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스터 아이 - A child born with algorithms=Test Ⅰ
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평점 :

테스터 아이
A child born with algorithms = Test I
김윤 장편소설
팩토리나인
친구가 만든 게임 운영체제를 테스트하게 된 주인공. 이전에 해보았던 프로그램 테스트와 달리 사용자를 복제하는, 즉 사용자의 계정의 모든 걸 학습하고 생체 인식 컴퓨터 데이터를 백업해서 이른바 ‘사용자의 알고리즘을 동기화’ 하는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게 된다. 상자에는 로마자 숫자인 Ⅰ(일)이 적혀있었으나 주인공 동성은 영어 대문자 I(아이)로 혼동하고 관련 테스트 폴더를 만든다.
아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러가지 뜻은 의미심장하다. 로마숫자가 알파벳 '아이'가 되고 한글의 '아이'가 되고, 그렇게 아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아이가 태어난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딸아이를 잃었다는 자책감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동성은 '아이'가 자신을 아빠로 인식하고 행동하자 당황한다. 자신의 역할을 아이의 주인이자 개발자로 생각하려 애쓰지만 자신도 모르게 인공지능 아이를 자신의 아이와 동일시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제대로 테스트하고, 오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계획과 규칙을 정하여 아이에게 강요하게 된다.
감정이 없다고 여겨지는 인공지능( 혹은 로봇 ) 이 인간과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설정은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을 떠오르게도 하고, 아이가 등장하는 면에서는 영화 <A.I> 를 떠오르게 한다. 「테스터 아이」 에서는 로봇처럼 인간화하여 실체화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의지를 가지고 배우고 성장해가는 '아이'는 인간의 아이처럼 차근차근 인간에 대해서 배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성은 자신이 아이를 오류 없이 ‘키우기’ 위해 틀 안에 가두며 통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서 주인공이 떠올린 생각을 읽는 이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게 된다. 과연 오류가 없는 것이 완벽한 세상일까. 주인공은 대답한다.
이미 세상은 완벽했다. 모든 오류를 내포하더라도.
- p245
동성은 '아이'와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딛고 성장한다. 비록 인공지능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아빠, 난 내 안에서 태양이 뜨는 걸 느껴요. 나는 아빠랑 있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났어요. 매번 이별했고, 그 과정에서 더 성장해요. 그렇게 퍼져나가요.
- p179
이야기는 주인공 동성이 아이를 테스트하고, 키우면서 변화해가는 모습과 '아이'가 동성으로부터 배우고, 스스로 학습하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함께 담는다. 그 둘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감정을 공유한다. 인공지능이 가진 그것이 인간의 감정과 유사한 것일지, 철저한 계산에 따른 예측일지는 알 수 없다. 현실에서도 감정적 존재인 인간과 유사한 로봇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감정 모형과 인공 감정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탐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이'를 통해서 독자에게 함께 탐구해보자고 손짓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