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71
조극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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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철학에 관심을 가진 나인지라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읽는 책도 그 관심이 옮겨간다. 읽다보니 오히려 아이들 눈높이로 쉽게 풀어쓴 입문서가 기존에 읽었던 (어렵던) 철학서의 내용을 부연 설명해주면서 더욱 이해도가 높아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어릴 때 개념이라도 미리 접했더라면,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앞으로 당분간 청소년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를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최근에 내가 접했던 하이데거가 나오는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로 시작했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71

조극훈 지음

자음과모음


최근에 나는 「그림으로 보는 하이데거」 라는 책을 읽었다. 예술작품 속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을 발견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눈높이의 동화 속에서  '존재'라는 핵심 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철학을 느껴보게 된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는 백혈병에 걸린 혁수라는 친구를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 연극 진행을 위해 모아둔 돈을 치료비에 보태기로 하면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연극을 못하게 될 거라 생각하며 낙심했지만, 별다는 옷이나 무대장치가 필요없는 그림자 연극을 하기로 한다. 연극 내용을 짜기 위해 친구 집을 방문한 주인공은 친구 아버지가 읽고 있는 하이데거의 책을 보고 궁금해한다. 


존재란 쉽게 말해서 '있는 것' 이란다. (...)


세상에는 나무, 돌, 꽃, 하늘 등 수많은 존재가 있어.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존재들을 말하는 거지. 그러나 이러한 존재자는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하지 못해. 아름이는 꽃이 왜 그 자리에 피었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보았니? (...)


그래, 꽃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지. 그러나 인간은 달라.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물을 수 있어. 하이데거라는 철학자는 특별히 인간을,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존재'라고 불렀어.


- p31




주인공들이 연극을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면서, 중간중간 하이데거의 철학개념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구성이다. 이야기 속에서 한 가지 개념이 등장하면, [철학 돋보기] 라는 코너에서 다시 한번 개념을 설명한다. 그림자 연극은 하이데거의 '존재 의미' 를 이해하는 것을 위한 중요한 소재가 된다. 


아이들은 <파랑새> 라는 동화의 줄거리를 빌려 연극을 준비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읽었을 동화 <파랑새>다. ( 작품 자체도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이 원작이기도 하다. ) 그런데 이 <파랑새>가 하이데거의 철학과 연결되다니? 


<파랑새>라는 동화를 보면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떠나잖아. 동화 안에서 파랑새는 진정한 행복을 상징하지만 우리는 그 파랑새를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파랑새는 즉 존재를 찾아가는 방법을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알려주는 거지. 


-107



'희망은 바로 우리 곁에' 식의 교훈으로만 단순하게 읽었던 이야기가 철학적인 생각을 더해보니 더욱 심오한 이야기가 된다. 희망이란 단어 대신 존재로 치환하고, 앞선 이야기의 흐름에서 계속 다뤄지는 실존이란 개념을 부연한다. 


우리는 <파랑새>라는 동화를 이용해서 연극을 썼어.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는데, 파랑새는 다른 게 아니고 바로 치르치르와 미치르 존재 자신이었어. 그런데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하며 파랑새를 찾으려고 하지만, 정작 파랑새는 자기 집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새장에 갇혀 있었어. 


우리는 바로 이 <파랑새> 동화를 이용해서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려고 했어. 바로 존재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신 안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아까 ‘현존재’로서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살아가는 것이 ‘실존’이라고 했지. 우리는 혁수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혁수 자신을 실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거든 


- p111



20세기 독일의 실존철학을 대표하는 하이데거는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자인 인간(현존재)의 존재(실존)가 현상학적/실존론적 분석의 주제가 되고, 현존재의 근본적인 존재규정인 '관심'의 의미가 '시간성'으로서 확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정리된 문장으로 보니 어려운데, 이야기 속에 녹여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내용은 철학인지도 모르고(?) 끄덕이게 된다. 



「하이데거가 들려주는 존재 이야기」 의 저자는 존재 의미를 묻지 않고 소홀히 여기기에 현대 문명의 많은 폐해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정신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지 말며, 존재 의미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청소년들에게 전한다. 그리고 묻는다. "여러분의 존재는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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