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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은 약속
제레미 드칼프 지음, 이세진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나도, 아이도 우주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들을 궁금해하고 언제쯤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다른 별에 우리와 같은 생명들이 있을까, 있다면 그 생명체들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덕분에 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아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와 게임을 즐긴다. 이런 막연한 호기심을 풀기위해 누군가는 하늘에 이 책의 주인공을 쏘아올렸다.

밤하늘을 수놓은 약속
La nuit est pleine de promesses
제레미 드칼프 글, 그림
JEI 재능교육
'나' 의 뒤에는 지구가 있다. 로켓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을 뚫고, 햇살을 가로질러 우주로 나왔다. 이제 앞에는 온통 밤이다. 깊은 밤. 무한한 밤.

텅 빈 우주에서 간간히 암석들을 만나며 끝없이 먼 길을 움직이던 '나'는 목성을 만난다. 적막한 우주에서 만난 베이지색 행성은 가까이 보면 붉은 색, 오렌지, 핑크, 황토색, 그리고 약간의 푸른 색을 모두 띄고 있는 구름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위로 홀로 떠있는 '나'의 실루엣. 안테나의 모양이 얼핏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목성의 무늬들을 그려낸 황홀한 일러스트가 한참 눈을 사로잡는다.

토성은 또 어떠한가. 토성은 책 속 '나' 의 마음 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읽는 내 마음도 완전히 사로 잡는다. 그림책 속 '나' 는 이 넓은 우주에서 항해를 계속하며 만난 행성들의 모습을 전해온다. 너무 멀리 떠나와 지구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푸르른 천왕성과 또 다른 푸른색 해왕성을 보니 '떠나온 그곳이 자꾸 생각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왕성을 지나 이제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계속 나아간다.

어느 여름 밤에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게 되거든
아득히 높은 곳에 있을 나를 떠올려 주세요
그림책 「밤하늘을 수놓은 약속」은 보이저 2호의 1인칭 독백으로 진행되는 64페이지에 이르는 일러스트의 그림책이다. 1인칭 독백 덕분에 책을 읽는 이는 자신이 그대로 우주에 놓인 느낌이 들게 된다. 보이저호는 미국 NASA의 그랜드 투어(Grand Tour) 계획에 의해 발사된 외우주 탐사선이자 가장 먼 거리를 탐사한 탐사선으로, 보이저1호와 보이저2호가 이제 태양계를 벗어난 곳을 항해중이다. 'Most remote man-made object'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 이며,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 「The Planets」 에서는 에피소드 끝에 'The greatest voyager in history is still travelling.'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의 여행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라는 나레이션을 덧붙인다. 시작은 생명이 없는 기계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여러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며 스스로 생명을 획득한 보이저호는 이제 신화가 되었다.
그림책 「밤하늘을 수놓은 약속」은 논픽션 그림책으로 우주에 대하여, 보이저호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며 아이와 지식을 확장해갈 수도 있고, 멋진 일러스트를 감상하면서 보이저호의 미지의 탐험에 대한 상상을 해보며 이야기 그 자체에 빠져볼 수도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