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는 일반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p338) 


이 모든 것은 세계 지정학적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팬데믹의 뒤안길에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다자적 협력의 태동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지정학적 분화가 더욱 심해지고, 각국 및 그 지도자들이 백신 개발, 의료용품 보급, 개인 방역 장비 등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바이러스 국가주의' 같은 것이 만연하게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팬데믹이 분리와 연결 모두에서 막강한 능력을 보여준 지금, 미래의 분쟁은 어느 선에서 이루어질까?

- p340



저자는 질병, 팬데믹, 악랄한 국경 국가주의는 또한 서로 손잡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경이 닫히면, 국가주의, 포퓰리즘, 국수주의가 한꺼번에 '접종' 된다는 것. 팬데믹 와중에 국경에서 빚어진 갈팡질팡 상황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았들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할 뿐만 아니라 가장 취약한 집단, 즉 난민, 피난민, 비정규 이민자들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저자는 이어 팬데믹이 주는 국경전쟁의 교훈을 차근차근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향후 수십 년동안, 네 가지 유형의 '국경 전쟁' 이 더욱 불거질 것이라고 보았다. 첫째, 정체성 정치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는 유형이고, 두번째 유형의 국경 전쟁은 장기 분쟁과 그 유산에서 나온다. 세번째 유형은 새로운 울타리와 사유화가 본격화 되며 불거질 것이고, 마지막 유형은 '드문드문 통행을 차단하는, 마치 열도와 같은' 국경의 성격의 반발에서 빚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계적 지정학자가 들려주는 국경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폭넓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며, 중간 중간 우리가 좀더 고심하고 대비해야할 것들에 대한 신호들이 반짝인다. 나아가 지정학 적인 국경이 아닌 우리가 타자에게 내보이는 마음의 '국경'까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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