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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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랑이라는 게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분이 나타났네요." (...)


"뭐,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요. " 섀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가장 편안한 생존 전략을 찾아 헤매죠. 그러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 전략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비록 조금 덜 편안하더라도 그 사오항에 필요한 다른 전략을 시도하게 되요."


"가장 편안한 전략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사회의 규칙을 따르는 전략이죠. 그러면 제재를 당할 위험이 없으니까요. 다른 말로는 도덕이라고 해요. 그러다 그게 효과가 없으면, 우리가 규칙을 어기게 되는 거예요."


- p341




도덕과 규칙을 어기게 되는 상황에 대한 섀넌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함께 대화를 나누던 이가 딱히 편안한 방법이 아닌데도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반박에 섀넌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부도덕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불쾌해져서 결정을 내릴 때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투명 인간이라서 어떤 행동을 해도 잃을 것이 없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될 거예요. 사실 우리는 모두 생존과 유전자 증진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회주의자들이에요. 그러니 영혼도 기꺼이 팔아넘길 수 있는 거죠. 다만 몇몇 사람들이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것뿐이에요.



역시 다시 반박이 이어진다. " 이 나라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올바른 도덕적 가치를 위해 목숨을 희생했어요. " 라며 나치에 대항하다 희생당한 이들을 언급한다. 그에 대한 섀넌의 대답.


그 열두 명은 도덕적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볼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은 조국을 위해, 자기들 마음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한 거예요. 만약 히틀러가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독일과 똑같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면, 역시 여기서도 권좌에 앉았을 거예요. 그리고 중수공장을 파괴한 그 사람들은 히틀러를 위해 싸웠겠죠. 



행동의 동인으로서 도덕이 인간 사회에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섀년. 이 주장은 작가가 촘촘히 엮어 숨겨놓은 복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칼이 형인 로위에게 "나한테는 형뿐이야." 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과, 로위가 칼에 대해 계속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의 목적에 맞는 도덕을 형성해요. 모든 역사에 등장하는 가문 간의 유혈 복수극과 종족 학살을 저지른 범인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처럼 자기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었어요.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충성을 바치고, 그다음에 그 집단의 필요에 맞게 변화하는 도덕에 충성합니다.


프롤로그에서 형제의 아빠가 로위에게 엄마가 칼보다는 '우리'가 강인하다며 '우리가 그 둘을 보살펴야 한다. 항상.' 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제목의 킹덤은 이 가족들의 왕국인 것일까.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 p13,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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